▲ 강원랜드 전경 | ||
전직 공무원으로 알려진 K씨(68)는 지난 6월14일 강원랜드를 상대로 9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냈다. 소장에서 K씨는 “아들이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거액의 돈을 탕진해 이를 막기 위해 ‘출입 제한’ 조치를 취했으나 강원랜드측이 내 허락도 없이 이를 해제해 또 다시 아들이 거액을 잃게 됐다”며 “강원랜드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원랜드측도 해명 자료를 내 “규정에 따라 출입 제한을 해제한 것일 뿐 아무 책임이 없다”며 ‘맞불’을 놓고 있어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K씨 아들 A씨가 강원랜드 카지노장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지난해 6월경. 친구를 따라 정선 카지노장을 찾은 A씨는 게임에 흠뻑 빠져 그뒤부터 카지노장을 자주 드나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VIP영업장을 출입할 수 있는 최우수 고객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1회 베팅 최고 한도액이 수천만원이 넘는 VIP영업장 고객 카드를 발급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판이 커지자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도 몇 배로 늘었다. 카지노장에 출입한 지 한 달여 만에 결국 그는 수억원을 날렸다.
A씨는 본전 생각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친구와 주변 지인들로부터 한두 푼씩 빌려 ‘반전’을 노렸으나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6개월 만에 그가 탕진한 돈은 무려 17억원. 한 달에 2억8천만원씩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셈이다.
뒤늦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 아버지 K씨는 올해 1월 부랴부랴 아들의 ‘카지노장 출입 제한’을 강원랜드에 요청했다. 빚 변제 능력을 상실하고도 도박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아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이미 도박에 중독된 아들은 출입 제한 한 달 만에 강원랜드를 다시 찾았다. 몰래 아버지 명의의 ‘출입 제한 해제 신청서’와 인감증명서를 조작, 강원랜드에 제출해 출입 제한 해제 조치를 받은 것. A씨는 다시 카지노장을 드나들며 대박을 노렸으나 오히려 두 달 만에 9억4천4백만원을 더 탕진하기에 이르렀다.
아들의 빚을 변제하다가 또 다시 아들이 카지노장에 출입하고 있다는 소문을 접한 K씨는 크게 분노했다. K씨는 지난 4월16일 “본인이 출입 제한 해제를 요청한 사실이 없는데, 아들이 인감과 허위 출입 제한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아들의 ‘출입 제한 해제’ 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강원랜드측도 이날 A씨의 출입 제한 해제를 취소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것으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K씨는 아들의 허물을 드러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강원랜드측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 그는 “내 요청에 의해 내려진 출입 제한 조치가 나도 모르게 아들의 요청에 의해 해제된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 증명을 강원랜드에 보내 ‘출입 제한 해제’ 이후의 도박자금 9억4천4백만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원랜드측이 “관련 절차를 준수했으므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통보를 해오자 K씨는 지난 6월14일 강원랜드를 상대로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9억4천4백만원) 소송을 청구했다. K씨측은 이례적으로 몇몇 언론사에 보도 자료까지 배포하기도 했다.
K씨측 변호인 김대현 변호사(법무법인 한맥)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출입 제한 요청자가 해제 요청을 한 바 없음에도 출입 제한 조치가 해제된 점, 아들이 출입 제한 해제를 요청할 당시 강원랜드가 구비 서류를 모두 갖추지 않은 채 출입 제한 해제를 승인한 것 등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제출한 부친의 인감증명서에는 아예 인감이 찍히지 않았으며, 출입 제한 해제 요청시 반드시 첨부해야 할 ‘도박중독센터 상담 확인증’도 A씨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강원랜드측이 ‘출입 제한 해제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전화로 K씨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출입 제한 해제 요청서에 기재된 전화번호가 K씨 연락처가 아닌 아들의 연락처인 것으로 보아 아버지에게 전화 확인을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강원랜드가 ‘가족 요청에 의한 출입 제한의 경우, 반드시 최초 출입 제한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해야만 최초 출입 제한이 해제된다’는 자체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반면 강원랜드측은 해명서를 통해 “A씨가 부친이 와병중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신이 해제에 필요한 출입 제한 해제요청서와 부친의 인감증명서를 제출, 곧바로 안전팀 관계자가 K씨의 출입 제한 요청 의사를 확인하는 등 관련 절차를 준수했다. 출입 제한 해제 조치는 K씨에게 전화 통화로 의사를 확인한 뒤 출입 제한 심의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맞섰다.
강원랜드측은 자사 안전상황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K씨로부터 ‘본인이 A씨의 부친이다. 출입 해제를 해주어도 이제는 많은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 말고 출입 제한을 해제 시켜 달라’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버지 K씨의 주장과 정반대인 셈이다.
아울러 강원랜드측은 “출입이 해제된 아들의 카지노게임 자체가 무효 또는 취소에 이를 만큼 법률상 하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 직접 손해를 끼친 점도 없다”며 배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K씨측은 “K씨가 입은 손해에 관한 증거 자료를 곧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정신적 손해 위자료 청구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쳐 향후 또 다른 법정 다툼도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