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의 대한생명 편법 인수 무죄 판결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구름에 휩싸여 끝이 보이지 않는 서울 여의도 대한생명빌딩. |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최완주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편법 인수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한 뇌물공여와 한화유통에 손실을 끼친 배임에 대해선 유죄가 선고됐지만 이 사건의 주 관심사였던 대한생명 입찰방해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검찰 구형 7년보다 가벼운 2년6월형이 선고된 것이다.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한화가 예금보험공사(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를 속였음을 강조했다. 한화컨소시엄이 호주의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맺고 이를 통해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대한생명 인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맥쿼리측에 3백억원을 빌려주고 맥쿼리가 외형상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처럼 ‘위장’한 것을 밝혀냈다는 게 검찰 주장의 골자다. 즉, 맥쿼리는 한화로부터 받은 돈을 이용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척해줬으며 그 대가로 한화는 맥쿼리에 대한생명의 자산운용을 맡겼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한화가 맥쿼리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예보와 공자위를 기만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대한생명 인수전 당시 한화컨소시엄의 경쟁자였던 메트라이프생명이 입찰을 포기해 경쟁이 없는 상태였으므로 입찰방해죄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면계약을 통한 자격 위장=인수 계약 무효’ 등식이 성립하지 않은 셈이다.
검찰이 밝혀낸 한화의 이면계약을 이용한 대한생명 인수 사실이 법적 구속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은 계속해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만약 한화그룹이 공자위와 예보를 속이지 않고 보험사가 컨소시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렸다면 한화그룹은 입찰 참가 자격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가 원천무효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재판부의 ‘재벌 봐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측은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며 다소 느긋한 입장을 보인다. 그동안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의 의혹제기나 시민단체 등의 질타를 겪을 때마다 동분서주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만 존중한다”며 참여연대 등의 비판에 대해 “그 사람들 원래 그렇게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며 폄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