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신분을 떠나 지역주민으로 참여한 서영교 의원도 “부처님께서도 즐거우실 것”이라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겠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사진=삼룡사 진여다도회 소속 불자들의 다도 시연 장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홀수가 겹치는 날을 길일로 여겨왔다. 음력 1월1일은 설이자 세수(歲首)·원단(元旦)·원일(元日)·신원(新元)이다. 많은 남녀들이 떠들썩하게 왕래하며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일명 설날 덕담이다. 음력 3월3일은 삼짇날이다. 봄 기운이 도래했음을 축복한다. 음력 5월5일은 단오이며, 음력 7월7일은 칠석날이다.
칠석날은 달리 칠성날이라고도 불린다. 불교의 색채가 강하다. 칠성신은 비를 내리게 해주는 기우(祈雨)의 신,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장수의 신, 재물을 관장하는 소원성취의 신으로서 기능을 한다. 이날에는 칠석제(七夕祭) 또는 칠성제(七星祭)라고 하여 부인들이 밤에 칠성단을 마련해 놓고 음식을 차려 집안이 잘 되라고 복을 빈다.
충북 괴산에서는 이날 부인들이 북두칠성을 위하면서 장수를 기원하기도 하고, 또 절에 가서 칠성당 앞에 백설기를 쪄놓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 전북 남원에서도 이날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린다.
호남 지역에서는 민가의 뒤뜰 장독대 옆에 칠성단을 마련해놓고 아이 낳기와 아이의 장수를 빈다. 부처님에게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 민속명절인 셈이다.
칠석의 유래는 이 날에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남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칠석날에는 비가 내리는데 하루 전에 내리는 비는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내리는 비는 헤어지면서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한다. 인연의 소중함을 담은 눈물이다.
불교에서도 칠석인연불공이 있다. 만남의 기쁨,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불공이다. 이런 내용을 담아 소외된 계층을 만나고 나눔을 실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불교 천태종 총무원이 주최한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희망의 빛, 자비의 빛이다. 다양한 행사와 아이가 부모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가 소개되면서 참석한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천태종은 법화경(法華經)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선정(禪定)과 지혜(智慧)의 조화를 근본으로 한다. 원래 중국불교 13종 중 가장 대표적인 종파의 하나로, 수나라의 지의(智顗)가 법화경을 중심으로 천태교학(天台敎學)을 완성시킴으로써 창종되었다. 삼국 시대와 남북국 시대를 거친 후 고려 시대(918-1392)의 승려인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에 의해 한국의 천태종, 즉 해동 천태종으로 성립되었다.
천태사상의 기본구조는 교관이문(敎觀二門)이라 하여 이론과 실천으로 조직되어 있다. 교를 이론체계라고 한다면 관은 실천행이다. 불교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여러 사상들이 이론과 실천의 겸비를 중요시 하고 있지만, 특히 천태사상은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론만을 중요시하면 행동에 허술함이 커질 수 있고, 실천만을 강조하면 어긋난 길로 접어들기 쉬운 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천태의 교의가 모여지는 내용은 일심삼관(一心三觀)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공(空), 가(假), 중(中) 세 개의 진리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 세 개의 진리는 각각 나머지 두 개의 진리를 모두 그 속에 갖추고 있다. 이를 삼제원융(三諦圓融)이라 한다. 공은 자행(自行), 가는 화타(化他), 중은 자행화타(自行化他)가 둘이 아니라는 중도를 의미한다. 이런 이치를 한마음 위에 관(觀)하는 것이 일심삼관(一心三觀)이다. 이 일심삼관이 천태 수행의 길이 되는 것이다.
법화경에서 가르친 부처님 가르침의 최후 목적은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되게 하는 것’이라는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정신과 ‘부처님의 깨달음은 구원실성(久遠實成)의 영원한 것’이라는 법화경의 사상이 천태종 교리의 주요 골자이다.
사진= 삼룡사 어린이합창단의 노래와 율동 장면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희망의 빛, 자비의 빛 행사도 천태종의 교리인 모든 중생의 부처화를 위한 일환이다. 삼룡사 도웅 주지스님은 “종교가 이웃과 함께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웃의 기초 단위는 가족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간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었다. 실질적인 가족의 행복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지금의 살고 있는 현재를 삭막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힘들지 않았던 시절은 없다. 과거에도 힘들었지만, 나누고 베풀며 이겨왔다. 희망의 빛, 자비의 빛 행사도 힘들고 어려워도 가족의 힘으로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담는다.
종교가 이런 행사를 앞서서 마련한 이유에 대해 도웅 주지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좋은 국가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는 것도 불교라는 종교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깊은 산, 높은 바위는 천년의 비바람에도 당당히 이겨내듯이 돈과 권력에 내 삶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이를 넘어서서 늘 마음속의 행복을 찾고 밝고 깨끗한 마음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것도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다.”
사진=아카펠라그룹 공연 장면
이날 행사는 개회 선언에 이어 삼룡사 진여다도회의 다도 시연과 삼룡사 삼화합창단의 합창에 이어 바리톤 김재일의 성악, 삼룡사 어린이회의 노래와 율동이 이어졌다. 새싹어리인지도교사들의 수화 노래와 댄스, 강북복지관 사회복지사의 노래와 댄스는 이번 행사를 축제분위기로 만들면서도 경건함을 더했다.
이 행사의 백미는 사랑의 편지 낭독이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자리였다. 많은 이들이 박수와 눈물로 환호했다.
“…아빠, 엄마 얼굴에 생긴 주름은 제가 드린 근심과 걱정으로 생긴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저희들이 태어났을 때 ‘쓰잘 때 없는 딸’ 낳으셨다는 말 듣고 많이 섭섭하셨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훗날 ‘딸자식 키워놨더니 넘 좋더라’ 라고 말씀하실 수 있게 동생이랑 저랑 노력할게요. 요즘 쑥스러움에 하지 못했던 이 말을 오늘을 맞아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빠, 엄마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해요!”
“내가 당신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먼 훗날,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날 만나서 고마웠어’ 이 말 들을 수 있도록 잘하고, 끝까지 변치않고, 따뜻이 보살펴 주리다.…부부란!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둘이 되는 게 아니라 반쪽과 반쪽이 만나서 진정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소. 우리, 앞으로 두 손 꼭 잡고 부처님 법에 잘 의지해서 기도 많이 하고, 이 사회에 보탬이 되고 돕고, 봉사하면서 활짝 웃고 살아갑시다.”
이날 행사에는 새천년민주연합 중랑구 지역구 서영교 의원도 참석했다. 서 의원은 43년간 중랑구에 산 토박이다. 이날 서 의원은 바쁜 국회 일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신분을 떠나 지역주민으로서 행복을 나누고자 참석했다.
사진= 축사하고 있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대웅전은 언제나 엄숙했는데, 오늘은 축제분위기”라며 “부처님께서도 즐거우실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초청해 주신 도웅(정도웅) 주지 스님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하실 수 있도록 힘껏 돕고 지원하겠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도웅 스님은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한 행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크게 하기 보다는 작고 소박하게, 이웃에게 베푸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것. 이웃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에서 행복을 찾고, 가족의 깨달음을 느꼈으면 하는게 도웅 스님의 바람이다.
도웅 스님은 천태종 삼룡사 주지가 된 후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과 풍습을 되새기고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정월대보름에는 천명분의 오곡밥을 만들어 신도와 지역민들에게 나눠주는 오곡밥데이 행사를 열기도 했다.
[고진현 파이낸셜신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