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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6의거 26주년 기념식’에서 강연하는 안동일 변호사.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안동일 변호사는 서울 소공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에 내 책에서 밝혔듯이 10·26 당시 김재규 전 부장은 이미 간경변으로 건강이 몹시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88년경 한 기치료 전문가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10·26 직전까지 김 전 부장을 직접 치료했다’면서 ‘상당히 상태가 안 좋았다’고 했다”는 것.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에서도 10·26 사건 직후 김재규의 수감상태를 관찰했던 당시 한 상사의 말을 빌려 “밥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할 정도로 간 상태가 악화된 것을 볼 때 굳이 사형시키지 않았더라도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2. 10·26 사건 재판은 합수부 N준장이 옆방에서 진두지휘했다.
그동안 10·26 사건을 심판하는 군법정이 신군부의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됐을 것이란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안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당한 경험을 전하며 “당시 합수부의 N준장이 사실상 진두지휘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그는 잠시 휴정하는 틈을 타서 평소 친분이 있던 법무감 신아무개 준장의 호출로 그의 집무실로 안내됐다는 것. 그런데 그 방에는 합수부 요원 여러 명이 함께 있었고 이 가운데 가장 상급자로 보이는 N준장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국선변호인이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냐”며 자신을 나무라듯이 질책했다고 전했다. 그 순간 그 방의 스피커에서 갑자기 “군법회의를 속개합니다”라는 재판장의 목소리가 들리더라는 것. 결국 그 방에서 합수부 요원들이 재판진행 과정을 모두 모니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3. 김재규,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선제 건의했다.
비록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의 성격이 강하지만 김재규는 중정부장 시절 박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직선제를 건의했다고 안변호사는 말한다. 김재규는 77년 7월경 박 대통령에게 “내년이 9대 대통령 선거인데, 지금 공기로 봐서는 직선제를 해도 능히 당선될 것 같으니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이 되지 마시고 직선으로 한번 해 보십시오”라고 건의했다는 것. 또한 야당에도 후보를 내게 해서 둘이 나가면 모양이 훨씬 좋다는 건의도 했으나 “긴급조치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추대되는 방식이 적절하지 선거에 의한 방식은 곤란하다”며 묵살했다고 한다.
그는 76년 12월 미국에서 박동선 사건으로 떠들썩했을 때도 박 대통령에게 “워싱턴 로비는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다 하는 것인데, 비단 우리만 미국이 크게 문제를 삼는 것은 유신체제를 미국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우리를 한번 비토하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4. 박 대통령 “소요 사태 더 악화되면 내가 직접 발포 명령 내리겠다”
안변호사에 따르면 10·26 직전 부마사태 등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박 대통령이 “이제부터 사태가 더 악화되면 내가 직접 쏘라고 발포명령을 내리겠다. 자유당 말기에는 최인규와 곽영주가 발포명령을 했으니까 총살됐지, 대통령인 내가 발포명령을 하는데 누가 날 총살하느냐”고 했다고 김재규가 전했다는 것.
5. “애초 암살 대상은 박 대통령, 차지철은 덤으로 함께 보냈다”
당시 합수부의 수사 결과는 김재규가 평소 마찰을 빚었던 차지철 경호실장과의 다툼 끝에 우발적인 살해를 저지르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까지 희생됐다는 요지였다. 이에 대해 김재규는 차지철과의 갈등설을 부인하며 “그 사람은 덤으로 함께 보낸 것”이라며 “당초부터 목적 대상은 대통령이었으며 다만 거기에 차 실장도 함께 있어서 함께 살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왜 그렇다면 차 실장을 먼저 쐈느냐”는 검찰관의 질문에 “경호실장으로서 당연히 권총을 휴대하고 있을 것 같아 먼저 쐈다”고 밝혔다고 안 변호사는 전했다.
6. 신군부, 김재규에게 “사선변호인의 변론 거부하라” 회유
1심 재판 당시 김재규는 쟁쟁한 재야 법조인 20여명으로 구성된 사선변호인단을 물리치고 법정에서 “앞으로 국선변호인의 변론만 받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해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이기주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었던 안 변호사가 그래서 이때부터 김 전 부장의 변론을 맡게 된 것.
안 변호사는 “나도 궁금해서 이후 김 전 부장에게 물었더니 ‘어느날 당시 합수부 수사담당자 L씨가 찾아와 사선변호인들 가운데 반체제 인사가 많은데 이들을 계속 변호인으로 두는 것은 당신 입장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계엄당국에서도 좋아하지 않으니 바꾸라는 말이 있었다’고 전하더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