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 논란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행태를 놓고 황우석 교수가 ‘언론 플레이’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부각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황 교수가 언론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낸 까닭은 우선 그의 연구 성과가 전 세계를 주목시킬 만큼 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연구 성과에 감탄할 뿐 제대로 된 문제 제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황 교수의 탄탄한 언론 인맥 다지기가 성과를 발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독 언론에 친절했던 황 교수에게 언론 역시 친절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에 대한 언론의 입장은 대부분 적극적인, 때로는 지나친 믿음과 지원이었다. ‘환자용 맞춤 배아 줄기세포’를 둘러싼 논란이 야기된 이후에도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일간지와 KBS와 SBS 등 방송사는 이런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초로 문제제기를 한 MBC를 비롯해 한겨레, 미디어오늘,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은 오히려 여론의 집중타를 맞기도 했다.
이런 대부분의 보도 행태에 대해 일부 언론 관계자들은 황 교수가 오랜 기간 다져온 언론과의 신뢰와 친분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황 교수는 언론과의 관계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여 왔다.
90년대 중반 각 매체의 과학기자들을 농장으로 초대해 쇠고기 파티를 여는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친분을 다져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진 기자들과의 친분은 각종 연구 결과를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확인된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8월에 열린 복제개 스너피 관련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A기자는 역시 숫자에 강해” “B기자는 전공을 못 속인다” 등의 표현으로 친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는 황 교수가 관련 기자의 개인적 특성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는 반증.
게다가 해외 출장에 몇몇 특정 기자를 골라 동행취재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특정 언론과의 우의를 다져왔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호주 세계윤리학회 출장에는 K신문 과학기자를 동행시켰고 지난 6월 미국, 브라질 등지로 강연을 위해 떠난 출장에는 C일보 과학기자를 동행시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부분의 일간지 과학기자들과 두터운 친분을 확보한 황 교수는 언론의 확실한 지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황 교수의 거듭된 연구 성과 발표가 있을 때마다 그를 영웅화하는 기사들만 쏟아져 나왔고 과학적 오류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결국 최초의 문제제기는 황 교수를 담당해온 각 매체의 과학기자가 아닌 MBC 교양국 PD의 몫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후 언론은 양분되기 시작했다. ‘친절한 황우석’의 아군으로 분류된 대다수 언론사가 ‘황우석 구하기’에 나섰고 일부 언론은 사설과 칼럼에 색깔론까지 동원해 황 교수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 교수의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발한다.
▲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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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황 교수팀의 언론홍보 자문역을 맡고 있는 윤태일씨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YTN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윤씨는 황 교수팀의 언론홍보 관련 회의에 참여하고 기자회견장에 동행하는 등 언론자문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로, 인터넷 사이트 ‘아이 러브 황우석’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씨가 지난 98년부터 99년까지 YTN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씨와의 관계 때문에 YTN이 선택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황 교수 역시 YTN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며 남다른 인연을 유지해 왔다. 이를 두고 MBC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뉴스플러스 암니옴니>는 ‘황 교수팀의 언론플레이’와 ‘YTN의 특종 욕심’이 담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YTN의 연구원 단독인터뷰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환자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한순간에 MBC
그런데 한 가지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 논란의 시작 역시 황 교수의 언론에 대한 ‘친절함’에서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처음
지난 16일 황 교수와 노 이사장의 연이은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모든 관심사는 2번, 3번 배아줄기세포의 진위 판명에 집중되어 있다. 다시 한 번 언론에 대한 친절함이 황 교수에게 요구되는 순간이다.
지금이야말로 황 교수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정확한 검증 결과를 숨김없이 언론에 밝혀 국민들의 혼란과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어야 할 때인 것이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