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즈메디병원 연구실 모습. 파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선종 연구원은 미즈메디병원 출신이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는 지난 16일 황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미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두 개의 줄기세포로 11개의 사진을 만들었다(조작했다). 이것은 모두 황 교수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며 사진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사실상 노 이사장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을 촬영한 당사자였다.
그러나 그는 줄기 세포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8개의 줄기세포는 분명히 있었다”며 황 교수를 거들었다. 이는 노 이사장이 “줄기세포가 실제로 있는지도 이제는 모르겠다”고 한 것에 대해 반론을 제시한 것으로 “줄기세포를 만들었으며 원천기술도 갖고 있다”는 황 교수의 16일 기자회견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는 이와 관련 “처음에 6개를 만들었는데 그 중 4개가 오염돼 죽었다. 그것을 살려보려고 안규리 교수팀이 약물처리를 하는 등 애를 썼는데 세포가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손상돼 폐기했다”며 “그 뒤에 6개를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직접 확인했다. 나중에 서울대에서 만들었다는 3개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황-노 두 사람의 기자회견 이후 밝힌 그의 말을 정리하면 “사이언스에 소개된 11개의 줄기세포는 부풀려졌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분명히 만들어졌다. 논문제출 당시 만들어진 줄기세포는 8개였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설명이 진실이라고 믿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그는 수차례에 걸친 보도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며 논란을 키웠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애초 PD수첩팀이 미국 피츠버그에서 그를 만났을 당시 “사진이 조작됐으며 줄기세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던 그는 이후 YTN을 통해 “2개의 줄기세포 사진으로 11개의 그림을 만든 적이 없다. 관례상 (사진을) 많이 찍고 그 가운데 가장 좋은 그림으로 좋은 결과를 만든 것이다”며 자신의 입장을 번복했다. 또 말을 번복한 데에 대해서는 “PD수첩팀이 구속 운운하는 바람에 정상적 판단이나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이번 그의 진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게다가 현재 그는 황 교수로부터 황 교수팀에서 배양된 줄기세포를 미즈메디 병원의 것과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황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연구팀에서 만든 배아줄기세포 5개가 누군가에 의해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와 바뀌었다”며 “이것은 (황 교수) 연구팀과 미즈메디병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사실상 김 연구원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김 연구원은 미즈메디병원이 황 박사팀에 파견한 핵심연구원으로 황 박사팀에서는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역할을 맡아온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날 노 이사장은 이와 관련 “황 교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황 교수가 궁지에 몰리자 면피하기 위해 3년간 피땀 흘린 동료 연구원에게, 미즈메디 연구원에게 책임 전가하는 모습을 볼 때 교수로서, 과학자로서 모습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며 그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는 또 “(김 연구원이) 논문이 모두 허위였다.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의 지시에 따라 논문을 허위로 만들었다. 황 교수로부터 ‘빨리 귀국해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보다 앞서 노 이사장은 “김 연구원이 황 교수의 지시로 2, 3번 줄기세포 사진을 조작, 11개의 줄기세포 사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계속되는 진술 번복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분명 이번 사건의 핵심이며 사건의 실체를 감추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네티즌들이 먼저 제기되고 있는 것. 한 네티즌은 “다들 김 연구원이 피해자라는 생각에 별로 그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를 과도하게 감싸고 도는 노 이사장의 태도나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이 미즈메디병원 소속 천아무개 연구원의 논문의 사진과도 겹치는 것 등을 볼 때 김 연구원의 태도와 진술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ID 다른생각)”며 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최근 미즈메디병원이 성체줄기세포 연구팀과 손을 잡았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는데 결국 미즈메디 소속일 수밖에 없는 김 연구원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김 연구원이나 노 이사장이 손을 잡고 황 박사를 공격한다는 생각이 든다(ID send_sam)”는 입장을 밝혔다.
그를 잘 안다는 한 과학자는 “그는 출세욕이 강한 사람이다. 요즘의 논란을 보며 그가 무언가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논란이 되는 내용 중 어느 것이 거짓이고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그가 진실을 밝히는 것이 논란을 끝내는 가장 빠른 길이다”고 말했다.
34세의 김 연구원은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으로 올 9월부터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박사팀에 파견된 배아 줄기세포 배양 전문가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기 직전까지 지난 3년간 한양대 선배인 박종혁 연구원과 함께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도왔다. 현재 박사후 연구원(포스트 닥터) 자격으로 섀튼 교수와 일하고 있다.
그는 “황 교수가 최근 통화에서 올 수 있으면 셀라인(줄기세포주)을 새로 만드는 것을 재연해 보고 못 들어올 경우에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황 교수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왜 줄기세포가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검찰이 수사하면 응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