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 중국 사업자인 TNPI 권준 대표가 커피빈 본사를 인수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사정당국에 고발·신고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5월 커피 프랜차이즈업체 커피빈의 중국 사업자인 TNPI의 권준 대표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회장이 TNPI의 영업 비밀을 캐냈을 뿐 아니라 부정한 경쟁에 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권 대표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TNPI는 그 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커피빈 본사에서 열린 공개경쟁입찰에서 중국 사업권을 따냈다. 이어 커피빈 본사 CBTL 프랜차이징 LLC와 중국에서 커피빈 브랜드 매장을 10년간 운영할 수 있는 중국 독점사업 계약을 맺었다.
워낙 다양한 차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중국에서 커피시장은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카페베네’, ‘투썸플레이스’, ‘드롭탑’ 등 국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몇 년 전부터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중국 커피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중심으로 커피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 업체들도 한류 바람을 타고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커피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만큼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가장 첫 번째가 중국”이라며 “아직은 미약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TNPI로선 이 같은 중국시장을 선점한 셈이었다.
5개월 후인 그해 10월 미래에셋은 권 대표에 투자 의향을 밝힌 후 중국 커피빈 사업과 관련한 TNPI의 영업전략과 내부정보 등을 요청했고 TNPI 측은 비밀 유지를 약속받고 자료를 미래에셋에 넘겼다. 미래에셋은 자료 검토 후 TNPI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자료를 검토한 후 투자하기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 입장을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미래에셋이 미국 커피빈 본사 인수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에셋은 사모펀드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커피빈 본사를 인수했다. 미래에셋은 재무적 투자자(FI)로 지분 20%를 취득했다.
TNPI에 투자하려던 계획을 접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빈 본사 인수에 참여한 것은 시기적으로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커피빈의 주인이 바뀐 후 권 대표는 중국 사업권에 대한 계약 해지도 통보받았다. 권 대표는 “우리 회사의 영업 비밀을 토대로 미국 본사를 인수한 뒤 중국 사업권을 획득해 이익을 취하려 했다”며 “부당한 방법으로 상대방의 영업 비밀을 빼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 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TNPI 측 자료는 투자 철회 후 모두 폐기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일 권 대표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참고인 조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아직 검찰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면서 “최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지난 7월 초에는 금융감독원에 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미래에셋 일부 계열사를 주식 통정매매와 불법 시세 안정 조작 등 주가 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지난 2006년 2월 15일 미래에셋증권 상장 당시 외국계 대주주인 CDIB의 대량 매각 물량을 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사들이면서 주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상장 이틀 후인 지난 2006년 2월 17일 미래에셋생명은 CDIB가 쏟아낸 50만 주를 장내거래를 통해 사들였다. 3월 9일에는 CDIB가 내놓은 90만 주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들였다. 상장 후 한 달 동안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매입한 주식은 200만 주가량이었으며 1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CDIB 물량을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고가에 매입하면서 CDIB에 부당이득을 취하게 한 ‘통정매매(담합거래)’ 혐의, 하루 거래량의 최대 60% 이상을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매입해 주가를 지지한 ‘불법 안정 조작’ 혐의가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손실도 야기했다는 것.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당시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는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통정매매란 30초 안에 서로 비슷한 가격에 대량으로 사고파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문제가 됐다면 이미 그때 지적받았을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거래임을 강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도 “통정매매는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장내거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당시 주가가 하락한 것만 갖고 투자자 손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한때 20만 원까지 올랐다”고 억울해 했다.
권 대표가 박현주 회장을 겨냥해 사정당국에 잇달아 신고하면서 박 회장이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과 박 회장의 이미지가 최근 상당히 실추되고 있다”면서 “어느 쪽이 옳든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을 사고 있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사태가 최대한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법정싸움이 야기되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자산 44조 원에 재계 순위 27위에 올라 있는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이 커피프랜차이즈업체의 중국 사업권을 갖고 있던 한 중소업체인과 정면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