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 변호사와 윤 씨가 변호사와 수임 브로커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음을 말해 주는 것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DJ정부 시절 대검 차장과 법무부 차관까지 지낸 김 변호사가 과연 어떠한 사건을 수임했고, 본인 이름으로 선임계를 내고 수임한 사건 중에는 윤 씨가 연관된 사건이 얼마나 있는지 추적해 보았다.
김 변호사의 사건 수임 내역을 확인한 결과, 김 변호사는 지난 2003년 4월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주로 DJ정부 인사들이 연관된 굵직한 형사 사건을 도맡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변호사는 2003년 5월 22일 계약 체결 대가로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규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건을 수임했으며, 5월 30일에는 월드컵 휘장 사업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집 전 월드컵조직위원회 사업국장 변호를 맡았다.
6월 7일에는 서울지방국세청장 재직 당시 기업체로부터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항소 사건을 수임했다. 6월 13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와 최재승 전 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한전석탄납품비리’ 사건을 수임했다.
또한 9월 3일에는 현대로부터 150억 원의 비자금 사건을 맡아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변호를, 같은 달 25일에는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 사건을 수임했다. 12월에는 썬앤문그룹에 대한 세금감면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영래 전 국세청장을 변호했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는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다.
2003년 변호사 개업 이후 김 변호사가 공식적으로 단독 혹은 공동으로 수임한 사건은 예상외로 적다. 총 수임 사건은 26건. 특히 2004년 이후에는 수임 사건은 8건에 불과하다.
검찰에서 김 변호사가 윤 씨를 통해 수임했다고 밝힌 센텀파크 공사 현장의 인부 사망 사고 건은 김 변호사 이름으로 수임한 사건 내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변호사의 이름으로 사건을 수임했거나, 진 씨의 형집행정지건의 경우에는 아예 검찰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건 수임료를 받고도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김 변호사가 ‘법정외 변론’을 한 셈. 공식 변호는 다른 변호사에게 맡긴 뒤 검찰이나 재판부와 개별적으로 접촉한다는 명목으로 수임료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 씨의 형 집행정지건 수임의 경우에도 검찰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수임료를 받았기 때문에 만약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탈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김 변호사 이름으로 된 수임 사건 중 윤 씨가 연관된 사건은 김 변호사가 지난 2003년 6월 수임한 사건(서울○○지법 2003초적○○○○). 김 변호사는 인천공항의 군 발주공사 금품 비리로 구속된 신택균 예비역 소장(전 국방부 시설국장) 등 전·현직 장성 6명의 구속적부심사 변호를 맡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인천공항 군 발주공사 비리 사건은 윤 씨가 당시 내연녀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강순덕 경위에게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발단이 된 사건인 것. 윤 씨와 강 경위는 당시 내연 관계를 맺고 있던 사이. 또한 윤 씨는 그 당시 김 변호사 사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검찰 공소장에도 윤 씨가 비리 사건이 터지기 직전 김 변호사 사무실을 드나들었다는 대목이 적시돼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씨는 강 경위에게 비리를 제보하기 전에 현대건설 전 임원이 국방부가 발주한 인천공항 외곽경계공사와 관련, 군 장성과 금전 거래를 한 정황을 미끼삼아 공모자 이 아무개 씨와 함께 현대건설로부터 9억 원을 받았는데 그 중 2억 5000만 원을 받은 곳이 김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김 변호사가 강 경위 수사 사건 피의자 변호를 맡은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이야기다.
단언할 수 없지만 결과와 상황 전개만을 놓고 본다면 윤 씨가 강 경위에게 수사 제보를 한 뒤 사건이 커지면서 군 관계자들이 구속될 상황에 이르자 자신의 군 인맥을 통해 구속 예정인 장군들에 접근했고, 자연스럽게 윤 씨를 통해 김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을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