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로 인해 남자 연예인의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는 연예계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 흔한 루머 역시 연예인의 아내들까지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연예인 아내는 남편 내조 잘하고 2세 양육에 헌신적인 현모양처로만 비춰지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철옹성 안에 꽁꽁 숨겨진 연예인 아내의 이야기가 은밀히 연예가에 떠도는 계기는 대부분 이혼이다. 어느 남자 연예인이 이혼했는데 알고 보니 아내가 이러저러한 대단한 여성이었다는 식의 루머가 바로 그것. 살아 있는 연예가 뒷얘기가 유통되는 유흥업계에서도 이런 소문들을 몇몇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삼동 소재의 한 룸살롱 마담의 이야기다.
“연예인들의 이혼 이유가 하나같이 ‘성격차이’라는데 그걸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습니까. 남자 연예인 A가 이혼할 때에도 매스컴에선 성격차이라고 조용히 넘어갔지만 이 바닥에선 소문이 엄청났습니다. 심지어 A가 이혼 소송 당시 어느 룸살롱에서 만취해서 전처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담은 넋두리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뭐 전형적인 이야기죠. 방송을 위해 바쁘게 지내고 술자리도 많고 해서 집안을 잘 못 챙겼는데 그러는 사이 아내가 바람이 난 거죠. 바람이 나서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않던 전처가 엄청난 재산분할과 양육권을 요구하니 소송까지 간 거구요. 정말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재산을 조금 더 주면 양육권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결국 상당한 재산을 주고 아이들 양육권을 지켰다는군요. 그런데 매스컴에선 그냥 성격차이라니 안타깝죠.”
사실 유명 연예인의 아내로 살아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연예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얘기를 자주 한다. 연예인의 아내가 되는 순간 이미 그 역시 연예계의 일원이 된다. 결혼 전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도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이 아닌 유명 연예인 누구의 아내가 돼 있다. 연예인 얘기라면 무조건 궁금해 하는 주변인들에게 무슨 이야기이건 하나라도 하면 금세 ‘연예인 누구의 아내한테 들었는데~’라며 얘기가 나돌게 된다. 그러니 언제나 조심해야 하고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을 달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으로 결혼 생활이 파탄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한 연예관계자의 말이다.
“가만히 보면 부인 측에 결혼 생활 파탄의 책임이 있는 경우가 꽤 있어요. 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이혼의 경우 연예인인 남편 측이 오히려 위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재산분할로 큰돈을 떼주고 이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나마 이혼하는 과정이 시끄러우면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이혼 소송을 제기해서 법정에서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하고 그냥 원하는 만큼 다 주고 합의이혼한 남자 연예인들도 많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 정말 분통터지죠.”
유흥업계에선 속아서 결혼한 남자 연예인도 여럿 된다고 얘기한다. 소개해준 지인의 말만 믿고, 또는 자신 앞에서만 착한 척하는 여성의 연기력에 속아서 결혼했다가 나중에야 부인의 실제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이혼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가는 스타들의 경우 오히려 세상 물정에 어둡기 때문에 이처럼 속아서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가수 B와 결혼했다가 신혼부부라는 이름표를 채 떼기도 전에 이혼한 여성이 있다. 결혼식을 가질 당시 이미 B의 전처는 임신 중이었고 결혼해서 출산할 즈음까진 별 문제가 없었지만 2세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으며 이내 이혼했다. 이들 역시 공식적인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다. 논현동 소재의 텐프로 업소 사장의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 바닥 출신이에요. 텐프로 업계에선 나름 소문난 에이스였다는데 클럽에 놀러갔다가 B를 만나서 원나잇을 즐겼는데 덜컥 임신이 된 거죠. 텐프로 에이스들의 공통점은 전혀 이 바닥 애들 같지 않다는 거예요. B도 당연히 평범한, 그렇지만 잘 노는 여성인 줄 알았겠죠. 소문에 의하면 애 낳고 얼마 안 돼 이쪽 출신이라는 게 들통이 났대요. B는 속아서 결혼했다고 분노했고 여자 쪽에선 아는 언니의 부탁으로 몇 번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맞섰고 그렇게 싸우다 이혼했다는군요.”
물론 이 경우에도 B의 부인은 상당한 재산을 분할받았으며 양육권까지 가져갔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 조용한 이혼을 위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냥 합의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뭐 그것도 연예인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