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 | ||
검찰은 제이유가 제품 유통마진의 최고 250%를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등 ‘불가능한 수당 약속’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잠정 추계된 피해자 수만 무려 35만 명에 달하며 피해금액은 2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검찰은 탈세 혐의와 함께 주 회장과 회사관계자들의 법인 공금 횡령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경제 사기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제이유 사태, 자칫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제이유 그룹과 관련 각종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미 지난해 말이었다. 유동성 위기를 겪어 오고 있던 이 회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진상 파악에 나서면서 이 회사에 대한 각종 의혹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탄원도 봇물 쏟아지듯 이어졌다. 수 개월간 조사과정을 거친 공정위는 제이유 그룹에 대해 94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이유 그룹은 독특한 방식의 다단계회사로 유명하다. 물건을 사면 바로 현금을 주는 방식이 그것. 예를 들어 10만 원의 물건을 구입하면 매일 3000원, 100만 원을 구입하면 매일 3만 원을 통장에 입금해 주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에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독특한 마케팅 기법에 현혹된 소비자들은 회사 내에서 ‘수당’이라 부르는 포인트를 더 많이 얻기 위해 거액의 재산을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이유 그룹은 2002년 시작된 이러한 마케팅을 통해 불과 4년여 만에 35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제이유 측은 오는 6월까지 밀린 ‘수당’을 모두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당이 모두 지불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수사에 착수해 가장 놀란 것은 이미 제이유 그룹이 자본잠식이 심각해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밀린 수당을 지불하겠다는 주 회장의 약속은 지켜지기 이려울 것 같다”며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제이유는 상장회사인 세신 등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와 함께 석유탐사 회사인 지구지질정보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MBC
사태가 악화되면서 ‘제이유 괴담’도 돌고 있다. 국내 최대 다단계업체인 제이유 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그룹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관계 고위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각계 고위인사들의 명단이 ‘로비문건’으로 둔갑해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시중에 떠돌고 있는 이 명단은 제이유 그룹에 사업자이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검찰은 제이유 그룹의 전방위 로비설에 대해서는 “수사 대상과 방향이 아니다”라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각계 유명인사들 다수가 제이유와 사업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이 회사의 홍보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아나운서 출신의 박용호 전 의원이 올해 초 부회장으로 취임한 것을 비롯, 박세직 전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이 자문위원회 고문, 서한샘 전 의원이 자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제이유에 거액을 투자한 사업자로도 소개되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 외에도 김강자 전 경찰총경과 탤런트 견미리 씨 등도 사업자로 제이유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중 만난 제이유의 한 전직 고위 간부는 “제이유 그룹에서 자문위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현직 고위 인사는 25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제이유 그룹과 사업자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 이들 중에는 수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자문위원 중에는 국정원, 청와대 인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주 회장의 마케팅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일부에서는 제이유가 이처럼 단시간에 급성장한 데에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들 호화 멤버의 자문위원들이 단지 주 회장의 말을 믿고 돈을 벌기 위해 참여한 또 다른 피해자들인지 아니면 피해 규모가 2조 원이 넘도록 불어나는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앞으로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