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이 대한민국 최고가 주택으로 ‘공인’됐다. 아래는 지난해 3월 농심가와 조망권 다툼을 벌이던 당시 공사중인 자택 모습. | ||
2위는 지난해 3위였던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의 흑석동 자택이 꼽혔고 5위는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의 한남동 자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주택, 그리고 소유자들의 면면을 알아봤다.
국내에서 가장 비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은 서울 용산 이태원동 135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대지면적 646평에 연건평 1040평. 이 주택은 지난해 공시지가보다 10억 7600만 원이 오른 85억 2000만 원에 공시지가가 결정된 것으로 발표됐다. 통상 공시가격이 적정시가의 8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은 1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이 건물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지난 2002년 4월에 착공해 웬만한 아파트의 공기에 버금가는 2년 3개월간 공사를 한 결과 2004년 7월 완공했다. 이 회장은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005년 5월 입주했다. 지하 2층ㆍ지상 2층 구조인 이 집은 첨단 방재ㆍ방범 시설과 함께 영상회의실과 체육관, 접견실 등 규모나 용도 등이 웬만한 빌딩 못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주택은 공사단계에서부터 구설수도 많았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조망권 침해와 소음 등으로 이웃인 신춘호 농심 회장 일가와 법정소송(<일요신문> 669호 참조)까지 간 일도 있었고 지난해 여름에는 ‘빗물 누수’, ‘부실 시공’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이 회장이 이 집에 입주한 이후 안방 천정에서 누수가 발생했음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몰고 왔던 것. 당시 이 사건은 ‘도급순위 1위인 삼성물산의 시공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으로 번지며 재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이 주택 외에도 두 채의 주택을 대한민국 최고가 주택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3위를 차지한 주택은 중구 장충동 1가의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다. 토지면적 836평에 건물 연면적은 304평. 공시가격만 71억 원인 이 단독주택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이태원동에 전통 한옥인 승지원을 마련,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집이다. 이 전 명예회장의 사후 한때 이재현 CJ 회장이 이 전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와 삼성가의 맏며느리이자 모친인 손복남 씨를 모시고 살았던 곳도 바로 이 집이었다. 그러나 삼성가가 본격 출발한 성지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집은 현재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0년대 당시 삼성문화재단으로 잠시 소유권이 넘어갔던 것을 1977년 이건희 회장이 다시 사들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4위를 차지한 단독주택은 1위에 오른 이 회장 집의 부속건물이었다. 지번이 달라 서로 다른 공시지가가 매겨졌다. 연건평 965평에 달하는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69억 1000만 원이며 이 회장은 이곳을 거주 겸 집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확인 결과 1위와 4위를 차지한 이 두 채를 포함한 이 회장 자택의 토지와 건물 모두가 이 회장 본인 명의의 재산은 아니었다. 등기부상으로 확인한 결과 두 채의 건물은 모두 소유주가 이 회장 본인이었지만 600평이 넘는 대지는 장녀 부진 씨(신라호텔 상무)가 456평, 차녀 서현 씨(제일모직 상무보)가 190평을 서로 나눠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의 주택을 소유하다보니 이 회장이 내야하는 부동산 보유세도 상당한 금액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2006년 바뀐 세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세 주택에 대해서만 보유세를 낸다고 가정해도 올해 4억 6800만여 원(재산세 5554만 원, 종합부동산세 3억 3471만 원 등) 이상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건희 장충동 주택 | ||
방 사장 소유의 이 집에는 현재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조선일보 회장을 지낸 방일영 전 회장이 사망한 이후 이 집에는 현재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인근 주민은 “이 집에는 현재 아무도 살지 않고 가끔 행사나 귀빈 접대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으로 동네 사람들은 알고 있다. 관리인이 있기는 하지만 드나드는 사람도 거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방 전 회장이 살아있을 당시 수천 평이 넘는 이 집에는 노루가 뛰어논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주택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실제 60년대 이곳에 처음 터를 잡았던 방일영 전 회장은 당시 이곳을 전원주택용으로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얼마 전까지도 이 주택 안에는 테니스 코트와 수영장 등 전원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주인 방상훈 사장은 방 전 회장의 사후 자택 내의 모든 시설을 철거하고 건물 2동과 주차장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녹지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방상훈 흑석동 주택(위), 서영배 한남동 주택.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서 회장의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67억 4000만 원. 775평 규모의 토지에 연건평 143평짜리인 서 회장의 자택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가 운영하고 있는 리움 미술관으로부터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게다가 인근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자택과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 자택 등도 둘러서 있다. 태평양 그룹의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이 1972년 사들여 만든 이 집은 2002년 서 전 회장의 장남인 서영배 현 회장에게 증여됐다. 그러나 이 집의 소유자인 서 회장의 현재 주소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으로 되어 있어 이곳에 실제 살고 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정문과 후문이 나란히 배치된 형태의 이 주택은 입구에 관리실과 기계실로 쓰이는 건물 한 채와 함께 정원, 그리고 본채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올해 발표된 건설교통부의 공시지가에서는 가장 비싼 단독주택 5위의 순위가 지난해와는 다소 바뀐 사실이 눈에 띈다. 지난해의 경우 1, 2위가 모두 이건희 회장 소유의 단독주택이었다. 1위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이태원동 자택이었다. 공시지가 74억 4400만 원. 2위는 이 회장이 소유한 장충동 자택으로 당시 공시지가는 65억 8000만 원이었다. 그리고 올해 2위를 차지한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의 자택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3위를 차지했었다.
4위는 성북동에 위치한 상원토건 김성필 회장이 종교단체에 기증한 주택이었으며 5위는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고 박정배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철완 씨 소유 자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 5위를 차지한 두 단독주택은 올해 조사에서는 ‘랭킹 5’에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나 지역별 지가가 차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