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우석 지지자들이 지방선거 정국에서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황우민족연대’ 사무실 전경(위)과 지지자들의 시위 합성 사진. 오른쪽은 ‘황우석 특허수호를 위한 선거이슈화 전략’ 문건. | ||
이들은 지자체단체장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 전국적으로 독자 후보를 출마시켜 황 전 교수의 연구재개 허용 및 줄기세포 특허권 확보를 촉구하는 등 ‘황우석 파동’을 정치쟁점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장 후보에는 황우연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태영 전 중앙승가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고 전국 시·도에도 최대한 많은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다.
강남구청 사거리 부근에 사무실(120평 규모)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황우연대는 선거 이후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른바 ‘황우석 정당’ 창당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일요신문’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황우석 특허수호를 위한 선거이슈화 전략’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황우연대 측이 작성한 이 전략 문건은 A4 용지 9매 분량으로 △황우민족연대 출범 취지 △선거이슈화 기본 전략 △선거기간 홍보전 실천가이드 △선거 판세 분석과 예측 시나리오 등이 자세히 적시돼 있다.
문건은 황우연대 출범 취지와 관련해서 “특허 강탈을 위해 매국적 음모가 진행되고 있고 대한민국의 국운이 위기에 처함에도 불구하고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해야 할 기득권이 새튼의 특허 강탈에는 어떤 대책이나 노력도 없이 또다시 국민의 표를 요구하고 있다”며 “‘황우민족연대’는 황우석을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자의 연대이며 후보자들끼리 조직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거이슈화 기본 전략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선거운동 방법들이 나열돼 있다. 황우연대 측은 “황 박사는 정치세력의 희생양이기 때문에 이번 문제는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며 “후보 출마는 선거 국면을 통한 정치적 승부수”라고 주장했다.
문건은 이슈화 전략을 ‘독자후보 출마론’(1단계) ‘무소속 후보 지지론’(2단계)’ ‘참여후보론’(3단계) 등 모두 3단계로 세분화시키고 있다.
‘독자출마론’은 황 박사의 연구재개를 바라는 여론이 80%에 달하는 만큼 이번 선거기간에 독자 후보를 내고 ‘황우석 파동’을 이슈화시켜 이러한 사실을 언론이 보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논리다.
‘무소속 지지론’은 황우연대가 독자 후보를 내 분위기를 주도한 뒤 무소속 후보들에게 공식 공약 문건을 통해 황우석 지지 의사를 표명하도록 이끌고 이들을 황우연대에 정식 가입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독자후보에 무소속 지지 후보가 합세할 경우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황우연대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황우연대 측은 자신들의 독자 후보는 당선을 목표로 뛰지 않는 비정치인이기 때문에 무소속 후보와의 연대가 가능하며 이들과의 제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홍보활동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 ‘참여후보론’은 선거기간 중 나중에 황우석 지지 의사를 밝히는 후보들을 지원하고 이들을 황우연대에 합류시켜 ‘황우석 복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문건은 기존 정치권에 황우석 사태의 책임이 있는 만큼 ‘(특정) 정당 후보 지지’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당 차원에서 ‘황우석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당에 관계없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며 기존 정당과의 ‘전략적 연대’의 길도 열어놓고 있다.
또한 이번 선거 판세와 관련해서는 “현 정치세력은 보수를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진보를 대표하는 열린우리당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양당 구도에 균열이 가고 있다”며 “군소 정당이 다시 새롭게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으며 충청도를 중심으로 국민중심당과 전라도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이 지난 DJP연대처럼 연합할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황우연대 측은 “이런 판세가 가시화된다면 ‘백제권’ 전체가 황우석을 지지하는 지역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며 “수도권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케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우연대 측 선거 출마자(독자후보)로는 이태영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서울 강남구청장(민경대 강릉대 교수)과 강동구청장(강태호 삼육대 외래교수), 경북 김천시장 (김정국씨) 등의 후보는 이미 내정된 상태. 황우연대 측은 후보 등록 마지막 날(17일)까지 최대한 많은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덫에 걸린 황우석’의 저자 고준환 경기대 교수를 비롯한 황우석 지지 교수협의회 소속 40여 명의 교수들 또한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우연대는 이번 선거 결과를 지켜본 후 정치단체 결성 등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황우연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지원하는 후보가 당선되거나 높은 지지율을 받게 될 경우 민족운동 차원의 시민단체를 결성할 수 있고 나아가 정당 창당 등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무실 운영비 및 후보자 기탁금(광역단체장 5000만 원) 등 선거비용은 개인 회원들의 자발적인 회비로 충당하고 있고 5월 19일 출판사인회를 열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황 전 교수와의 교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황 전 교수가 지지자들에게 간접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적은 있으나 선거이슈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혀 입장 표명이 없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황우석 배후조종설’을 일축했다.
‘황우석 파동’과 관련, 검찰은 지난 11일 황우석 교수 등 관련자들을 불구속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황우연대를 중심으로 한 황우석 지지자들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선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5·31 지방선거의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