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와 같은 학원의 성격이 순수 모델 양성 학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여러 가지 정황에 있다. 직간접적으로 여기에 관여했던 사람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이 학원 출신으로 얼마 전까지 JMS 모델부에서 활동했던 A 씨(여·20)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나체 차림으로 정 씨에게 보낼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그것을 본 정 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P 사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JMS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JMS와 정 씨를 둘러싼 여성 신도 성추문 사태는 갈수록 그 의혹이 더 짙어만 가고 있다.
‘순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으로 밝고 건전한 패션문화 정착과 인성교육을 더불어 모델의 수준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모델 지망생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지난 1990년 M이라는 명칭으로 설립한 모델학원 P 사에서 밝히고 있는 기본 이념이다. P 사는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에는 미스코리아 출신인 Y, L 씨 및 유명 모델 출신 K, J 씨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단체가 JMS라는 한 종교단체의 포교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은 그간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과거 JMS 예술단에 몸담았다가 탈퇴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순수 모델 양성 기관이라는 학원 측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기자는 얼마 전 “기독교 교리 내에서 저렴하게 모델교육을 시켜준다는 말에 혹해 고등학생 딸을 보냈다가 큰일 날 뻔 했다”는 한 학부모의 제보를 접했다. 취재 결과,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들은 상당수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P 사 등은 JMS라는 단체를 숨긴 채 예술문화 활동을 내세워 청소년 및 대학생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성교육을 받으면 수강료를 할인해준다느니, 제대로 된 모델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느니 하며 아이들을 끌어 모으는데 후에 받게 되는 인성교육이란 게 바로 ‘JMS의 30개론’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P 사와 관련, 정 씨를 위한 ‘기쁨조’ ‘성상납 대상자 물색 단체’ ‘키 크고 예쁜 애들을 현혹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모델수업 받는데 종교 교리와 같은 30개론이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월명동 행사’와 같은 내부 잔치나 자원봉사 활동, 단체를 알리기 위한 무료 공익행사에도 모델을 꿈꾸며 모여든 여성들을 마구 동원했다”며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정 씨의 입맛에 맞는 여성들을 발굴, 조달(?)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비난했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만난 A 씨(여·20)가 전하는 JMS 예술단 및 P 사에서의 활동 체험담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대학생이 된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꺼내보거나 JMS 관련 뉴스를 접할 때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밝혔다.
A 씨는 “P 사 등은 말이 모델학원이지 실제로는 정 씨를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일 뿐 결코 정상적인 모델 양성기관이 아니었다”라고 단언했다. 그녀와 JMS의 ‘악연’은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에 재학할 당시 소위 ‘길거리캐스팅’을 당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엔 JMS가 뭔지도 몰랐다. 그냥 ‘공인된 단체며, 좋은 취지로 끼있는 학생들을 발굴한다’고 하니 호기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는 예쁜 친구들에게 교실까지 들어와서 설득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일단 P 사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서서히 JMS와 정 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다는 것. A 씨는 “30개론은 성경에 대한 풀이에서 시작하다가 포인트가 서서히 교주인 정 씨에게로 집중된다”고 전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서서히 이 단체에 빠져들게 되고 응원부, 모델부 등의 예술단에서 활동하게 된다는 것.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 씨는 “고1 때 비키니 사진은 물론 동영상까지 찍었다. 정 씨에게 보내기 위한 것임을 당시에도 알고 있었다”고 고백, 충격을 던졌다. 실제로 A 씨는 정 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 통화내용을 일기장에 기록해 놓을 정도로 흥분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여자애들에게 정 씨는 때론 선물 공세도 하고, 상당히 노골적인 말들을 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기자는 이 같은 여러 제보자들의 증언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P 사 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P 사의 한 관계자는 ‘모델부가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성상납의 중심에 있다’는 제보에 대해 “P 사는 순수한 목적으로 결성된 단체”라며 “떠도는 루머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꿈 많은 청소년들에게 모델의 기회를 제공해왔고 나가서 모델의 꿈을 펼치려고 하는 많은 회원들에게 하나님 안에서 영광 돌리며 모델로서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현재까지 제보자들의 잇따른 증언과 이에 대한 P 사의 반박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제보자 측은 “만약 우리의 증언이 허위 사실이라면 P 사는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P 사는 “사실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피해여성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앞으로 정 씨를 둘러싼 성추문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