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하게 월드컵 직격탄을 맞은 곳은 룸살롱이다. 요즘 테헤란로 인근에서 가장 잘나가는 하드코어 룸살롱인 C 업소의 경우 토고전이 열린 13일 평소의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손님이 들었을 뿐이다. 게다가 경기가 진행된 10~12시 사이에는 한두 개의 룸에만 손님이 있었을 뿐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국전이 없는 날에도 일정 부분 월드컵의 영향이 계속돼 6월 들어 10~20%가량의 손님이 줄어들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업계의 눈물겨운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강남의 한 룸살롱은 토고전에 맞춰 인근 호프집을 통째로 빌려 단골손님들을 초대해 맥주와 안주를 무료로 제공하며 월드컵 단체 응원을 주도했다. 나가요 걸들이 섹시한 의상으로 서빙에 나서 경기가 끝난 뒤 자연스럽게 룸살롱에서의 2차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 또한 길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지역 인근의 몇몇 룸살롱은 토고전 당일 나가요 걸을 직접 길거리 응원에 내보내 호객행위를 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일부 남성들 가운데는 월드컵에 다들 들뜬 분위기를 노려 윤락업소를 일부러 찾는 경우도 있다. 장안동 퇴폐 남성 휴게텔에서 일하는 한 윤락 여성은 “월드컵 첫 경기 시간인데 찾아 오는 손님이 있더라. 기다리지 않아서 더 좋다면서. 덕분에 나는 토고전을 놓치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장안동의 한 윤락업소 업주는 “2002년에도 한국전이 열리는 시간에 업소를 찾은 손님이 있었다. 오는 손님들을 막을 수 없어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윤락업소는 소위 성매매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별다른 이벤트가 이뤄지기 어렵다. 축구 경기를 보며 성매매가 이뤄질 수는 없기 때문. 이런 까닭에 장안동 일대 퇴폐 남성휴게텔이나 테헤란로 일대 퇴폐 안마시술소 등 대부분의 윤락업소들은 정상적인 분위기에서 월드컵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 비해서는 확실히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다.
일부 윤락업소에서는 나름대로 월드컵 분위기를 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그들이 준비한 아이디어는 윤락여성들이 야한 월드컵 응원 복장을 입고 룸에 들어가는 것. 길거리 응원 현장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서 윤락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다.
일부 ‘나이트족’들은 “월드컵 기간이 나이트클럽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시기”라는 말을 한다. 실제 30대 초반의 직장인 김 아무개 씨는 “지난 토고전은 내 생애 최고의 축구 응원이었다. 한국이 16강 이상 진출해 다시 한 번 밤 10시에 경기를 치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강남 소재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토고전을 응원했다는 김 씨는 이날 나이트클럽에서 축구 경기 단체 관람 및 응원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여성인 탓에 남성 희귀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 김 씨는 남녀 비율이 2 대 8 정도라 부킹이 원활했고 결국 마음에 드는 여성과 2차를 나갔다고 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평소에도 남성 희귀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물 나이트클럽의 웨이터 제임스딘은 “남성 손님들의 경우 외국 경기에도 관심이 많아 이를 시청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에 오는 이들이 급감했으나 여성 손님은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6월 내내 여성 손님이 훨씬 많아 남성 손님들이 대접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