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그룹 본사 건물. 인물사진 왼쪽은 잠적한 주수도 회장, 오른쪽은‘주 회장의 분신’ 박용호 부회장. | ||
그런 가운데 지금 주 회장을 대신해서 JU의 회장 역할을 맡고 있는 ‘2인자’가 국회의원을 지낸 박용호 부회장인 것으로 밝혀져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지난 2월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부터 회사 내에서 ‘주 회장의 분신’으로 통할 정도로 실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JU 사태가 터진 이후 주 회장의 인맥과 관련, 숱한 인사가 언급됐지만 막상 박 부회장이 전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다. 회사 주변에서는 “잠적한 주 회장이 박 부회장과는 회사 문제 등을 상의하기 위해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자가 지난 6월 28일 그룹 본사를 방문했을 때 회사 안팎에서는 보안과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도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 동부지검은 이날 이용성 JU네트워크 전 대표이사와 박문태 JU백화점 대표 등 그룹 관계자 3명에게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룹의 주요 실세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오른 지금, JU는 사실상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주 회장이 결국 검찰에 구속될 경우 JU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회사 주변에서는 “문제없다”는 얘기가 나와 기자를 어리둥절케 했다. “주 회장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박 부회장이 있다”는 것이다. “주 회장의 신상에 설사 문제가 생기더라도 현재처럼 박 부회장 체제로 가면 아무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박 부회장은 KBS아나운서협회장과 한국아나운서연합회장을 역임하면서 상당한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인천 서구·강화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유명 아나운서와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올해 2월부터 JU의 부회장직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의 영입은 서한샘 전 의원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 5개월간 주 회장의 최측근에서 회사경영 및 마케팅에 관련된 업무들을 익히고 그를 보필해왔다고 한다. 또 회원들에게 강의를 하는 동시에 전국의 영업장을 둘러보고 사업주들을 격려하는 업무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간 JU가 사회 저명 외부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는 탄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강자 전 총경과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서한샘 전 의원, 부장검사 출신의 이영세 씨 등 ‘내로라’하는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영입돼 직간접적으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그룹이 기획조정실을 재정비하고 화술과 전략개발에 역량이 기대되는 박 부회장을 영입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다단계 회사들이 검찰의 철퇴를 맞았음에도 포인트 마케팅 업체의 원조격인 JU가 검찰 수사망을 피해 매번 ‘회생’한 점과 관련, 주 회장의 인맥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룹 내부 관계자들도 박 부회장이 주 회장을 대신하는 그룹 내 2인자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단순한 자문위원이나 홍보대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 수사로 구설수에 오르자 한때 언급되었던 많은 유명 인사들이 JU를 떠난 지금도 박 부회장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의 정치권과 방송문화계 전반에 걸친 인맥이 여전히 상당하다고 전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 그의 후원회장은 아나운서계의 대부로 불리는 김동건 씨였다. 또한 그는 현재 고건 전 총리를 지원하는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 25일 주 회장이 JU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접한 박 부회장은 “최고경영자의 비장한 의지에 숙연해진다”며 주 회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나타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타깝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는 심정을 토로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전언.
주 회장의 외부 활동이 차단된 현재 경영진과 회원들은 박 부회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에도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 또한 박 부회장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과연 박 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검찰은 “여러 각도에서 모든 임원 및 주요 관계자는 다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박 부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내에서도 박 부회장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회사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는 있지만 업무를 맡은 지 5개월에 불과해 아직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해서는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즉 문제가 있은 시점 이후의 영입 인사라는 뜻이다. 또한 “박 부회장은 회사의 회계 관리는 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그룹의 위기상황에서 박 부회장이 ‘회장 대행’으로 부상함에 따라 갖가지 의혹들도 제기된다. 우선 그는 현재 주 회장과도 은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룹 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JU 사태 해결 방안 및 절차 등에 박 부회장이 특별조언을 해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님은 절대 잠적한 것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변호인단도 회장님의 거처를 모른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갔는데 그게 말이 되는가. 변호인단 및 고위 임원급과는 연락을 취하고 있는 걸로 안다. 조만간 출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과 물밑에서 교류가 오갈 수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룹의 실세들이 줄줄이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부회장만큼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도 추측이 무성하다. 박 부회장의 탄탄한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점에서부터 실제로 박 부회장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까지 다양하다.
회사 사정상 박 부회장과의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대신 그룹 고위 관계자가 기자의 질문에 입장을 대신했다. 이 관계자는 “곧 검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회사는 박 부회장 체제로 흔들림 없이 갈 것이다. 수많은 회원들은 주 회장의 결백을 굳게 믿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