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으로 돌아온 이후 조 씨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2004년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 인근에 전라도 토속향토음식점을 개업해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조 씨의 근황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 씨의 ‘은둔’에 가까운 생활이 이어지면서 건강 이상설 및 불화설, 이민설, 전업설, 심지어 조직재건설 등 갖가지 루머들만 난무했었다.
지난 11일 기자가 삼정호텔 인근에 찾아갔을 때 조 씨가 운영하던 향토음식점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성인PC방이 들어서 있었다. 확인 결과 조 씨는 지난 3월 1일부로 요식업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 조 씨의 식당은 ‘보스’ 출신이라는 조 씨의 유명세에 더하여 서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전라도 전통 손맛이 담긴 음식을 맛볼수있다해서 한때는 일반인들은 물론 유명인사와 연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대박집’으로 통하던 식당을 조 씨가 2년 만에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근황 취재를 위해 조 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의 휴대폰은 매번 꺼져 있었다. 대신 11일 오후 그의 부인 김소영 씨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처음 김 씨는 “언론에 남편 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용히 살게 내버려두라”며 인터뷰를 극구 거절했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의혹을 갖거나 색안경을 끼고 ‘짜깁기’ 식으로 오도하는 언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도 나타냈다. 그러나 설득 끝에 그는 조 씨의 근황 및 앞으로의 계획, 또 평범하지 않은 남자의 부인으로 11년째 살고 있는 자신의 속내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털어놨다.
우선 식당을 접은 이유에 대해 김 씨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장사가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잘 되다가 점점 장사가 신통치 않았다. 주변에서 ‘요식업이라는 게 항상 잘되는 게 아니니 이 정도에서 접는 것이 낫겠다’고 해서 그만두게 됐다”는 것.
현재 이들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별거’ 중인 듯했다. 그러나 세간의 ‘불화설’처럼 부부간의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조 씨의 건강 때문이라는 것이 김 씨의 얘기다. 조 씨는 현재 췌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경기도 인근과 지인이 있는 지방을 오가며 요양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남편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다.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데다가 식당일이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터라 많이 지친 모양이더라. 집에는 어린 딸아이가 있어 번잡할 것 같아 편히 쉴 수 있도록 요양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꽤 오랫동안 조 씨와 통화가 안 된다는 말에 김 씨는 “나 역시 남편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될 수 있으면 전화를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섣부른 추측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리도 여느 부부처럼 가끔 싸운다. 특히 남편과 나는 완전히 상반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라 부딪치는 일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그때마다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잠시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 방법을 택한다”며 “위기 때마다 각자 시간을 갖고 반성했던 것이 지금까지 부부의 연을 이어오게 하는 또 다른 힘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민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안 그래도 국내생활을 조금씩 정리하는 중인데 때마침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그간 이민을 심각히 고려해왔다. 현재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일단 남편이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고,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어느 정도 한국문화를 익히도록 해준 다음 떠날 생각이다. 우리 부부는 한국사회의 시선이 몹시 불편하다. 이민을 아이 교육문제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2~3년 내에 이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미 캐나다와 호주 등 여러 나라를 물색했는데 정통 영어교육이 가능하고 절제된 문화와 생활방식을 갖춘 영국이 가장 유력할 것 같다는 말로 보아 조 씨 가족의 이민은 사실상 큰 윤곽이 잡혀 있는 듯 보였다.
세간의 여러 의혹들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하던 김 씨는 ‘조직재건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말도 안 된다. 남편은 자신을 바라보는 검·경의 시선을 알고 있다. 남편이 바보도 아닌데 지금 나이에 이 상황에서 다시 조직을 만들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라고 일축하는 한편 “나에게 표시는 안 하지만 예민한 남편에게는 검·경이 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강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앙에 의지해 투병 생활 중이라는 조 씨와 그런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부인 김 씨. 어쩌면 이들 부부의 가장 큰 소망은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