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네티즌이 자신이 구입한 제189회(7월 15일 추첨) 로또복권 사진(사진1)을 인터넷에 올리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의혹이 삽시간에 퍼지게 됐다.
이 네티즌은 지난 7월 14일 강남역 부근 편의점에서 연속으로 구입한 로또복권 두 매를 비교하면서 그중 한 복권의 뒷면에 찍힌 두 개의 9자리 번호가 정확하게 1억이 차이가 난다며 의도적인 조작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 복권의 뒷면 ‘TSCN NO. EC’란에 찍힌 번호는 ‘858254638’과 ‘958254639’. 통상 로또복권 뒷면에 찍힌 번호는 연속되는 일련번호라는 점에서 의아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선 로또 용지 뒷면에 번호가 찍히고 유통되는 과정을 보자. 복권시스템사업자인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에 따르면 로또 뒷면에 찍힌 번호는 배송 추적을 위한 고유 번호다. 이를 TSCN(Tick
et Stock Control Number)이라 부르는데 일반 로또복권점으로 유통되는 복권 용지의 수량 등을 컨트롤하는 번호의 개념이라는 게 KLS 측의 설명이다.
현재 복권점 등에 배부하는 복권 용지 뒷면에는 용지를 제작하는 ‘엘아이앤지’사에서 9자리의 번호(TSCN)가 새겨진다. 넘버링 헤드라는 기계에 로또 용지를 삽입시킨 후 기계가 원을 그리고 회전하는 과정에서 넘버링 헤드 안에 있는 9개 넘버링 판에 잉크를 흘려주는 롤이 잉크를 묻혀 용지에 번호가 찍히게 된다. 이 번호는 999999999부터 111111111순으로 용지에 인쇄되는데 위쪽에 찍힌 번호의 다음 번호가 아래 부분에 찍히게 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1억 단위나 차이가 생긴 것일까. 국민은행과 KLS 측은 “복권 용지 인쇄 오류”라는 입장. 국민은행 복권사업부 관계자는 “KLS 측에 확인한 결과 넘버링 기계의 고속 회전으로 인한 진동 때문에 맨앞자리 숫자판이 9에서 8로 한 자리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1억 개의 번호를 건너뛴 것이 아니라 원래 앞자리 수가 9로 인쇄되다가 중간에 기계 오류로 8로 바뀌고 나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KLS 관계자도 “일시적인 진동에 의해 불량 인쇄된 후 제대로 돌아왔던 것”이라면서 “복권 뒷면 번호는 복권 발행 수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부의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KLS의 해명과 달리 단순한 기계 오류가 아닐 경우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번호가 사실상 복권용지의 배송지와 배송량을 카운트하는 숫자인 만큼 건너뛴 숫자만큼 비용 등에서 큰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
국민은행 및 KLS 등 로또 발행 및 유통 해당사는 “문제의 티켓이 판매된 판매점에 보유하고 있는 용지와 지급된 롤을 전량 회수해 조사한 결과 추가 인쇄 오류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은 지난 4월 22일 발매된 제177회 로또복권에서도 인쇄 오류를 발견했다(사진2). TSCN ‘894669333’ 뒤에 이어진 번호는 ‘894669234’. 맨뒤 세 자리 수가 ‘334’로 나와야 정상이나 백 단위 3이 2로 바뀌어버린 것. 극히 이례적인 것이라 해도 오류가 계속 나오는 한 이번과 같은 조작 의혹도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