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감은 예산안 처리와 효율성을 이유로 전후반기 2전 나뉘어 진행되지만, 전반기 국감은 일정상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형국이다. 앞서 2차례의 큰 선거를 치르느라 의원실마다 도무지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까지 여야 간 경색 국면을 이끌고 있는 세월호 정국이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기자와 만난 산자위 소속의 한 의원은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없다. 올해에는 주제조차 잡을 시간이 없었다”라며 “선거 끝나고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전반기 국감은 지난해 내놓은 것들은 점검하는 수준에 그칠 것 같다”고 곱씹었다.
실제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진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아예 전반기 국감은 포기하고 후반기 국감에 올인한다는 의원실도 많다. 기자와 만난 한 보좌진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요 피감기관 대부분이 후반기 잡혔다는 것”이라며 “어차피 전반기 국감을 소홀히 할 바에야 아예 후반기에 집중해 차근히 준비하는 편이 낫다. 우리도 후반기 국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시간이 촉박해 아무 것도 준비 못했다”라며 “혹시 취재할 꺼리나 주제가 있으며 아이디어 좀 달라”며 되레 기자에 아이디어를 요청하기도 했다.
각 상임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의원실은 더 비상이다. 기자와 만난 한 주요 상임위 간사 소속 보좌관은 “여야 간사 협상이 18일이다. 이 자리에서 피감기관 선정과 출석 증인을 결정한다”라며 “그런데 시간이 너무 없다. 제대로 협상이 이뤄질지 조차 걱정이다. 만약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말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피감기관 입장에선 내심 반갑다는 반응이다. 전반기 국감 대상 피감기관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 기관도 이번 달 초부터 당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자료요청 건수나 내용이 많이 줄었다”라며 “올해 처럼 편히 지나가는 건 요 몇년새 없었다”라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전반기 국감이 결국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당직자는 “올해가 박근혜 정부 2년차다. 가장 중요한 국감인 셈”이라며 “그런데 국회 일정상 국감 분위기 자체가 시들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럴바에야 차라리 단일 국감 체제가 낫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