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으로 법조계에 대한 여론의 불신과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1심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변호사 9명에 대해 법무부에 ‘업무정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김홍수 사건에 연관된 법조 관계자들이 추가로 거명되고 있고, 검찰과 사법부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법조 비리 근절을 위한 자정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가 이들 ‘문제 변호사들’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요신문>은 이들 변호사가 기소된 사건의 법원 판결문을 최근 입수, 사례를 분석했다. 이들 변호사들이 과연 어떠한 비리에 연루됐는지 한번 살펴보자.
‘문제 변호사’ 9명은 주로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중에는 군 판사 출신 1명을 비롯, 판사 출신 변호사가 5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알선 받고 대가를 지불한다든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을 수임하고 로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챙긴 경우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 지역 법원에서 부장판사까지 지낸 A 변호사는 변호사법위반과 알선수재, 그리고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A 변호사는 개업 이후뿐 아니라 판사 재직 시절에도 사건 청탁 대가로 돈을 수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장판사 재직 시절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으로 2500만 원을 받은 뒤 퇴임 후에도 이 사건을 맡아 수임료와 성공 보수금으로 3억 5000만 원을 받았다.
또 A 변호사는 검찰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1억 4000여만 원을 포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징역 1년, 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 등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세 명의 변호사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동시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세 변호사는 법률상 사건 알선이 금지된 법률사무소 사무직원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은 것으로 드러나 기소됐다. 공교롭게도 사건을 알선한 ‘브로커’는 순차적으로 이들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외근 직원이었다.
C 변호사는 지난 2004년 8월에도 또 다른 세 명의 알선책으로부터 56차례에 걸쳐 사건을 소개받고 사건 유치 대가로 41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져 추가 기소됐다.
B, C 변호사는 1심에서 각각 징역 10월과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집행유예 기간이 1년씩만 경감됐다. 두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번 업무정지 요청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D 변호사도 2000년 3월부터 11월까지 J 씨가 경찰관으로부터 알선받아 유치한 사건을 수임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23건을 소개받고 J 씨에게 알선 대가로 597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받은 D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다.
군 판사 출신인 F 변호사는 사건 피의자에게 사건 담당 재판장과의 친분과 구치소 특별 면회 알선을 내세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F 변호사는 지난 2003년 8월 부실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1000억 원대의 자금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 수백억 원대 차익을 올린 혐의로(증권거래법 위반)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K 씨에게 접근, “재판장이 나와는 고등학교 후배로 친하다. 선처를 해줄 테니 로비 비용을 달라”고 해 2000만 원을 받고 구치소 특별 접견 명목으로도 6000만 원을 추가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F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F 변호사는 지난 2004년 4월 항소했으나 이듬해 항소가 기각됐고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G 변호사 역시 변호사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G 변호사는 보석 결정을 바라는 사건 의뢰자로부터 담당 판사와 검사 로비 명목으로 4500만 원을 받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된 또 다른 피의자에게서는 사건 담당 검찰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1억 2000만 원 등 총 1억 6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추징금 1억 6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동갑내기 세 명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들로부터 사건을 알선 받고 대신 이들이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 본인의 명의를 쓸 수 있도록 한 H 변호사도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2003년 9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I 변호사는 지난 2004년 1월 재판을 받은 뒤 아예 종적을 감췄다.
한편 L 변호사는 무리하게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대금과 기존 건물 대출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희대의 사기 행각을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특경가법상 사기로 지난 2005년 1월 기소된 L 변호사는 그후 횡령,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 행사, 사문서 위조, 근로기준법 위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등 무려 열 가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L 변호사는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황에서도 또 다른 사건을 수임하고 선임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건 의뢰자의 승소금 및 보석보증금, 공탁금 등까지 횡령한 것으로 재판에서 드러났다.
10여 년간 지방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하다 변호사로 개업한 M 변호사는 유명 시멘트 회사의 법정관리인을 맡으면서 현금 보유 내역을 줄여 채무 탕감을 받기 위해 회사가 판매한 시멘트 대금을 비정상적으로 송금 받고는 전혀 변제받지 못한 것처럼 회계를 처리한 혐의다.
또한 M 변호사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인 K 사와도 공모, 시멘트 회사의 영업 실적 대금 105억 원을 법원의 허가도 받지 않고 K 사에 담보로 제공하여 K 사가 회사의 정리채권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