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성인오락실 ‘바다이야기’. | ||
청와대는‘노지원씨는 지코프라임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야당 측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몇가지 해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의도 정가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언젠가 크게 터질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바다이야기 게이트’가 터진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말썽 많던 성인오락실 문제가 정계의 핫이슈로 부각된 것은 18일 MBC가 노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 씨가 사행성 성인오락 게임 ‘바다이야기’ 판매 유통사인 지코프라임의 관계사 우전시스텍 이사로 최근까지 재직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노 씨가 바다이야기 게임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보도하면서다.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큰형인 영현 씨(1973년 교통사고로 사망)의 둘째 아들인 노 씨는 KT에서 명예퇴직하고 2003년 우전시스텍의 이사로 영입된 뒤 지난 7월 6일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노씨는 지난 5월 지코프라임이 우전시스텍 인수계약을 체결, 7월 대주주로 등기가 변경됐을 때 자진해서 퇴사했다”고 해명했다. 근무하던 회사가 ‘바다이야기’ 업체에 인수되자 오해를 받을까 우려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지코프라임 인수 이후 우전시스텍에서 자진 퇴사한 노 씨를 ‘바다이야기’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이보다 하루 앞서 노 대통령은 일부 신문 논설위원들과 만나 ‘재임기간의 유일한 문제점’으로 언급한 바 있으며 그동안 세간에서는 참여정부 실세들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적극적인 대여공세에 나섰고, 열린우리당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역공을 펴고 있어 가을 정국은 ‘바다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구나 노지원 씨를 물꼬로 현 정권 실세들도 줄줄이 거론되고 있어 여의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 상태다.
▲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아들 건호 씨 결혼식에 참석한 친조카 노지원 씨와 노 대통령. | ||
정치권 배후설의 원인은 성인오락실이 급증하면서 게임기 제조업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등이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핵심은 그 돈이 과연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다. 일각에서는 성인오락실을 묵인해 온 정부 관계자 및 여권 실세들에게 상당부분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과 맞물려 소문을 증폭시켜왔다.
정치권에서는 ‘바다이야기’ 제조업체의 실제 지분을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갖고 있다는 그럴싸한 루머도 나돌고 있다.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성인오락실에 뛰어든 이들은 차명으로 주식을 소유하면서 회사를 비호해주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현 정권의 암묵적 묵인을 등에 업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경품용 상품권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증명된 만큼 허가 과정에 로비가 있었을 개연성도 일찌감치 제기되어 왔다. 주성영 의원은 이미 여권의 실세 2~3명을 거론하며 사행성 오락실 사업에 여권실세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주 의원은 “상품권이 성인오락실에서 현금 교환에 이용된 결과, 상품권 전체 발행 규모가 27조 원에 육박했는데 이 과정에서 1%의 리베이트만 챙겨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번 국회에서 집중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모든 의혹의 핵심은 ‘정부가 성인오락실을 엄연히 도박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성인오락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않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었는지’다. 그동안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도박공화국’을 비판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책을 꼬집어왔으나 정부는 사실상 눈과 귀를 막은 채 묵인해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권의 실세가 정부에 압력을 넣어 상품권 발행이 가능하게 됐다’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문화사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경품용 상품권을 허용해왔던 ‘이상한’ 정부 대책에도 그럴 이유가 있었다는 것.
뒤늦게 정부가 성인오락실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것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많다. 야당의 한 인사는 “감사원이 서둘러 감사에 착수한 것은 감사원이 사전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냄새가 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인사는 “여권이 이쯤에서 성인오락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또 다음 정권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정계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이미 챙길 만큼 챙기지 않았겠나. 비리가 드러날 경우 ‘바지사장’ 몇 명만 잡아들이면 끝날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태도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짭짤한 재미를 본 실세들은 다 빠져나갔을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정계 관계자는 “여권이 ‘바다이야기’만으로 이미 5000억 원의 비자금을 챙겨놨다는 소문이 나돈 지도 오래다”며 문제가 ‘바다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의 친조카가 성인오락실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연루설이 결국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성인오락실 문제에 메스를 들이댈 계기를 마련한 것만은 분명한 듯하며 여권 실세의 관여 의혹은 간단히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수향 기자 lsh@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