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사행성 성인 오락실 사업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주변 인물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급격하게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건의 ‘몸통’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바다이야기’로 대변되는 성인오락실 비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주변이 개입됐다는 설과 여권 고위 실세들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궁극적으로 파헤쳐져야 할 핵심 사항이다. 하지만 정작 어떤 ‘정치적 거물’이 얼마나 연루됐는지 밝혀내는 건 쉽지않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바지사장’ 몇 명 구속으로 유야무야 끝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거명된 ‘몸통’들의 연루 가능성과 그 ‘몸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접근해본다.
청와대 민정팀은 ‘바다이야기 게이트’가 정치 쟁점화되자 국정원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일체의 시중 소문들을 모아서 보내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이 보낸 ‘자료’에는 현재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및 대통령 친인척의 이름과 구체적인 연루 사실이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 측근 A 씨와 친인척 B 씨의 비리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그 자료를 토대로 거명된 인사들의 비리 연루 사실을 역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민정팀은 현재 매일 당직자들을 밤 10시까지 대기시키며 이번 사건을 집중적으로 스크린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에서 집중 관리하고 있는 대통령 친인척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시’ 활동도 같이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민정팀은 시중 소문들에 대한 추적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정황은 잡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실체’보다 언론에 의해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졌다”는 내부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먼저 노지원 씨 부분. 청와대는 지난 8월20일 노지원 씨를 따로 만나 그 간의 의혹에 대해 상세히 조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노 씨는 “나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왜 내 인생을 이렇게 만드느냐”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민정팀은 지난 2003년부터 노 씨의 행적에 대한 ‘스크린 파일’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 씨가 근무하던 우전시스텍이 ‘바다이야기’의 제조업체 지코프라임에 인수되었던 사실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 뒤 면밀한 조사를 벌인 끝에 노 씨의 ‘바다이야기’ 연루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자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친인척 A 씨가 바다이야기와는 무관하지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성인 PC방 사업에도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A 씨가 부산지역의 성인 PC방 사업에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재 확인 중이다. 성인오락실 문제도 있지만 앞으로 성인 PC방 인허가 과정에서의 비리가 정치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는 노 대통령의 친인척들보다 그의 주변 인사들에 대한 연루설이 더 신빙성 있게 떠돌고 있다. 먼저 여권 실세 B 씨가 지방의 한 오락실 업체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그가 이번 ‘바다이야기’ 사건에도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B 씨는 지방의 한 호텔 오락실 사장 C 씨와 30년 이상 친분을 맺어온 친분이 깊은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C 사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기 ‘바다이야기’가 아닌 S라는 게임기를 이용해 사업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C 사장은 지난해 6월 오락실 문을 열었지만 어떤 불미스런 사건 때문에 그 해 10월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했다. 하지만 C 사장은 최근까지도 다른 곳에서 오락실 사업을 계속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여권 실세 B 씨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부터 B 씨 주변에는 오락실 사업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던 것으로 안다. 이 지역에서는 B 씨가 오락실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그의 한 측근은 오락실 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 전체적으로 사업 디자인을 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B 씨의 오락실 사업 연루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떠도는 소문만 가지고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B 씨와 관련된 오락실 사업 연루 사실의 구체적 정황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바다 게이트’가 일어나기 두어 달 전부터 특정 지역에서 B 씨에 대한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언론에서도 추적 작업을 벌였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B 씨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의혹 규명 작업이 ‘바다 게이트’의 확산 여부에 중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의 측근 D 씨에 대한 바다게이트 연루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최근 검찰에 제출된 한 속기록을 인용해 D 씨가 이번 사건에 관련이 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이 속기록에 나오는 오락실 사업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이 대화하고 있다.
“그건 내가 볼 때는 심의는 있잖아. 심의는 위에서, 위에서 결정해, 위에서. 내주느냐, 안 내주느냐. 그 파워게임이야. 어? 이거 상품권 ○○이하고 걔가 잡는 거 알지?”
“응?”
“상품권 ○○이하고 ○○이가 하는 거 알지? 상품권 뒤에서.” (중략) “그 배경이 누구냐고? 정치자금 아니야? 거기하고 다 연관이 돼 있더라고. 이 사회가. 그래서.”
하지만 박형준 의원실 관계자는 “사인간의 대화이기 때문에 여기에 언급된 사람들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 비리 연루 사실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D 씨의 상품권 연루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였지만 아무런 의혹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D 씨가 상품권 발행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인 C 업체의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과 I 업체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소문에 대한 확인 작업을 벌였지만 별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D 씨는 바다이야기나 황금성 등 사행성 성인 오락기들을 무더기로 허용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위원 일부를 자신이 직접 추천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어 현재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D 씨에 대한 구체적 비리 혐의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노 대통령의 측근들 중 현직 의원들의 이름도 다수 눈에 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중진급 의원의 한 관계자는 오락실 업체와 정치권과 일종의 ‘연결 통로’ 구실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거액의 술 접대 향응도 받았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권력형 도박게이트 진상조사특위’ 한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에는 확인도 안 된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떠돌고 있다. 이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이 현재 계좌추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바다이야기 제조업체의 순이익 400억 원에 대한 조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가명 차명 계좌로 되어 있겠지만 그것을 토대로 뭔가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근거 없이 여권 실세들의 이름을 거론해 정치쟁점화하는 데는 명예훼손 등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다만 정동채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만큼은 공식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난해 상품권 발행 업체 선정이 왜 그렇게 빨리 졸속으로 처리되었는지 추적하다보면 문화부 관계자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 전 장관은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최근 이에 대해 “장관으로 재직할 때 사행성 게임물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민간독립기구였기 때문에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게임물의 심의에는 간섭할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책임론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정 전 장관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바다 게이트’는 청와대의 느긋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여권 실세의 연루 사실이 밝혀질 경우 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빠질 블랙홀로 변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