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환 안다미로 사장(왼쪽)과 문화관광부 실무자들의 친분이 각별했다는 주장이 담긴 진정서의 내용은 상당 부분 현재의 검찰 수사 결과와 부합해 주목되고 있다. 스포츠조선 | ||
또한 양측은 세간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서로 긴밀하게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현안을 협의했고 그 결과 김 사장의 의견이 적극 정책에 반영됐다는 것이 진정서의 주장이다.
경쟁 업체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진정서의 내용이 사실인지는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의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진정서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들과 부합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 진정서가 지적한 내용들이 현실화되면서 성인오락의 규모가 커지고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진정서를 공개한다.
먼저 이 진정서에는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게임음악산업과 과장으로 재임했던 K 씨, J 사무관(전임), Y 사무관 등이 피 진정인으로 적시돼 있다. 이 진정서 첫머리에는 “문화부 전 현직 실무자들이 안다미로 김용환 사장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안다미로가 진행하는 여러 이권 사업에 특별한 도움을 주어 주변 업체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진정서 제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대략 여섯 가지 정도의 의혹을 ‘추정의견’이라는 이름을 붙여 제기하고 있다.
진정서가 제기하는 ‘추정 의견 1’은 문화부가 안다미로의 뒤를 철저하게 봐 주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화관광부는 안다미로 김용환 사장의 상품권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돕기 위해 사행성을 방지하겠다는 빌미를 삼아 게임 관련 세부 기준을 개정하였고 헌 상품권 사용금지 및 게임점수는 상품권으로 대량 배출되도록 기준을 만들어 많은 양의 상품권이 안다미로에서 유통되었고 그 당시 안다미로는 상품권 발행으로 상당한 이익을 보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
이 진정서에 따르면 안다미로 김용환 사장은 지난 2002년 2월 ‘상품권 경품지급 제도’를 도입할 당시부터 문화부에 로비를 벌여 ‘특혜’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 시장은 지난 2000년 상품권 발행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가맹점과 지급준비금을 갖추지 못한 상품권 제공 업체가 난립해 환전 전용 딱지상품권이 범람하고 있을 때였다. 따라서 전문 상품권 발행 업체인 안다미로 같은 업체는 ‘딱지’에 밀려 영업 실적이 좋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안다미로는 문화부에 로비를 벌여 지난 2002년 2월 성인오락실의 경품 환전행위를 막고 문화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상품권 경품지급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때 안다미로 김 사장이 문화관광부 실무자와 거의 매일 만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추정의견은 “안다미로 김 사장은 문화관광부 담당 공무원이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전직 원장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게임 관련 학계 교수, 단체장 등에게도 금품을 제공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중 일부는 검찰 조사 중 사실로 밝혀졌다”고 돼 있다.
▲ 지난해 한 상품권업체에서 작성해 정부기관에 제출한 진정서. 김용환 안다미로 사장과 문화관광부 실무자들 사이의 유착 및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
세 번째 의견은 “(문화관광부와 로비를 통해 쌓은 좋은 관계를 토대로) 안다미로 김 사장은 문화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이사로 발탁되었으며, 차후 문제가 되자 그만 두었다. 하지만 김용환 사장이 이사로 활동 중인 그 당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시행하는 몇몇 이권 사업에 (안다미로가) 선정되는 특별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과거 김용환 사장으로부터 회장선거 출마 시 도움을 받아 친분이 있는 한국컴퓨터산업중앙회(한컴산) 김민석 회장도 유사한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고 돼 있다.
김 사장이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이사로 재직하며 지난 2004년 12월 31일 상품권 인증제 도입을 ‘기획’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진정서에서 김 사장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시행하는 이권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새로운 의혹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컴산 김 회장도 김 사장의 도움으로 회장에 당선되었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돼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가까운 것임을 예상케 한다.
추정의견 네 번째는 안다미로 김 사장이 게임산업전시회(KOPA) 개최를 빌미로 1억 원가량의 정부지원금을 불법으로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것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김 사장과 관련한 새로운 미스터리에 해당한다. 진정서에는 “안다미로 김 사장이 G 잡지 발행인 L 사장을 앞세워 KOPA라는 조직을 만들었으며, KOPA는 G 잡지를 만드는 Y 미디어에 근간을 둔 민간 사업체로 문화관광부와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업체가 공동참여 한다는 식으로 거짓 서류를 꾸며 2004년 KOPA 전시회 개최를 빌미로 1억 원가량의 정부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중략) 그 당시 일부 업체로부터 받은 KOPA 주식대금이나 이익금은 업체에게 주식으로 주거나 전시회 이익금을 정산하지 않고 횡령하였다고 한다”라고 돼 있다. 이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검찰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추정의견 다섯 번째는 지난 2002년 상품권 경품지급 제도에 이어 2004년 12월 시행된 상품권 인증제도와 관련해 김 사장에게 특혜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안다미로 상품권이 시장에서 밀리자 상품권 인증제를 만들어 경쟁상품권을 제거하려 하였다”고 돼 있다. 또한 이 진정서에는 “인증제 발표 이후 새롭게 개정되는 영등위 심의기준 제정 시 민간업계 대표 기구인(비대위) 구성에 한컴산 김민석 회장과 김용환 사장 측 사람들로만 참여하였고, 문화관광부는 이 단체를 정식 의견 수렴단체로 인정하여 세부기준 의견수렴 기구로 진행하였다”고 돼 있다.
▲ 김민석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 | ||
마지막 여섯 번째 추정의견은 “문화관광부 담당공무원들과 안다미로 김 사장은 세간의 눈을 피하기 위해 서로 간 긴밀하게 이메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 메일을 통해 문화관광부는 김 사장의 의견을 수렴해주고 있으며, 김 사장은 이것을 자신의 사업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 진정서를 토대로 볼 때 문제는 김 사장과 문화부 실무자 K 씨 등이 이번 사건의 ‘몸통’인지의 여부다. 정치권에서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한다. 먼저 김 사장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에서 “(안다미로가) 2005년 6월 인증 취소됐다가 같은 해 8월 1일 다시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되는 데 여권 K 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개 과장’에 불과했던 문화부 관계자 K 씨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문광위원은 이에 대해 “분명 K 씨 윗선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부분을 국무위원급(장관)으로까지 보고 있다. 현재 검찰이 문광위 전문위원을 출금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정치권 배후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당시 실무자 K 씨 위의 문화부 지휘라인은 정동채 장관, 배종신 차관, 곽영진 문화산업국장이었다.
이와 관련, K 씨가 여권 실세그룹과 관련이 있거나 아니면 ‘윗선’의 지시에 의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경향신문>은 문화부 관계자 K 씨가 지난 2004년 2월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새 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IT노사모’로 불리는 ‘현정포럼’ 출신 우종식 당시 산업전략본부장을 강력히 천거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문화부 K 씨는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외부에서 선임하면 업무파악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부에서 선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발원 내부 인사인 우 본부장을 1순위로 민 것으로 전해진다. K 씨가 최소한 우 본부장과 친분이 있거나 아니면 K 씨가 ‘친노그룹’의 ‘부탁’을 받고 회의에서 우 본부장을 강력 천거했다는 가설이 성립할 수 있다. <일요신문>은 K 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내막을 지난해부터 잘 알고 있는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K 씨를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그는 애초 상품권 지정제를 반대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상품권 업체와의 유착설은 그의 역할을 과장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그 아래에 있었던 Y 사무관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Y 사무관은 최근 체포된 한컴산 김민석 회장, 김용환 사장과 상당히 친분이 두터운 사이인 것으로 안다. Y 사무관이 김 사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그리고 상품권 지정제 같은 제도도 그가 기안했던 것으로 안다. 윗선이었던 K 씨는 처음에 상품권 지정제 등에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Y 사무관 의견을 따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Y 사무관은 현재 게임과 무관한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지난 8월 31일 기자가 접촉을 시도했을 때 이번 사건과 관련, 감사원으로부터 강도 높은 감사를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