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씨 | ||
두 사람은 예전부터 친분을 갖고 있었다. 박 전 실장의 변호인인 소동기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송 신부는 “(박 전 실장이) 법정에서 ‘나머지 한쪽 눈을 실명하지 않도록 선처해달라’고 했다는 보도를 보고 걱정돼 왔다”며 박 전 실장을 위로했다고 한다. 박 전 실장이 “녹내장과 협심증, 디스크 등으로 약을 먹고 있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송 신부는 “우리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 기도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소 변호사에 따르면 환자와 방문객의 평범한 만남이었다.
그런데 박 전 실장이 재판부로부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지난 4일, 공교롭게 일부 언론에선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호철 민정비서관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청와대가 재판부에 박 전 실장에 대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 같은 ‘설’에 대해 청와대와 재판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만 말했다. 소 변호사도 “(박 전 실장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개인적 만남이어서 변호사인 나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후 박 전 실장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으로부터 안부전화를 받았다. ‘동교동’ 김한정 비서관은 지난 10일 출국 직전 전화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눈 치료를 잘하라’고 위로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박 전 실장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개입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박 전 실장한테서 ‘평소 송 신부와 잘 아는 사이여서 면회를 온 것인데 와전된 것’이라고 들었다”며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실장의 구속집행정지를 놓고 노 대통령이 DJ 측근들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가에는 탄핵 심판이 기각될 경우 오는 26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노 대통령이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6명을 특별 사면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임 전 원장 등에겐 ‘특별사면’, 박 전 실장에겐 ‘구속집행정지’ 등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 노 대통령이 DJ측과 ‘대화해’를 시도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올까. 우선 오는 6·5 재·보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이 DJ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 등을 통해 전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을 ‘관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
또한 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 핵 문제 등 대북 관계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자, 임동원 전 원장 등 DJ정부 당시 ‘햇볕정책 전도사’들의 대북 비선 라인을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송 신부가 박 전 실장을 방문한 이후 노 대통령과 DJ 사이에는 ‘온난전선’이 형성돼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DJ는 지난 8일 노 대통령에게 탄핵정국 이후 처음 전화를 걸어 “(해외순방을) 잘 다녀오겠다”고 했고, 노 대통령은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라”고 답례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DJ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특사’를 제안했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