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중 이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은 단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논란일 것이다.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던 ‘김문수 119패러디’는 김 전 지사의 대권 행보에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했다. 사실 김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정치인 중 가장 청렴하고, 겸손하고, 부지런하다고 손꼽히는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진정성과 억울한 면을 인터넷과 SNS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온라인 홍보에 미숙한 대응을 한 김 전 지사와 비서진의 실책으로 봐야 타당함에도 여전히 국민들은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역대 경기도지사의 수난사를 거론할 때면 사람들은 경기도지사 관사 터를 거론한다. 심지어 김문수 전 지사는 한 언론인클럽 특강에서 역대 경기도지사의 대권 실패를 경기도지사 관사 터와 연관 지어 얘기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역대 경기도지사의 수난사와 경기도지사 관사 터를 살펴보기로 한다.
경기도지사 관사에 입주한 역대 관선 경기도지사들은 청와대 횡령이나 허위 보고, 심지어 세도로 경질되거나, 가족을 사고사로 잃기도 했다. 이에 고사를 지낸 경기도지사도 있었다고 한다. 민선 1기 이인제 전 지사는 강력한 대권 후보였지만 두 번이나 낙선하였다. 2기 임창열 전 지사의 경우는 뇌물수수혐의로 아내가 구속되었다. 3기 손학규 전 지사도 유력 대권 후보였으나 본선은커녕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2번 낙마하였고, 최근에는 보궐선거에서 정치신인에게 패배해 정계를 은퇴하였다.
경기도청과 관사가 수원 팔달구에 위치하게 된 것은 풍수지리(風水地理)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경기도청이 수원시에 위치한 것 자체가 풍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팔달구는 들물 날물이 부딪치는 사통팔달한 곳이다. 경기도청의 수원시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평택시나 안산시와 같은 곳이 좋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서 경기도청이 수원에 있는 것이고 이것부터가 잘못된 단추인 것이다.
더욱이 팔달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경기도지사 관사는 풍수적으로 좋은 자리가 아니다. 역술인이 아닌 일반인이 봐도 관사의 위치는 산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병자나 죽은 사람의 공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 유권자수는 총 4129만 명이었다. 그중 경기도 967만 명으로 서울특별시 844만 명보다 월등히 앞선다.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역대 서울시장과 달리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의 4분의 1이 모여 사는 경기도를 이끄는 역대 지사들의 정치적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은 기이한 일이다.
남경필 지사는 지방선거 당시 관사를 도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했고, 경기도는 관사를 경기도 서민들을 위한 결혼식장으로 활용방안을 밝혔다. 남 지사는 수원 흥덕지구 아파트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그렇다고 남 지사는 악지(惡地)에 위치한 관사의 괴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예컨대 이것은 풍수적으로 좋지 않은 집을 놔두고 혼자서 모텔에서 생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혹자는 풍수지리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터부시하고, 혹자는 풍수지리를 너무 맹신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풍수(人間風水)란 풍수의 4요소인 산(山)·수(水)·방위(方位)·사람(人) 중에서 인간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풍수지리는 산과 땅, 물의 흐름을 읽어 이것을 길흉화복(吉凶禍福)과 연결시키는 지리 사상이자 선조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과학적인 결과물이다. 예컨대 풍수지리에서 명당으로 꼽는 장소인 배산임수(背山臨水)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는 곳’을 일컫는다. 당연히 배산임수는 사람이 살기에 좋은 비옥한 땅이다. 현대적 의미로는 공기가 맑고 산책하기 좋기에 당연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하니 당연히 재물과 명예가 같이 따르지 않겠는가?
남경필 지사는 조상의 은덕을 받아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여 큰 뜻을 펼칠 사람이다. 많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데 남 지사는 두 아들을 모두 현역으로 보내 최소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다. 남 지사의 진정성과 애국심이 종국에는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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