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방파 보스 출신 김태촌 씨가 자유의 몸이 된 지 채 1년 반도 안돼 검찰에 구속됐다. 사진은 국내에서 신앙간증 활동을 하던 모습. | ||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지난 9일 김 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진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지난 2001년 4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전화기 사용과 흡연 등의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당시 보안과장에게 금품 2800만 원을 건넨 혐의다. 이로써 김 씨는 지난해 8월 법원이 검찰의 보호감호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지 1년 3개월 만에 다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관련기사 47면]
이번에 김 씨가 구속된 것은 과거 복역 시절 벌어진 비리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김 씨의 지난해 출소 뒤 행적을 두고 ‘야쿠자 연계설’ 등 갖가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씨 측에서는 “어떻게든 판을 키우려는 검찰의 표적 수사”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향후 파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7월 31일 김 씨가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 세간에는 여러 가지 말들이 나돌았다. 당시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던 가운데 성인오락장 비리 의혹과 연루돼 김 씨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의 출국이 의심을 샀던 이유는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출국날짜가 ‘공교롭게도’ 전 진주교도소 보안과장 이 아무개 씨(56)가 체포된 바로 다음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김 씨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은 직후인 2002년 잠적, 4년간 도피생활을 해오다 김 씨의 출국 전날 검거된 바 있다. 검찰은 소환조사를 감지한 김 씨가 혐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이라 판단, 공항 측에 입국시 통보조치를 해놓는 한편 김 씨의 동향 파악에 주력해왔다.
검찰의 감시를 뒤로하고 출국한 김 씨는 가는 곳마다 화제를 몰고다닌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그는 ‘예정대로’ 여러 교회를 돌며 순회간증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년의 보스’가 개척교회에서 간증을 하고 노숙자 무료배식을 하는 모습은 현지에서도 큰 반향을 얻어 일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일각에서는 김 씨가 일본에서 신앙간증을 빌미로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사업 개입설과 야쿠자와의 담합설이 그것.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일부 한류 연예인을 통제하고 세를 확장시키기 위해 일본 유력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간부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심지어 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일본 유력 야쿠자와 연계돼 있으며 현지에서 김 씨가 이들과 교류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김 씨 측은 이 같은 소문들을 강하게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해왔다.
▲ 지난 7일 귀국하자마자 검찰에 체포된 김태촌 씨. SBS-TV 캡처 | ||
김 씨의 캐나다행이 가능했던 데 대해 현지 교민들은 김 씨의 이름이 캐나다의 ‘블랙리스트’(입국거부자 명단)에 올라있지 않은 데다가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교민사회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목사 여럿이 직접 공항에 마중나와 김 씨가 순조롭게 입국할 수 있었다는 전언도 있다.
하지만 김 씨의 ‘캐나다 스케줄’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입국 당시에는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제보를 받은 이민당국이 김 씨를 범죄자로 취급해 추방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토론토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김 씨는 약 한 달 일정으로 토론토를 포함한 여러 도시를 돌며 간증을 하기로 되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입국 후 연방이민부로부터 제재가 들어와 김 씨는 모든 집회 일정을 취소하고 현지 목사의 자택에 기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찔렀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당시 김 씨는 간증집회를 위해 입국했음에도 폭력조직의 두목으로 몰아세우는 캐나다 이민부 측의 태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그간 김 씨는 자신의 해외 체류가 “신앙간증 등의 스케줄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해왔지만 이번에 귀국 즉시 구속 수감됨으로써 ‘도피성 출국’이었다는 의심을 풀기는 어렵게 됐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김 씨의 측근들은 이번 검찰의 구속 처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측근은 “당사자(전직 보안과장 이 씨)까지 법정에서 부인한 사안인데 이미 4년이나 지난 일을 빌미로 김 씨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표적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태촌이라고 해서 과잉수사를 하거나 선처를 하지는 않는다”면서 “법을 어긴 데 대해 죄를 물을 뿐”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진주교도소에 수감 당시 ‘특별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담배를 제공받고 유무선 전화기를 사용하는 등 일반 재소자라면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누려왔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안과장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 이번 구속 사건의 요지다.
그러나 김 씨 주변사람들은 “김 씨는 이제 조직을 떠나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다. 과거 그가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에 비해 혜택을 누렸던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 김 씨만이 누린 특혜가 아니다. 어느 정도 힘 있는 ‘범털’ 재소자라면 그 정도는 다 누리는 게 공공연한 비밀 아니었느냐. 유독 그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톱스타 권상우 협박전화’ 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고 중앙지검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번에 김 씨를 구속한 것은 다른 큰 건을 캐내기 위한 사전단계라는 얘기도 있다. 김씨의 일본 행적과 관련해 ‘야쿠자 연계설’ 등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김 씨 주변에서는 “한번 조폭 두목은 영원히 조폭 두목이어야 하느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김 씨의 한 지인은 “김 씨에게 부동산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이를 거절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과거의 일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세간의 의혹처럼 김 씨가 행동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자유의 몸이 된 지 불과 1년 반도 안 돼 또 다시 검찰과 반갑지 않은 조우를 하게 된 김태촌 씨. 그와 검찰과의 예사롭지 않은 악연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