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국정원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청와대 측도 “종합 보고서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보고된 적은 없다”며 은폐 의혹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보이는 등 정치권에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가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다이야기’ 파문에 이어 국정원이 현 정부에 부담을 가중시킬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적시해 경고했음에도 이를 청와대와 사정당국이 미리 조처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사건을 더욱 키웠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여러 보고서 중 국정원 보고서가 제일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더라”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바다이야기’ 파문 때 ‘개도 안 짖더라’라고 한 표현을 보면 혹시라도 국정원 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보고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 지경”이라고 밝혔다.
우선 JU 문제를 언급한 국정원 보고서는 모두 세 건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권 의원이 지난 5월 국회에서 언급한 문건 외에도 그 이전에 작성된 문건이 두 건 더 있었다는 것. 권 의원 역시 “국정원 보고서는 지난해 12월경 청와대에 세 차례 전달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청와대 보고 시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청와대 측은 “분명히 지난해 12월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은 문건은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월 국정원으로부터 JU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 내용이 민정수석실에서 자체적으로 수집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종합해보면 최근 부각되고 있는 국정원 보고서는 앞서 두 차례 작성된 보고서의 최종 완성본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최종 보고서가 2005년 1월에 청와대에 보고된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이재순 비서관이 임명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최종 보고서에는 이 비서관을 지칭하는 ‘청와대 비서관 가족 연루 의혹 사실’이 나와 있다. 따라서 이 비서관이 임명된 지난해 8월 이후 그의 가족 연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앞서 작성된 보고서에 그 내용이 최종본에 덧붙여졌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실제로 권 의원은 최종 보고서에 대해 “이 국정원 보고서는 지난해 9~10월경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 임명 직후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청와대 측의 주장대로 최종 보고서는 지난해 말 청와대에 보고가 안 된 것일까. 정치권이나 정보를 다루는 주변 관계자들의 반응은 “그럴 리가 없다”는 데에 의견이 대체로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보고하지도 않을 보고서를 그렇게 세밀하게 작성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가 거론되긴 했지만 무작정 정부 여당을 흠집내기 위한 자료도 아닌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야당 성향의 내부 인사가 기존의 보고서에 청와대 비서관 가족 연루사실을 추가해 야당과 언론사에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지난해 12월의 보고서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여기에 불만을 품고 외부에 흘렸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후자의 말대로라면 지난해 12월의 최종 보고서가 제대로 된 보고 계통 절차를 밟지 못했거나 윗선에서 그냥 ‘유야무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정권에서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가 없어진 상황에서 대개 국정원 보고서 등 사정기관의 보고서는 그 성격에 따라 비서실장이나 국정상황실, 민정수석실 등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민정수석실 소속이다.
국정원의 최종 보고서가 어떤 경로를 통해 과연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까지 전달이 됐는지, 아니면 그 중간단계에서 책상 서랍 속에 들어갔는지 향후 이 논란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