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힌 스트레스 성욕 겹쳐 샛길로
그런데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던 A 씨가 양복 상의로 자신의 하의를 살짝 가리곤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려 음란행위를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의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던 B 씨(여·22)에게 상의를 걷어 올려 음란행위를 보여줬다. B 씨는 깜짝 놀라 당황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A 씨는 더욱 흥분했다.
아예 차량 내의 다른 승객들이 자신이 볼 수 있도록 바지 지퍼를 더 내린 채 무려 10분 동안 음란행위를 이어갔다. A 씨의 ‘변태행위’는 B 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히며 끝이 났다. 경찰조사 결과 A 씨는 평소 점잖은 회사원이자 자상한 가장으로 변태행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 주변을 더욱 놀라게 했다.
A 씨처럼 멀쩡한 직장과 가정이 있는 중년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변태행위를 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1)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전국 각지에서 일명 ‘바바리맨’ 행위를 하다 적발되는 중년남성들도 적지 않다.
가정도 꾸린데다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중년남성들이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범죄심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균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는 “성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10~20대처럼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는 아니지만 중년남성에게도 분명 존재하는 것은 맞다. 이런 성적욕구와 내면적인 문제들이 겹쳐지며 이상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특히 40~50대 중년은 가장 억압요소가 많은 나이로 직장에서의 지위, 가장이라는 책임감, 지켜야할 체면 등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스트레스가 정상적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성욕과 겹쳐질 때 성매매, 공공장소에서의 음란행위 등 일탈로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변태적인 음란행위에 빠진 이들에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출증이나 관음증 환자들 대부분은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기에 잘못된 성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다. 당시 우연히 느꼈던 성적 일탈경험이 어른이 됐을 때 어느 순간 튀어나오게 된다. 성이 가지는 쾌감과 쾌락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중독에 이르게 되는데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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