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기관 인수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에게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서부지검에서 구속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세인들의 관심은 김흥주 게이트 수사가 과연 어느 선까지 미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과 신상식 전 광주지원장이 구속되면서 DJ 정부 시절부터 실세로 군림했던 금감원 인사들이 1차 타깃이 된 듯하다. 김 부원장은 김흥주 씨의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돕는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신 전 지원장은 김흥주 씨에게 불법대출을 알선했다는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DJ 정부 시절 2년 반 동안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역임한 이근영 전 원장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밖에 감사원 국세청 등 정부부처 고위직 출신 인사들과 법조계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김흥주 게이트와 관련해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DJ 정부 실세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김흥주 게이트 불똥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월 11일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해 김흥주 씨를 통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마포 사무실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납한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한 전 실장과 권 전 고문 외에 DJ의 몇몇 핵심측근들이 김흥주 씨가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사조직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형제모임)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형제모임 멤버로 거론되는 DJ 최측근 인사와 관련해 그의 인척이 김흥주 씨 소유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소문도 퍼져있는 상태다. 만약 이들 인사들에게 수사망이 확대된다면 정계개편 논의과정에서 보폭을 늘려가는 DJ 측 인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DJ계로 정치권에서 성장해 현 여권의 실세로 자리 잡은 몇몇 중진의원도 형제모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 김흥주 씨 | ||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수사의 폭이 당초 예상만큼 커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골드상호신용금고 매각과 관련한 수사는 이미 지난 2002년 ‘이용호 게이트’ 당시 논란거리가 돼 정·관계를 훑고 지나간 전력이 있는 까닭에서다.
김흥주 씨 인맥인 형제모임 멤버 45인 중 법조 출신 인사도 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대부분이 검사장 등 검찰 요직을 거쳤거나 현직에 있는 인사들이란 점이 검찰 수사의 전방위적 확대를 부담스럽게 할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김흥주 씨는 2002년 당시 대검 중수부가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골드상호신용금고 관련 수사를 펼치자 당시 지청장으로 근무하던 K 검사장을 통해 내사무마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수사 확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흥주 씨는 DJ 정부 실세들과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광옥 전 실장이나 권노갑 전 고문은 이미 검찰의 공식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그런데 이들 두 사람에겐 ‘현 정치권에 별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인사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반면 아직 공식 수사선상에 오르진 않았으나 형제모임 멤버로 거론되는 DJ 정부 고위직 출신 인사들은 DJ의 향후 행보나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정계개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들이다. DJ 측근에 대한 수사가 한 전 실장과 권 전 고문 선에서 마무리되느냐 혹은 확전되느냐에 따라 김흥주 게이트가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야당의 거물급 인사들이 형제모임 멤버로 거론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대부분 야당의 고위 당직을 지낸 인물들이다. DJ 측근들과 현 여권을 넘어 야당에까지 수사가 확전될 경우 정치권 전체가 검찰수사에 대한 반기를 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김흥주 씨는 자신이 금감원 등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수사당국에 포착되자 지난 2003년 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귀국해 쇠고랑을 찼다. 김 씨의 귀국 사유는 ‘비자 만료’였다. 귀국 즉시 구속기소될 것이 자명한 김 씨가 들어온 배경에 비자 만료 외에 다른 것이 깔려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사당국의 집요한 설득에 의해 들어온 김 씨가 검찰이 요구하는 메가톤급 자료를 건네줬을 것’이란 미확인 소문도 나도는 실정이다. 정권 말기에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현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를 꿰고 있는 김흥주 씨 입이 필요했을 것이란 관측 하에 나온 설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