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종묘공원을 찾은 할아버지들이 성용품을 파는 좌판 주위에 몰려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지난 2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쌀쌀했던 날씨가 풀리면서 제법 많은 노인들이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춘심을 자극하듯 70대 노인들의 주변을 짙은 화장의 50~60대 여성들이 맴돌고 있다. 이들은 소위 ‘박카스 아줌마’. 최근엔 비타민 음료를 내미는 ‘비타아줌마’도 등장했다.
박카스 아줌마 김 아무개 씨(여·62)는 매일같이 종묘공원에 돈을 벌러 나온다. 그냥 나이 많은 할아버지들과 말동무만 해줘도 1000∼2000원씩 받기 때문에 돈벌이가 쏠쏠하다. 주변 포장마차에서 함께 술을 마셔주면 몇 천원을 더 받기도 한다. 그러나 김 씨는 주 매상을 ‘2차’에서 올린다. 화대는 보통 1만∼2만 원, 주 평균 4∼5회씩은 꼭 손님을 받는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한동안 단속이 심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김 씨는 지난해 가을엔 아예 공원 뒤편에 월세 10만 원짜리 쪽방을 하나 얻었다. 일일이 여관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김 씨를 찾는 손님이 많아지면서 사랑을 나눌 공간이 따로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종묘공원 뒤쪽엔 십여 개의 쪽방들이 김 씨와 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부턴 박카스 아줌마도 모자라 ‘유방대여’ 알바도 생겨났다. 가슴을 만지게 해주는 대가로 1회에 500원씩 받는 것이다. 요즘 말로 치자면 일종의 유사성행위인 셈. 이들은 대신 2차는 가지 않는다. 이곳 노인들에 따르면 주로 40대의 비교적 젊은 조선족 여성들이 ‘유방대여’ 알바를 많이 하고 있다. 박카스 아줌마와 유방대여 등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벌이는 여성들만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성에 대한 노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섹스용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날 오후 5시쯤 종묘공원 입구엔 20∼30명의 노인들이 한 좌판을 둘러싸고 있었다. 좌판 한가운데엔 벌거벗은 젊은 여자의 사진 수십 장과 포르노에서나 볼 법한 여성의 성기 사진 등이 대문짝만하게 펼쳐져 있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장사꾼은 한손엔 마이크를 들고 다른 한손엔 콘돔을 쥔 채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몸짓을 보이며 섹스용품을 팔고 있었다. 바로 옆 좌판에선 정력에 좋다며 지네를 말려 파는 ‘전통적’ 장사꾼도 보였다. 뱀 생식기를 갈아 만들었다는 알약도 정력제로 팔리고 있었다. “한 번 쓰기만 하면 팔십 먹은 할아버지도 벌떡벌떡”이라는 장사치의 말에 노인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 종묘공원의 박카스 아줌마들. 최근엔 비타 아줌마·유방 알바까지 등장했다. | ||
노인들이 주로 찾아오는 시간은 오후 2∼3시쯤. 노인들은 젊은 아가씨보다 오히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든 아줌마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큰 안마업소는 대부분 40대 이상의 아줌마 1∼2명씩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한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이 아무개 씨(여·26)는 “노인들은 젊은 사람과 방식이 다르다. 발기시키는 것도 쉽지 않고 너무 자극적이면 괜히 심장마비로 쓰러질까 두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어쩌면 노인들이 나이든 아줌마를 원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노인들 중엔 성매매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성을 찾아나서는 이들도 있다. ‘노인들의 카바레’로 변한 성인 콜라텍이 대표적 장소다. 비교적 시설이 허름해도 노인들이 교제를 시작하는 데는 큰 손색이 없다. 특히 하루 입장료 2000원이라는 저렴한 금액 때문에 노인들로부터 각광받는다. 말은 콜라텍이지만 실제론 업소 바로 옆에서 술집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카바레와 다를 바 없다.
일부 유명 콜라텍은 노인을 상대로 한 부킹서비스까지 해주며 전문영업을 벌이고 있다. 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킹을 통해 만난 노인들 중 일부는 곧장 근처 여관으로 가거나 애인 관계로 발전한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 노인종합복지관의 2005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노인(남 137명, 여 166명) 중 26.1%는 평소 성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7.5%)이 ‘월 1회 이상 섹스를 즐긴다’고 대답했고 23.1%는 ‘주 1회 이상’이라고 응답해 노인들의 높은 성욕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발표한 ‘종묘공원 이용 노인의 전염병 실태조사’에서도 노인 다수가 일상적으로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남성 561명 중 191명(35%)이 ‘평상시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중 132명(69%)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 성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실제로 조사대상 중 15명은 매독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성매매로 인한 노인 성병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임질 등 다른 성병에 감염된 적이 있다’고 대답한 노인도 26명에 달했다. 집창촌 등은 보건당국의 정기검진 대상인 반면 박카스 아줌마 등의 노인 상대 성매매는 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노인들의 성매매 문제는 더욱 심각한 실정이었다.
이지성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