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검사장 자리에 안착한 채동욱 부산고검 차장(왼쪽)과 이인규 대전고검 차장. | ||
자연히 이번 인사를 앞두고서도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갖가지 예상과 조합이 그려졌고 이 과정에서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들 사이의 인맥과 관련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검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검사장급 인사에서 관심을 끌었던 ‘인사’들을 다시 조명해봤다.
이번 검사장급 인사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검사장 자리가 8개 늘어나면서 소위 “아깝게 밀렸다”고 탄식하는 고위 검찰 간부를 찾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자리 수를 늘리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면서 인사 대상자 선정 과정도 늘어졌고 자연히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일각에서 “선정 과정이 늦어지다 보니 결국에는 법무부 장관의 마음에 맞는 사람들로 구색 맞추기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을 꼽자면 초기에 검찰 안팎에 나돌던 ‘예상 명단’과 마지막에 발표된 명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 요직인 ‘빅4’(서울지검장·대검 중수부장·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공안통 검사가 세 명이나 배치되는 ‘진기록’이 세워진 가운데 사시 19회인 안영욱 부산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입성이 예상치 못한 ‘파란’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안 검사장의 임명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늦게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던 인물은 대전고검장으로 임명된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55·사시 20회)과 현직에 유임된 문성우 검찰국장(51·사시 21회)이었다. 사시 1년 선배인 박 검사장이 문 검사장보다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는데 막바지에 안 검사장이 다크호스로 나타나 ‘판’을 정리한 셈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박 검사장이 막판에 배제된 결정적인 이유가 지난해 중수부장으로서 법원과의 기 싸움을 벌인 전력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능력에 대한 내부의 평가를 떠나서 ‘론스타 사건 관계자 영장 기각 파문’ 등으로 인해 법원과 불편한 관계를 보인 당사자를 가뜩이나 선거가 있는 해에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시각이 대세론으로 굳어졌다는 후문이다.
처음엔 이름이 크게 거론되지 않았던 안 검사장이 서울지검장으로 급부상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본인의 경력과 학벌 등이 인사 타이밍과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박영수 대전고검장. | ||
안 검사장은 지난 99년 대검 공안기획관 시절 진형구 당시 대검 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 사건’ 여파 때문에 현직 검사 최초로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까지 출석, 곤욕을 치렀던 적도 있다.
법·검 갈등의 주역을 ‘자청’했던 채동욱 전 대검 수사기획관(부산고검 차장)과 이인규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대전고검 차장)이 나란히 검사장 자리에 안착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시 기수가 같은 두 사람은 동일하게 ‘특수통’으로 분류돼 검사장 승진에서 한 명은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두 사람 모두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채 검사장이 현대차 수사 등으로 공을 세우며 일찌감치 검사장 1순위로 내정됐지만 기획 능력과 강력 사건 수사 경력을 두루 갖춘 이 검사장 역시 승진에서 배제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서울지검에서 이 검사장 바로 옆의 집무실을 쓴 안창호 전 2차장(광주고검 차장)의 승진도 의미가 있는 인사로 꼽힌다. 안 전 차장은 일심회 사건 등을 깔끔하게 처리하고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과거 2차장을 맡았던 선배 두 명이 모두 인사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좋지 않은 징크스를 깨버린 셈이 됐다.
반면 성남지청장이라는 자리는 계속 ‘징크스’를 이어나가게 됐다. 지난 2003년 송두율 교수를 구속시켰던 박만 당시 서울지검 1차장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성남지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재기를 노렸으나 그후 승진에서 배제된 것이 ‘악연’의 시작.
지난 2005년 10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구속 수사를 결정했던 황교안 당시 서울지검 2차장도 이듬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성남지청장으로 부임, 와신상담해왔으나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물의를 일으킨 경우 검사장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도 이번 인사의 한 특징. 특히 같은 보직에 근무했던 차장 검사급 선후배가 주요 사건에 휘말리는 곤욕을 치렀으면서도 인사에서는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눈에 띈다.
서울지검 1차장이던 김영철 검사는 자신의 누나가 제이유 사업자로 활동한 사실이 노출되면서 검사장 승진을 노려보지도 못하고 퇴직했다. 반면 김 차장의 전임인 황희철 검사장은 자신의 매제가 법조 브로커 윤상림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지난해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으로 승진한 지 한 달여 만에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으나 이번 인사에서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임명, 재기했다.
최고의 ‘행운아’로 꼽히는 주인공은 인천지검 제1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영전한 김학의 검사장이다. 정상명 검찰총장과 사시 동기(17회)인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과 임승관 대검 차장검사가 일찌감치 용퇴를 선언했던 것과는 달리 한 기수 밑인 문영호 수원지검장이 인사 명단 발표 직전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남게 된 검사장직 한 자리가 김 검사장에게로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
이진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