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을 호가하는 왕관을 들고 미얀마로 도망간 메이 타 테 아웅이 현지 인터뷰에서 주최 측이 전신성형수술 및 성접대를 강요했다고 주장해 국제적인 파문이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 다시 터진 ‘스캔들’ 그리고 똑같은 해명
지난 2011년, ‘2011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라는 미인대회에서 ‘섹스스캔들’이 터졌다. 이 대회는 (주)엘리트아시아퍼시픽그룹이라는 국내의 한 무명 기업에서 주관했다. 당시 대회에 참가한 영국 웨일스 출신의 월러튼(당시 19세)은 대회 도중 긴급 귀국, 일부 주최측 인사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주최측은 <일요신문>을 통해 오히려 월러튼의 대회 기간 성매매 의혹을 제기하며 진흙탕 싸움을 야기했다.
그리고 3년 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2014년 5월 동일한 대회에서 1등을 한 미얀마 출신 메이 타 테 아웅(16)은 지난 8월 27일, 주최측이 계약 위반을 이유로 1등을 취소하자 돌연 1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왕관을 들고 미얀마로 돌아갔다. 아웅은 현지 인터뷰를 통해 “주최측이 가슴을 포함해 원하지 않는 전신 성형수술을 강요했다. 결국 수술은 하지 않았다. 또 향후 음반 제작을 위해 재계 인사들을 접대해야 한다고 강요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왕관 탈취 사건에서 성접대 의혹으로 비화한 셈이다.
이 대회의 주최사인 (주)미스아시아퍼시픽인터내셔널 대표 로렌스 최(본명 최영철)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맞받았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있다. 아웅은 지난 6월 3000만 원을 받고 현지에서 CF를 찍었지만, 우리에겐 돈을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또 한국에 올 때 비자 기간을 넘기면서까지 모친과 동행하겠다고 떼를 썼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1위 수상을 취소한 것이다. 또 우리는 수술도 강요한 적 없다. 본인 동의하에 진행했다. 현재 본인은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나 우리는 뷰티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돈을 들여 수술을 해줬다. 그 증거도 공개하겠다. 성접대 의혹은 정말 말도 안 된다. 일정상 그럴 틈조차 없었다.”
최 대표는 3년 전에도 <일요신문>을 통해 전적으로 참가자에 책임을 돌린 채, 되레 ‘거짓 의혹’을 제기하며 반박한 바 있다.
# 최 대표 명의 법인만 3개
해당 미인대회는 2011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4회를 맞는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잇따른 사건으로 인해 많은 구설에 올랐다. 근본적으로 대회의 운영 구조, 과정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요신문>은 취재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회 주최사가 매 대회마다 새로운 법인을 생성한 것. 대회 발기인 최 대표의 명의로 된, 현재 살아있는 법인만 3개. 2011년 대회는 ‘(주)엘리트아시아퍼시픽그룹’, 2012년 대회는 최 대표의 개인사업자, 2013, 2014년 대회는 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스타였다. 올해 대회가 끝난 지난 지난 6월에는 또 (주)미스아시아퍼시픽인터내셔녈이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고, 그 법인의 사명을 8월경 다시 (주)유주네트웍스코리아로 변경한 것을 확인했다.
빈번하게 법인이 바뀌는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최초 법인은 2011년 사건 탓에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또 2012년은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개인사업자로 진행했다. 지난해 (주)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스타라는 법인을 만들었지만, 세계 3대 미인 대회인 ‘미스 월드’ 측에서 ‘월드’라는 대회명을 사용하지 말라고 소송을 걸어왔다. 올해 또 새로운 법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유가 어찌됐건 안정된 사업 기반과 운영 구조가 형성돼 있지 못한 셈이다. 불안한 수익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해당 대회는 수상자들의 향후 매니지먼트 사업도 실시한다. ‘아웅 사건’처럼 충분히 수상자들의 향후 활동 과정에서 갈등이 싹틀 요지가 많은 셈이다.
# 허위 스폰서 의혹과 묘한 수익구조
스폰서에도 문제가 있다. 대회 홈페이지에는 SK텔레콤, BBQ 등 국내 유수 기업과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들이 스폰서로 참여했다고 소개돼 있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문의한 결과 돌아온 답변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대회 홈페이지에 스폰서로 올라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협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 특히 경기콘텐츠진흥원 측은 “지난해 우리가 주최하는 게임박람회에 그들이 찾아왔다. 그때 우리는 잠시 그들을 안내해준 것밖에 없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요신문> 취재 과정에서 기업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주최측은 부랴부랴 홈페이지에 올라온 스폰서 기업과 기관들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금전적 협찬을 한 스폰서는 아니다”라고 일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스폰서 확보는 우리와 또 다른 협력사 몫이었다. 다 얘기가 된 줄 알았다. 또 지난해 우리가 방문한 게임박람회에서 일부 협조를 얻은 것도 있고 해서 기재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대회부터 자금을 지원하며 함께하고 있다는 협력사 ‘유주’는 국내 회사가 아니다. 최 대표는 유주에 대해 “싱가포르의 SNS 통신 회사다. 곧 상장할 기업이며 사실상 우리 회사를 인수한 상위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회사 이름도 유주네트워크코리아로 변경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 그렇다면 로렌스 최는 누구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대회를 사실상 이끌어온 발기인은 로렌스 최 대표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최 대표는 스위스 유학파로 오랜 기간 미인대회를 주관한 사업가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해외 국적자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마디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최 대표는 자신에 대해 “90년대까지 스위스, 프랑스, 영국 등에서 공부하며 거주했지만, 국적은 한국”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IMF 당시 귀국 후 영화 및 뮤직비디오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현지에서 기획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했다. 이런 글로벌한 경험을 토대로 2002년부터 미인대회를 개최해 왔다. 미인대회에 있어서는 많은 노하우를 쌓아왔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