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왼쪽)과 신현덕 전 경인TV 사장. | ||
특히 얼마 전에는 신 전 사장과 강동순 방송위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등이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백성학-신현덕 파문’은 이제 방송가에 이어 정가까지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또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뇌관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현재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이들 녹취록을 입수, 전체 내용을 모두 확인했다. 문제의 녹취록은 모두 7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내용은 백 회장이 사무실에서 신 사장 등 회사 임원들에게 자신의 미국 인맥 등을 설명하면서 국내 정치와 방송계 상황을 언급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는 다소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얘기를 쏟아내기도 했다.
녹취록들 속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 전직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미국의 주요 인사들 및 국내 방송계 언론계 인사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백 회장의 일방적인 주장들이 대부분이고, 또 녹음 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탓에 녹취록 문장이 자주 끊겨 있어 정확한 내용 파악이 다소 힘든 부분도 많다.
이 때문인지 백 회장 측은 문제의 녹취록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있다. 백 회장과 경인TV 측은 “신 전 사장이 녹음한 것은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편집이 된 것으로 드러났고, 또 CBS 측이 필요에 의해 일부 내용만을 소개하고 그럴듯하게 해설을 곁들여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CBS 측은 “신 전 사장은 당시 MP3로 녹음한 것이어서 편집이나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다만 희미한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의 잡음을 없애고 일부 소리를 키운 것을 두고 편집이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며 “전체를 다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녹취록을 증거 자료로 채택, 수사했던 검찰은 지난 6일 수사 결과 브리핑도 없이 국회에만 수사 결과를 통보하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들어 신 전 사장의 일부 주장은 사실로 인정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는 녹취록 내용 가운데 이미 언론에 소개된 부분이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부분은 가급적 배제하고 눈에 띄는 몇 가지 내용만 소개한다. 또한 녹취록 원문 그대로를 인용하고자 했으나 신문 게재에 부적절한 표현은 뺐고, 문맥이 안 맞는 부분 또한 일부 고쳤음을 밝혀둔다.
■대선 주자 관련
백 회장은 지난해 10월 부천에 소재한 한 사무실에서 신 전 사장 등에게 당시 한나라당의 주요 대선주자 세 명에 대해 언급했는데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감정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시각을 많이 드러냈다.
“신 사장이 냉정하게 생각해서 둘이 이제 저기 뭐야. 손학규 하면 셋인데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순서 아니겠어? 그런데 내가 이명박을 좀 알거든. … 이 사람은 상당히 노무현하고 흡사한 성격이 많아요, 이명박이. 그런데 박근혜는 여자인데도 생각보다 똑똑해.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관심이 없었는데 금년 들어와서 이렇게 보니까 박근혜가 몇 수 위야, 그 행동은. 여자라는 약점…. 한나라당 지금 셋이… 정권을 가져가겠다는 얘기야. 그러니까 그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세 사람인데, 고건은 물 건너갔고. 세 사람 중에… 사람은 내가 보니까 손학규가 훨씬 나아. 아주 그 사람이… 차분해. 오히려 이명박보다 더 안정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게 뭐 당에서 먹어 줘야 말이지(중략).
박근혜는 나를 굉장히 어려워 해. …예의는 다 갖춰줬고 한 번도 내가 결례되는 얘기는 안 했어. 참 그래도 잘해. …원래 그 아버지를 내가 좋아하는… 그 왜 내가… 있을 때도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수출됐다 그러고, 여기 뭐 붙이는 것도 왜 박정희 대통령이 골라줘서 붙이고. 여러 번… 난 몇 번 만났어. 박근혜는 국회의원 되기 전에 서너 번 만났고 국회의원 되고 김석원 자리를 그 여자가 가졌어. …김석원이하고 나하고 친하거든. 그래서 백업 좀 해 준 거고. 또 박정희 대통령을 봐서 우리가 예의를 갖춰야지. 어떻게 보면 독재자지만. 그 후에 국회의원 되고도 제대로 두 번인가 세 번 봤어. 마지막 만난 게 2년 전. 그 밑에 메신저가 있어! 인앤 아웃되는. 유승민이지. 그가 나하고 그 지역 쪽에 연구소 있을 때부터 한 10년 알았어, 그래서 좋게 그냥…. (중략) 그때 유승민이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전부 연결이…. 그치는 한 달에 두 번 오고 그랬어.”
백 회장은 박 전 대표 측이 정수장학회에 자신을 이사로 추대하려고 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솔직히 신 사장은 남자지만 같은 남자끼리 그 사람(박 전 대표)이 남자라면 기가 막히지. 안 됐다. 나는 하여튼 어쨌든 일생 동안에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을 시켜줬기 때문에 그 집안하고는 내가 그럴 사이가 못 돼. 안 해 먹으면 말지. 내가 이렇게 부자로 잘 컸으니 얼마나. 그래서 정치에 내가 그 여러 번 내가 공짜로 주는 것도 그쪽에 명문 정치. 나를 저기에 왜? 정수장학회인가 거기에 이사로 끌어낼라고 그래서 내가 깨끗하니까. 거기에다가. …그 왜 학교를 많이 내가 도와주니까, 거기.”
이밖에도 백 회장은 10월 18일의 녹취록에서 “이명박 측이 30번이나 넘게 내게 졸라 댔어”라며 자신의 인맥이나 정보력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신 전 사장 역시 10월 11일 CBS 측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서 “(백 회장이) 예를 들어서 이명박 씨가 미국 갔을 때 럼스펠드 장관하고 사진 찍으러 가서. 그냥 만나기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명박 씨가 떠들어 가지고, 저건 뭐 대통령감이 아니다 이런 얘기도 하고…”라고 언급하고 있다.
▲ 문건은 문제의 녹취록들. | ||
백 회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출 과정에서 자신이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또한 반 총장이 김○○ 목사를 통해서 자신에게 도움을 간절히 요청한 내막 등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이를 뒤늦게 알고 백 회장에게 미리 정보를 귀띔해주지 않았다며 섭섭해 했다고 소개하는 부분도 등장한다.
“저 놈들이… 때문에 내가 그… 전화해서 반기문이 오라고 했어, 내가. …반기문은 내 손에 들어왔어. …하여튼 여기 다 오더를 내려. 반기문은 메시지…. 그리고 오래전부터 내가 막았다고. 알아. 10월 3일 날 새벽 5시 결정될 때, 그때 일주일에 두 번씩 내가 반… 끝나고 전화를 했거든. 마지막 날 반기문이 날 졸라서 내가 시내에서 만나자는 거 못 만났고 공관에서 몰래 만났어.”
“(반기문은) 완전히 우리 손에 기어들어 왔다고. …반기문은 처음부터 저절로. ‘나는 내가 의심받을까봐’ 그러고 또 ‘나 안 되겠다. 안 되겠어’ 쇼하는 거야. ‘내가 다급하니까 말씀하지만, 다시 한번 마지막에 결단내려 주십시오’ 그런… 나한테. 왜 그러냐면 내가 지금 김○○ 목사가 저기 심부름 … 그 친구가 그 이제 10월 2일 날 최종 공관에서 미팅하고 자기가 요거만 보고해 달라고. 그래서 연락이 되어서… 어저께부터는… 그리고 이제 그 주미한국대사가 알아 가지고 이 실장한테, 노(대통령)한테 보고가 됐고, KCIA가 지랄을 해서 잠깐 나를 만나자고 해서… 그래서 ‘그렇게 따돌리냐?’ 나는 ‘따돌린 게 아니다.’ 그런 일 하면… 뭐 ‘노무현은 큰 호박 하나 잡은 거 아냐? 성과 크게 낸 거 아니냐?’ 그랬더니(중략)….
이상업이 하~ 졸라서 지난주 만나주니까 ‘너 왜 나 불렀냐?’ ‘회장님 나를 왜 괄시하세요?’ …인펌만 주면 자기 체면 서는데. ‘너 왜… 뭐 어떠냐?’ ‘아니 미국서 보고되는데 회장님이 그동안 작업하셨는데 터져나왔는데.’ ‘아니야, 난 뭐 막판에 한 번 만나자고 해서 만나 준 것밖에 없어.’ 그때 김○○ 목사가 최종 조정되는 거 미국의 일정을 알고 있다가 미국 쪽에 얘기 하면서 지금 ○○○가 실은 김○○ 목사 똘마니야. 그한테 얘기했더니 그게 자기 실적을 올리느라고 보고한 거야. 그러니까 이 자들이 자꾸 반기문이 이거 만들어 냈으니 이게 그리로 넘어 간 게 아니냐? 지금 뭐 굉장히 소란한 거야. 아니 내가 겁나? 방송 안 해 먹으면 그거 대통령 내가 뭣같이 아는데 세월만 바르게 돼 봐. 우리도 기회가 온다고. 반기문이 만들었더니….”
■방송국 관련
백 회장은 국내 방송 3사의 좌익 성향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이 경영할 경인TV의 방향은 보수적으로 갈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번 방송된 거는 나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완전히 실력이고 사업계획 제대로 되고 백성학은 크레딧으로만 해서 그 심사위원들한테 심사위원들이 점수 제대로 매긴 거지… 절대 누구한테 신세진 거 아니야. 그런데 내가 왜 그 언론노조에 걔들한테 끌려가면 이 방송은 뺏기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내가 방망이를 또 든 거야, 못 쓴다고. (중략) 그리고 일단 지금 판을 짤 때 제대로 짜야지, 내 꿈은 다른 데 있는데 이제 한 2년 납작 엎드려 있기는 하겠지만 미래의 꿈이 따로 있는데 거기에다 그거 협박하는 놈들 다 갖다놓고 그럼 어떻게 해? 방송 앞으로 계속 못 한다고(중략).
이 방송은, 절대 빨갱이 방송은 난 안 해. 그래서 내가 그랬어. 그거 어떻게 빨갱이하고? 지금 뭐 우리 신 대표. 제일 그래도 KBS 뉴스가 레프트지만 그래도 비교적 중립 선에서 하는 거고 SBS는 눈치를 봤다 요랬다 저랬다 하는 거고 MBC는 완전히 레프트야. 난 그렇게, 내 느낌은 그래(후략).”
■유승민의 백 회장 평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11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신 사장과 나눈 대화에서 “백 회장이 유 의원님과 굉장히 친하다고 하더라”라고 언급하자 이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
“그 양반(백 회장)은 뭐가 되면 꼭 자기가 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거를 이제 그 양반이 얼마나 뻥이 세냐하면 그거는 사실 이런 겁니다. 그 저 미국도 화이트하우스에 부시의 모든 일정과 이런 걸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어요?
그 사람한테 얼마나 많은 루트로 뭐가 들어오겠습니까? 그런데 그걸 다 이제 걸러가지고 이게 뭐 어느 정도 해야 되는지 자기들도 다 하는 시스템이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백 회장 그냥 그런 거죠. 우리나라에 거, 백 회장 정도, 백 회장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도 와 가지고, 우리한테 와가지고 부시 잘 안다고 그러고 뭐 박 대표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것 같이 뻥치고 다니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거 아닙니까? 재미교포 뭐라고 그러면서 와가지고 그런 사람이 한둘입니까? 별 정신 나간 사람들 많거든요.
그런데 실제 이래 그 루트라는 게 얼마나 예? 사실 마지막에 올라가면 그게 다 잘라지고 진짜, 진짜 친한 사람만 되는 거지. 백 회장이 이제 아마 자기 나름대로 보내고 하는 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 그걸 가지고 이쪽에 와서 너무 뻥을 많이 치고 다닌 거예요. 노무현도 거기에 좀 당한 거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도 백 회장이, 노무현이 왜냐하면 겉으로는 절대 안 그러지만 뒤로는 노무현도 그 누구 그런 거 안 있습니까? 외교부 장관이나 청와대를 시켜가지고 ‘야, 부시하고 누가 친한지 알아봐라’ 그랬지 않겠습니까? 뻔하다구요. 우리나라에. ○○금속의 ○○ 회장도 노무현한테 여러 번 쪼였을 거고.
…제가 그 양반한테 들은 이야기는 전두환이 때부터 전두환, YS 계속 그랬대요, 계속.
이 사람이 왜 그렇게 정권을 잡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랬으면 2002년까지 뭐 그냥 예? 마지막까지 그냥 신경을 쓰다가 왜 그냥. 그 다음부터 저희들 쪽에는 저는 이회창 총재를 모시는 사람이니까 저희들 쪽에는 완전히 발을 딱 끊었어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거는. 철저하게 그걸 이용해가지고 그걸 한 거예요. 제가 이제 국감에서 말씀하신 거 보고 ‘야, 우리 사장님께서 백 회장이라는 사람을 너무 과대평가해 주시는구나’….”
한편 청와대와 백 회장의 접촉설에 대해서는 신 사장이 CBS와 가진 인터뷰 녹취록에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C) “이병완 실장을 백성학 회장이 만났다고 그러는데.”
(신) “한 번 식사 했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C) “언제쯤?”
(신) “정확한 내용은 나한테 얘기를 안 해줬고. 만나서 식사를 했다고. 그 얘기를 날짜를 기억할 수 없는데. 내가 (2006년) 5월 22일부터 갔거든요. 그러니까 그 이후에.”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