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이 힙합버전으로 ‘사랑해요 LG송’을 부르는 모습. 김재박 전 감독(작은 사진)은 당구가 취미다. 본인은 700점을 친다고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전성기 때는 1000점 정도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제공=LG 트윈스
#골프
윤석민(왼쪽)과 송진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사진제공=스포츠조선
감독들과 코치들 가운데서도 비시즌만 되면 골프에 푹 빠져 지내는 애호가들이 많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다시 태어나면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만큼 골프를 좋아한다. 스스로도 세미프로급 골프 실력을 자랑하는 KIA 선동열 감독은 아예 아들을 야구가 아닌 골프 선수로 키웠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투수인 한화 송진우 코치도 골프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늘 마운드에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골프가 가장 좋은 취미”라고 말하기도 했다.
#낚시
LG 김선우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한강에서 잉어를 잡으면서 낚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 미국에서 뛸 때는 숙소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바다가 있었는데, 그 지역이 바로 세계 3대 낚시터 가운데 하나였다. 김선우는 “그 바다에서 상어 세 마리도 잡아봤다. 백상어와 망치상어. 그리고 일반 상어였다”며 “내가 낚은 최대어는 길이만 1m가 넘는 레드피시였는데, 40분 가까운 사투 끝에 포획에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두산 김현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낚시를 다니며 취미도 즐기고 집중력도 키웠다.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 통한의 병살타로 고개를 숙였을 때도, 아버지와 함께 인천 앞바다로 나가 선상낚시를 하며 마음의 짐을 훌훌 털고 돌아오기도 했다.
#노래
이종범, 선동열, 양수경이 결성한 혼성그룹 ‘투앤원’.
롯데 김성배는 가수 박효신과 비슷한 저음의 목소리로 각광받는다. “술 한 잔 걸치면 성배의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는 동료 선수도 있다. 김성배는 “매형이 총각 시절에 미사리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셨다. 매형과 노래방을 자주 찾다가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LG 봉중근도 팬 페스티벌마다 단골로 마이크를 잡는 ‘노래 에이스’다. 발라드곡을 부를 때 특히 실력을 발휘하고, 한 연말 시상식에서 가수 심은진과 듀엣 무대를 펼친 적도 있다. 삼성 최형우와 넥센 송신영 역시 팀 내에서는 유명한 가수다. 성량이 좋은 SK 채병용은 문학구장에서 이적의 ‘다행이다’를 부르면서 11년간 연인이었던 아내 송명훈 씨에게 공개 프러포즈도 했다.
채병용이 2008년 10월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노래 공개 프러포즈를 한 뒤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당구
야구선수들은 손으로 공을 던지고 배트를 잡는다. 그만큼 손의 감각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구 역시 손을 섬세하게 사용해야 하는 스포츠. 그래서 야구계에 고수가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달인은 김재박 전 LG 감독. 스스로는 700점을 친다고 주장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전성기 때는 1000점 정도는 됐을 것”이라고 증언한다. 롯데 김시진 감독도 400점을 자랑하는 고수인데, 넥센 사령탑 시절에는 종종 선수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기도 했다. 한화 이종범 코치 역시 선수 시절 500점을 놓고 게임을 했다. LG 김민호 코치도 한 스포츠전문채널에서 주최한 프로야구 코치·선수 당구대회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실력이 좋다.
LG 장진용은 2군 전용구장이 구리에 있던 시절 ‘구리의 갈고리’라는 별명을 자랑했을 정도로 내기 당구에서 져본 적이 없다. SK 김상현도 무명 시절 당구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2군 생활이 너무 길어지자 야구를 그만두고 당구장을 차릴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NC 이호준, 삼성 이승엽, 한화 정근우, 두산 노경은, KIA 나지완 등 쟁쟁한 선수들 대부분이 학창 시절부터 갈고 닦은 실력을 자랑한다.
특이한 점도 있다. 일부 선수들은 자신이 경기 때 주로 사용하는 손이 아닌, 반대쪽 손으로 당구를 친다. 자칫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가 오거나 부상을 당해 경기에 지장을 줄까봐 염려해서다. 김시진 감독과 이종범 코치가 ‘왼손 당구’로 고수의 자리까지 올라선 대표적 인물이다. 요즘은 공만 왼손으로 던지는 투수(좌투우타)나 타석에서만 왼쪽에 서는 타자(우투좌타)들이 늘어나 팔은 팔대로 관리하고 취미는 취미대로 즐기기에 더 좋다.
배영은 스포츠동아 기자 yeb@donga.com
야구계 패셔니스타 누구 박용택 머리부터 발끝까지 ‘센스쟁이’ 삼성 이승엽은 작고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 모델로 나섰다가 아내 이송정 씨를 만났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현역 시절 패션모델로 전직하라는 제의를 받았고, 실제로 남성복 광고를 찍었다. 한 여성지는 지난해 말 삼성 안지만, 한화 유창식, LG 정의윤, 두산 최재훈 등 각 구단의 ‘훈남’ 선수들을 섭외해 정장을 입히고 패션 화보를 촬영했다. 박용택은 2013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뛰어난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제공=LG 트윈스 그러나 이제는 선수들의 패션도 진화했다. 각자의 개성을 살려 옷을 입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야구 관계자들은 “서울이 패션의 메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지방 구단 선수들보다는 서울 구단 선수들이 더 옷을 잘 입고 패션에 관심도 많은 편”이라고 증언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LG 선수들 가운데 패션 리더들이 많다. LG 박용택은 그 가운데서도 첫 손에 꼽힌다. 박용택의 패션센스는 전 구단 선수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옷 잘 입는 유부남 선수들은 대부분 아내를 잘 만나 환골탈태한 케이스가 많지만, 박용택은 오히려 멋쟁이 아내보다 더 섬세한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연말 공식 행사 때 박용택을 만난 이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 없는 옷차림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스스로도 “내 취미는 쇼핑”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스트라이프 패턴의 정장에 벨벳 소재의 단화를 신고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의상보다 신발에 모아졌다. 그는 “영국 왕실에서 실내용으로 신는 살롱 슈즈다. 시상식장에 깔린 레드카펫을 고려해 특별히 신어봤다”면서 “이런 자리에 올 때는 격식에 맞게 잘 차려 입는 게 예의인 것 같다”는 소신을 밝혔다. [은] |
야구계 입담꾼 누구 홍성흔·이호준 말빨도 ‘베테랑’ 더그아웃에는 활력소가 필요하다. 재치만점의 유머로 웃음을 안기고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존재 말이다. 입담 좋은 선수들은 팀 동료들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와 취재진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다. 홍성흔. 사진제공 =두산 베어스 NC에도 홍성흔과 쌍벽을 이루는 입담꾼이 있다. 베테랑 이호준이다.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모두가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에도 탁월하다. 한 번씩 풀어놓는 이야기 안에 웃음과 눈물과 감동이 한꺼번에 담겨 있다. 과장과 허풍을 약간씩 섞어가며 얘기해도 밉지가 않다. SK 시절 한 구단 관계자는 “생수 한 병을 마셔놓고 소주 열병을 해치웠다고 해도 남들이 믿을 선수”라고 했다. 이호준의 친정팀 SK에서는 박정권이 숨은 실력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주 출신인 박정권은 광주가 고향인 이호준처럼 가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데, 걸쭉한 맛은 조금 덜해도 입담이 맛깔스럽다. 스스로는 절대 웃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남을 웃기는 게 특징이다. 한화는 FA(프리에이전트) 정근우를 영입하면서 확실한 분위기 메이커를 얻었다. 정근우는 적재적소에 기습적인 농담을 던지는 기술이 탁월하다. 스스로 “9개 국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용병들과 끊임없이 외국어 대화를 시도하고, 모자를 이상하게 돌려쓰거나 유니폼 바지 아랫단을 ‘프리 스타일’로 자르면서 시각적인 유머도 선사한다. 박석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두산 유희관도 말솜씨로는 뒤지지 않는다. 별명이 ‘유희왕’인 이유가 있다. 라커룸에서 코믹 댄스라도 추는 날엔 동료들이 모두 뒤집어진다. 물론 인터뷰도 청산유수다. 이제는 그도 두산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가운데 한 명이지만, 1군과 2군을 오가던 시절에는 취재진 앞에서 후배 김현수의 매니저를 자청할 정도로 익살스러웠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