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프리터(freeter)’란 자유로운(free) 노동자(arbeiter)라는 뜻으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취미 활동 등에 몰두하는 젊은 층을 말한다. 이들은 필요한 돈이 모이면 아무런 미련 없이 일을 그만둔다. 그러다 돈이 궁해지면 또다시 일을 찾는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부담 없기는 마찬가지다. 평생직장 정년보장에 익숙한 7080세대에게는 낯선 존재이지만 전문 아르바이트족인 프리터는 어느새 우리 취업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해버렸다.
실제로 한 아르바이트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서는 구직자의 61.4%가 ‘졸업 후 정규직 취업이 되지 않으면 프리터로 지낼 생각이 있다’고 답할 정도다. 최근 캠퍼스 분위기는 한발 더 나아간다. ‘중소기업에 갈 바에야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사는 게 낫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도처에서 눈에 띈다. <일요신문>에서는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프리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 아무개 씨(33). 그는 졸업 후 첫 직장으로 홍보회사에 입사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고 하고 싶었던 분야여서 적은 월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맡은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직장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야근은 기본, 주말에 쉬기는커녕 남들 다 가는 휴가 한 번 제대로 갈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와 함께 홍보 일에 목숨 걸겠다던 초심도 어느새 사라졌다. 5년이 넘어서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김 씨는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외국으로 떠났다.
그는 현재 각종 잡지와 사보, 출판사 대필 작가를 하며 월 80만 원을 벌어들인다. 예전에 비해 수입은 크게 줄었지만 오전에 외국어학원을 다니고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등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그는 “현재의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김 씨처럼 기업과 같은 획일화된 조직 문화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 없이 언제 어느 때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이 프리터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개인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덤’도 얻는다. 젊은층에서 프리터는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식’으로 미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반면 경제적 어려움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무시할 정도의 담력도 필요하다.
‘진정한 프리터’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될 요건이 있을까. 한 블로그에 올라온 프리터 고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아이디(ID)가 앤젤(angel)이라고 밝힌 프리터는 진정한 프리터가 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이렇게 밝혔다.
우선 한 달 수입의 기준을 정하라. 수입이 정해져야 하루 24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 장·단기 아르바이트를 나눠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에게 끊임없이 투자하라. 아르바이트 이외의 시간은 자기계발에 활용하도록 한다. 특히 관심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쌓는 등 나만의 영역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를 높이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일하고 즐기고 그리고 공부를 해야 진정한 프리터다.
셋째, 과감히 도전하라. 새롭고 어려운 일이더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몸 사리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영원한 프리터는 없다. 프리터는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때문에 명확한 목표 설정은 필수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떳떳하게 밝힐 수 프리터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학력이 낮고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구직자들이 프리터에 대거 동참하면서 아르바이트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문성을 높이는 자기계발 노력은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결국 전문성을 갖춘 프리터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먼 발치에서 정규직을 부러워하는 프리터로, 하루하루 생계에 허덕이는 프리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