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동선개선사업은 국토부가 철도이용객의 환승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국비를 투입, 지난 2009년부터 연차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시행주체이며, 교통광장, 환승통로, 자전거주차장, 캐노피 등을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올해는 천안역과 신탄진역에 교통광장을 조성하고, 조치원역에는 환승통로, 울산역과 청주역에는 캐노피를 설치하게 된다.
지난해는 부·울·경 지역에서 진주·진영·울산역과 더불어 양산 물금역이 해당사업에 선정됐다.
진주·진영·울산역엔 캐노피가 설치됐으며, 물금역에는 교통광장 및 자전거주차장 등이 건립되고 있다.
하지만 이 환승동선개선사업이 지나치게 환승편의에만 치중돼 교통약자들을 위한 승강기 설치 등 이동편의는 도외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3일 양산시 의회 김효진 의원(기획행정위원장)<사진>은 지난해 환승동선개선사업에 선정된 물금역을 겨냥하며 ‘물금역 장애인, 노인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편의를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건의안’을 발의했다.
건의안은 ‘물금역 역사와 기차 승강장을 연결한 육교에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아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의 기차탑승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이들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선 승강기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양산 물금역은 원동역과 부산 화명역 사이에 위치한 3급 보통역으로 경부선 개통과 함께 1905년 1월 문을 열었다.
현재 부산방면 하행 19편, 서울방면 상행 17편 등 하루 36편의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부터는 ITX새마을호도 상·하행 각 2회씩 하루 4차례 정차하는 등 하루 평균 1000여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이 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물금신도시는 향후 인구 10만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양산을 넘어 동남권을 대표하는 신흥 주거단지다.
또 물금신도시에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이 자리해 있어 물금역을 이용한 많은 외래 환자의 출입이 쉽게 예상된다.
김효진 의원은 물금역 관계자의 말을 빌어 “물금역 이용자의 30% 가량이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러한 물금역이 역사와 승강장을 연결하는 3층 높이의 육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교통약자들이 기차탑승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서 정한 이동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준수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돼 있으나 이용에 10분 이상 소요돼 실제로 이용된 실적은 거의 없다”며 “휠체어리프트가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시용으로만 쓰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양산물금역의 이번 환승동선개선사업의 예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11억 6천만 원이다.
김효진 의원은 이 예산의 약 10%인 1억2천만 원 정도면 교통약자들을 위한 승강기 설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효진 의원은 “국토부 등이 해당사업을 추진하면서 너무 전시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사업 추진 시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포함해 실질적인 교통편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현재 진행 중인 환승동선개선사업이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및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복수의 관계자는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일반 지상역은 한국철도공사, 즉 코레일의 운영자산이므로 만일 승강기 설치가 필요하면 코레일이 나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 등의 이와 같은 입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환승동선개선사업 역시 코레일 운영자산인 전국의 일반 지상역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비를 투입해 진행해야 할 사업이라면 조금만 예산을 늘리든지, 아니면 기존 예산에서 운영의 묘만 조금 살리면 얼마든지 교통약자들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지적이 좀 더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김효진 의원은 “환승동선개선사업도 물론 물금역 이용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겠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장벽과 같은 3층 높이의 육교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교통약자들에게는 엘리베이터가 훨씬 절실할 것”이라며 “국토부와 코레일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이 자칫 젊은이들을 위한 사업으로 평가절하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추진 예정인 철도역 환승동선개선사업에 대해선 엘리베이터 등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 편의 시설이 없는 철도역은 반드시 이를 해당 사업에 포함시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