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의 연설 모습. 남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는 도입부에서 청중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
‘나는 왜 무대에만 서면 작아지는 걸까. 김 대리는 잘만 하던데….’
직장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가 된다. 물론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뭐 거창한 공공석상의 스피치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몇 번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몇 마디라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요즘 학생들처럼 토론과 발표식 교육을 받지 않은 30대 이상 직장인들에겐 정말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직장인들을 위한 ‘지침서 천국’ 일본의 경제지 <프레지던트>에 소개된 스피치 요령을 참고해 보자. 대단한 비법은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 느끼는 중압감과 긴장감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듯하다.
스피치에 서툰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화제, 즉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화제가 있어도 그것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주가 없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화제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지만 평소에 말하는 연습이 부족해서 기회가 와도 적당한 타이밍에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싶다면 평소부터 다음의 포인트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다.
우선 뉴스나 기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 “어떻게?”라는 문제의식을 지니고 나름대로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음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호감이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욱 집중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 해결책이 없는 불평이나 비난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는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의 화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만 나열한다면 듣는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고 지루해할 것이다. “혹시 ~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여러분 요즘 ~라고 느끼진 않나요?”와 같이 청중들이 알고 싶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짚어내면서 그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스피치의 기본 틀은 주제→화제→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방법은 3~5분의 짧은 이야기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이 삼단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첫 10~15초에 달려있다. 청중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면 아무리 흥미롭고 유익한 이야기라도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는지에 따라 스피치의 성공이 결정된다.
효과적으로 청중의 주목을 끌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사용된다. 첫 번째는 ‘불완전한 예고’다. 애매하거나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으로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미아가 되거나 길에서 주운 돈을 파출소에 가져간 경험을 말할 때 “저는 지금까지 세 번이나 경찰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꺼낸다면 사람들은 그 뒤에 이어질 내용이 궁금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질문하기’로 청중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0만 명 중 13명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는지 아십니까”라고 시작하는 식이다.
세 번째는 ‘옛날얘기’를 하듯이 “어느 여름날의 일이었습니다. 빨간 노을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청중들이 그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특히 개인적인 추억이나 경험담을 이야기할 때 효과적이다.
1단계에서 짧고 굵은 도입부로 청중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 2단계에서는 주제를 뒷받침하는 사실이나 자신의 체험을 예로 든다. 이때 청중들이 이야기의 내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가능한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막연하게 “여러분”보다는 “사회 초년생”이나 “관광업계 관계자”와 같이 특정 집단을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면 청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스피치 도중에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라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청중의 집중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요령이다.
마지막으로 처음 스피치를 시작할 때 언급했던 주제를 다시 한 번 반복하면서 이야기를 끝맺는다. 이때 명언이나 속담을 인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J. 하비스는 승자는 패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여유가 있고, 패자는 승자보다 게으르지만 늘 바쁘다고 했습니다”와 같이 짧은 문장에 깊은 뜻이 함축되어 있는 명언이나 속담을 사용하면 청중의 이해력과 집중도를 향상시키면서 스피치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덧붙여 환경 문제나 정치적 화제와 같이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야기의 범위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등산객의 취사 행위를 금지한 후로 달라진 산의 풍경’이나 ‘지난 국회의원 선거를 보며 느낀 점’과 같이 개인적인 체험이나 생각으로 주제의 범위를 한정하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화제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