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연봉을 받는 대형 금융지주 CEO 상당수의 주소지 집이 본인 명의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올상반기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의 보수는 평균 16억 원이었다. 하루 평균 1000만 원가량을 번 셈이다. 기본급과 성과급을 제외하고 3년 뒤 받는 성과연동주식(반기 말 주가 적용)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주요 은행장들의 연봉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특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자택은 호화스럽지만 전세였다. 지난 2012년 취임한 김정태 회장의 법인등기부상 주소지는 서울 반포동 한 아파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기준 20억 원을 웃도는 이 아파트에 김 회장은 지난 2월 6일부터 2016년 2월 5일까지 전세계약을 맺은 상태다. 전세금은 18억 5000만 원. 김 회장은 이전 주소지였던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거주했다. 김 회장의 연봉과 전세가 등을 감안할 때 집을 ‘못’ 샀다기보다는 아니라 어떤 이유에선지 ‘안’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본인 명의의 주택이 따로 있을 수 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하나금융지주의 두 은행장인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의 집은 다른 사람 명의였다. 법인등기부상 김종준 행장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금호동 한 아파트의 소유자는 김 아무개 씨로 40세 남성이다. 등기부상 전세계약 등이 없는 것으로 미뤄 아파트 소유자와 김 행장은 친인척 사이로 추정된다.
김한조 행장의 주소지인 서울 신당동 한 아파트의 소유자 역시 이 아무개 씨(35)다. 김한조 행장도 이 아파트에 대한 전세계약 체결 등의 기록이 없다. 자산 규모 기준, 올 상반기 신한금융에 이어 2위에 오른 하나금융의 수장 3명이 모두 ‘무주택자’인 셈이다. 법인등기부상 주소지만 놓고 봤을 때는 그렇다.
본인 명의의 주택을 주소지로 두고 있지 않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전세로 거주하고 있거나 친인척 명의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어색하다. 이들의 주거 방식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행장님의 집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개인적인 부분이라 새삼스레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한꺼번에 공석이 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KB금융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수개월 동안 내분 사태로 금융권을 들썩이게 했던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모두 법인등기부상 현 주소지가 본인 소유가 아니다. 임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차관까지 지낸 고위 공직자 출신이고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을 지냈다. 이 전 행장 역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SK그룹 사외이사 등 굵직한 위치에 있던 인물인 점에 비추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임영록 전 회장의 거주지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의 소유자는 만 82세의 김 아무개 씨(여)다. 이건호 전 행장 주소지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소유자 역시 만 56세의 서 아무개 씨(여)다. 각각 어머니와 부인으로 보인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사항이라 알기 어렵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장모 명의의 집을 주소지로 두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신당동 아파트의 소유자는 지난 2008년까지 이 회장 본인이었다. 그러나 2008년 현재 소유자인 장모 최 아무개 씨(85)에게 증여했다.
이들의 주거 형태와 방식에 대해 한 세무 전문가는 “7월과 9월에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에서 혜택을 볼 수 있고 사전 증여라면 상속세 혜택도 적지 않다”며 “특히 10억 원이 넘는 주택이라면 재산세·상속세 혜택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자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상속세”라며 “고위 공직과 금융권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절세 지식과 방법을 많이 알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형 금융지주 중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본인 단독 명의의 집에 기거하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지주가 유일하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1995년 매입한 서울 서초동 한 빌라에서 지금까지 20년째 거주하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역시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를 지난해 4월 매입해 살고 있다.
임영록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모피아’ 출신인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서울 여의도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이 아파트를 부인과 절반씩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본인 명의의 서울 홍제동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산은·씨티·기은 행장님은요? 배우자와 공동 소유 교수 출신으로 국책은행 수장을 맡고 있는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은 서울 반포동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홍 회장은 이 아파트를 부인과 함께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국내 첫 여성 시중은행장으로 눈길을 모은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지난해 말 서울 대치동 한 아파트를 17억 7000만 원에 매입해 살고 있다. 이 아파트의 지분은 권 행장의 남편이 3분의 2, 권 행장이 나머지 3분의 1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