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985년 광주지검 해남지청의 수사로 이 같은 불법 행각이 밝혀지면서 이 씨는 파면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파면 이후 그의 수법은 더욱더 대담해졌다. 개인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불법 취득한 국유지를 전매하는 일을 계속 했던 것. 당시 이 씨는 친인척 명의로 1억 1800여만㎡(3만 5000여 필지)의 국유지를 사들이고 다른 한편으론 서류를 위조해 5500여만㎡(6200여 필지)의 국유지를 취득한 것처럼 꾸몄다. 모두 합하면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였다.
하지만 이 씨가 불법 취득한 국유지이다 보니 제3자에게 파는 과정에서 각종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 씨가 이 씨의 불법 행위에 대한 제보를 하면서 광주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국유지 불법 취득 전모가 확인됐고 이 씨는 93년 특가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된다. 그러나 교도소 생활도 이 씨의 물욕을 버리게 하지는 못했다.
출소 후 이 씨는 자신이 과거에 불법 취득했던 국유지 중 국가의 환수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토지를 놓고 제2의 범죄를 시도했다. 친인척들의 명의를 동원해 마치 불법 취득 사실을 모르고 문제의 국유지를 산 선의의 피해자인 것처럼 속여 약 190억 원의 환수보상금을 받아냈던 것.
이 과정에서 재경부와 영암국유림관리소, 전남 무안군 소속 전·현직 공무원 5명 등은 이 씨와 친인척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매각 대상을 확대하도록 지침을 바꾸거나 매각 관련 서류를 발급하면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000만~1500만 원씩을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러한 이 씨의 사기 수법은 김 씨의 고발로 감사원이 조사를 벌이고 광주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서면서 들통나게 된다.
이 씨는 과거에 개인 사무실을 이용해 국유지를 불법 거래했던 것과는 달리 2001년경부터는 기업형 국유지 사기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 ‘이 회장’이라 불렸던 이 씨는 7~8명의 직원을 고용한 뒤 사무실 몇 곳을 옮겨 다니면서 조직적으로 특례매각 관련 공문서 등을 위조하고 환수보상금 등을 챙겼다. 이와 같은 사실은 검찰이 이 씨의 은신처에서 압수한 약 100박스 분량의 각종 서류와 도장 등을 분석하면서 확인됐다.
이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국유지를 취득했던 80년대 당시는 공무원들에게 국유재산 매각을 통해 정부의 국고를 채우도록 장려하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도 그러한 움직임에 일조하기 위해 친인척 명의로 국유지를 취득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1985년과 1993년 두 차례의 수사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국가를 상대로 똑같은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본다”며 “비록 이 씨가 고령의 나이지만 죄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