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8월 로또복권의 가격이 한 게임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되면서 복권 당첨금도 줄어든 게 사실. 하지만 로또복권 한 장에 꿈과 희망을 싣는 서민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지금까지 로또 1등의 행운을 잡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들이고 대체 무슨 계기로 복권을 샀던 걸까. 지난 6년여의 통계와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로또복권 1등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가 본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30~40대의 기혼 남성으로 200만 원 안팎의 월수입을 올리면서 매주 5000원에서 1만 원 미만으로 로또게임을 즐기는 사람.’
각종 통계로 추산해본 로또 1등 당첨자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로또복권 1등의 당첨확률은 814만 5060분의 1. 우리네 이웃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이 사람들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1등 당첨자의 신원과 정보는 철저히 차단돼 있는 게 현실. 하지만 지난 2003~2004년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그후 2007년까지의 통계를 분석해보면 대략이나마 1등 당첨자들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분석 결과 전체 로또 1등 당첨자들의 약 77%가 남성, 23%가량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30%)가 가장 많았으며 30대, 50대, 20대의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혼자는 전체의 76%였다. 성씨로 보면 김, 이, 박 씨가 전체 1등 당첨자의 49.2%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회사원 27.6%, 자영업자 25.6%로 ‘투톱’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월 소득 수준이 5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에서 유독 당첨자가 많이 나왔다(25.6%)는 점이다. 이는 무직자를 포함해 전업주부, 학생층의 로또복권 구매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전체 당첨자 중 월 소득 150만~200만 원인 사람이 21.6%, 200만~300만 원인 사람이 14.8%를 차지했고 월 300만 원을 초과하는 중·고소득자들도 10.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가정을 둔 남성으로 월 소득이 150만~300만 원 사이인 회사원과 자영업자가 1등 당첨자들 중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인 셈이다.
그렇다면 1등 당첨자는 과연 어느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나왔고 이들이 복권을 산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로또복권 관련 자료에 따르면 1등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은 서울 경기 부산 인천 대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에서 절반가량의 당첨자가 나왔는데 이는 인구가 집중돼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로또 구매자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1등 당첨자들은 ‘재미로’ 산 경우보다 ‘특별한 꿈을 꾼 뒤’ 로또복권을 산 것이 행운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으로 어딘가 ‘기댈 만한 구석’이 생겼을 때 복권을 사는 경향이 높았던 셈이다.
특히 2003~2004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첨자들이 꿨던 행운의 꿈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복꿈’과는 사뭇 거리가 있었다.
흔히 재복을 가져다주는 ‘복꿈’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돼지꿈, 용꿈, 배설물 꿈. 하지만 1등 당첨자들의 꿈 중엔 돌아가신 부모나 조상에 관련된 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번째 빈도를 보인 ‘숫자가 등장하는 꿈’보다 거의 두 배가량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론 재물과 관련된 꿈, 동물이 등장하는 꿈 순이었다. 또한 소수이긴 하지만 물과 불에 관한 꿈도 있었다. 반면 대통령 등 위인에 관한 꿈과 배설물 관련 꿈은 거의 최하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꿈의 ‘유효기간’이 대부분 3일이었다는 사실. 꿈을 계기로 로또복권을 샀던 1등 당첨자들의 약 70%는 꿈을 꾼 지 3일 이내에 복권을 샀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로또 1등 당첨자와 복권 판매점의 ‘함수관계’다. 과연 ‘복권 명당’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에 과학적으로 답할 방법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유독 1등 당첨자들을 자주 배출한 복권 판매점들은 분명 존재한다.
1등 당첨자들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1등 당첨자를 여럿 배출한 판매점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다. 그중 수위를 달리는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스파’. 지금까지 무려 8명의 1등을 낳았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7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한 충남 홍성군 홍성읍 소재 ‘천하명당 복권방’과 공동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1월 26일 제269회차 추첨에서 또 한 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옴으로써 단독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 2위를 차지한 홍성읍의 ‘천하명당 복권방’은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역 여행객들의 필수 방문지가 된 곳. 특이하게도 1등 당첨자가 나올 때마다 복권방 사장이 물난리를 겪었다고 한다.
그밖에 3회 이상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으로는 부산 동구 범일동의 ‘천하명당’,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대박찬스’, 울산 남구 달동의 ‘영화유통’,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로또삼성복권방’, 경기 용인시 유방동의 ‘유방매표소’ 등이 있다.
복권전문가들은 한 번 1등을 배출판매점의 경우 입소문과 기대감 때문에 더 많은 구매자들이 몰리게 되고 결국 상대적으로 1등을 배출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로또복권 1등 당첨의 비결은 무엇일까. 앞에서 살펴봤듯이 부모나 조상에 관한 꿈을 꾼 뒤 3일 안에 복권 명당에 가서 1만 원 미만으로 로또복권을 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게 될까.
814만 5060분의 1이란 희박한 당첨확률이 말해주듯 아마도 인위적인 노력으로 ‘1등 확률’을 높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 중 상당수가 “즐거운 기분으로 꾸준히 소액으로 구입했을 뿐”이라고 당첨의 소회를 밝힌 대목이다. 그들이 말한 1등 당첨의 비밀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크지 않은 욕심’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로또복권사업 운영의 주체가 국민은행에서 (주)나눔로또로 바뀌면서 로또복권의 성격 또한 달라졌다. 과거의 슬로건이 ‘인생역전’이었다면 이젠 ‘행복한 나눔’이다. 로또 애호가들이 사는 복권 매입액의 40%는 각종 사회·문화활동 등에 지원된다. 로또복권 한 게임(1000원)을 하면 400원을 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 한 주일간 즐거운 상상에도 빠져보고 기부라도 할 수 있다면 나름 의미 있는 ‘게임’이 아닐까.
김동욱 인턴기자 sigfri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