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4일 발간될 <코믹 메이플스토리> 26권 표지와 서영은 그림 작가. | ||
사전조사 필수
처음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이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이 팀의 최원영 팀장이 서울의 한 게임쇼에 들르면서다. 게임쇼의 수많은 게임들 중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가 유독 최 팀장의 눈에 들어왔던 것. 이유는 사실 단순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맘에 들더라”는 것. 이미 온라인 게임으로 인기를 끌던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만화화를 성공해 본 경험이 있었던 탓일까. 최 팀장은 망설임 없이 ‘메이플스토리’의 만화화를 구상했다. <코믹 메이플스토리> 제작팀(이하 메이플 제작팀)이 탄생한 배경이다.
캐릭터를 선정한 후 최 팀장이 가장 먼저 살폈던 것은 지인들의 반응. 그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을 통해 직접 설문조사에 나섰다. 당시 막 게임으로 발매된 ‘메이플스토리’를 접했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최 팀장은 “아이들의 반응을 통해 ‘메이플스토리’의 만화화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연타’를 날리게 된 과정에는 메이플 제작팀이 초기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 ‘모험’을 한 것이 한몫을 했다.
‘안주’ 않고 ‘모험’ 택해
첫 모험은 만화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토리 작가’를 책 발간 전에 교체했던 일. 최 팀장은 “당시 스토리 작가는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미 상당히 많은 돈을 주고 계약을 맺은 상태였고 스토리 라인이 80% 정도 완성된 상태여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팀 내부에서의 의견도 분분했다. 그러나 최 팀장은 ‘상상력의 부족은 필패’라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바뀐 작가가 현재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정상에 올려놓은 송도수 씨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 <코믹 메이플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송 작가는 사실 이전까지 ‘성인물’ 외에 다른 작품을 집필한 적이 없는 작가였다는 점. 그의 작가 인생을 이끌어준 스승도 국내 성인만화의 ‘지존’으로 꼽히는 이현세 작가다. 메이플 제작팀에서 송 작가를 선택했던 과정에 반목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 팀장은 “송 작가는 (아동)독자들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뛰어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메이플 제작팀이 “선택이 옳았다”고 느낀 것은 순식간이었다. 1만 부로 ‘스타트’를 끊은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3일 뒤에 4만 부, 5일 뒤에 5만 부로 판매부수를 늘렸다. 10만 부에 도달했던 시점은 첫 발간 후 한 달여 만이다.
메이플 제작팀의 모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섰을 때 ‘그림 작가’를 서정은 씨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린 것. 당시는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100만 부가 넘었던 시기인 만큼 위험천만한 결정이었다.
이 탓에 주변에서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베스트셀러인데 굳이 그림 작가를 교체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것. 하지만 최 팀장은 그림 작가 교체에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단순해 독자는 금세 질리고 말 것”이라는 판단이 그 배경이었다. 이것이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단순 베스트셀러가 아닌 지금의 ‘메가 베스트셀러’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됐다.
팬들의 반응이 길잡이
메이플 제작팀은 또 다른 인기 비결로 팬카페를 꾸준히 ‘체크’했던 것을 꼽았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네이버’에 개설된 <코믹 메이플스토리> 카페의 회원 수는 5만여 명에 이른다. 다른 곳의 카페에 개설된 팬카페의 회원도 상당수다. 이런 카페에 올라오는 팬들의 반응들은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길잡이가 됐다.
학부모들에게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기피 대상이 아닌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게 된 것도 제작자들이 학부모들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영문판 메이플을 만든 것과 <맨 투 맨>과 연계작업을 벌여 초등영문법 메이플을 만든 것도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서다. 학부모들의 ‘학습과 관련된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계속 나오게 해달라’는 요청이 지금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수학논술만화 <수학도둑>, 논술동화 시리즈 <파이팅 논술>이 나온 것도 이런 학부모들의 건의를 ‘피드백’한 것이었다.
도전은 쭈욱~
이런 과정들을 거쳐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이제 700만 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메이플 제작팀은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700만 부를 돌파하면 다음은 1000만 부, 그 다음에는 2000만 부 돌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최 팀장은 “<코믹 메이플스토리>가 <해리포터> 같은 세계적 아동 도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메이플 제작팀은 앞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 작법서, 캐릭터 하나하나를 세세히 다루는 국내 최초의 ‘팬북’도 출간할 예정이다. 팬카페를 이용한 ‘포토 페스티벌’도 준비 중이다. 각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된 만큼 새로운 반의 친구들 사진을 팬카페에 올리면 추첨으로 ‘닌텐도 DS’, <메이플스토리> 전집 등 푸짐한 선물을 줄 계획이라는 것. 앞으로 5월 5일 어린이날을 위한 행사 역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메이플 제작팀은 인터뷰 말미에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부모님들도 봐야할 필독서”라고 강조했다. “세대 간의 갈등을 줄이는 데 메이플이 최고”라는 것. 최 팀장은 “아이를 이해하고 싶으면 메이플을 보면 된다. 메이플 을 부모님들이 직접 보고 그 줄거리를 가지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른 어떤 방법보다 둘 사이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메이플 제작팀의 말이 맞는지 직접 실천에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