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장-시의회‘진흙탕싸움’ 점입가경..뒷짐진 국회의원들
박 시장과 시의회는 모현우남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대피명령, 광역상수도 도입, 농업관련 부서 이전, 시의회 의장 축사 생략 등을 놓고 번번이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조규대 익산시의회 의장이 공식 행사장에서 박 시장에게 폭언까지 하면서 양측이 고소·고발을 시사하는 등 진흙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일에는 박 시장이 시의회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아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익산시에서 시장이 시정질문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양측은 성명전을 통해 날선 각을 세웠다.
이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를 중재해야 할 ‘익산 정치’는 지금 ‘스톱(STOP)’상태다.
◇ 뒷짐진 국회의원들
시장과 시의회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으로 익산이 온통 격랑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유독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 출신 재선의 이춘석(익산갑) 의원과 초선의 전정희(익산을) 의원은 ‘가타부타’ 언급 하나 없이 침묵하고 있다. 평소 국회에선 그렇게 목소리가 높더니 지역 쪽에서는 뒷짐만 진채 아직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후폭풍을 우려한 전형적인 눈치 보기다거나 아니면 정치적 내공이 딸리는 탓이 아니겠냐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시민 김모(47)씨는 “잘되는 일은 자신의 업적처럼 홍보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시장-시의회 갈등에 침묵하는 것은 소신없는 간보기 정치의 전형이다”면서 “의원들이 지역 내 갈등을 잘 봉합하는 것도 예산 따오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현안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원들 침묵 이유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의식하다 보니까 상대가 아무리 무소속 초선시장이라 해도 미움을 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상대가 있는 싸움판에 괜히 끼어들어 좋을 게 없다는 피해심리가 작동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혹자는 지자체장과 현역 의원들 간 당적이 다른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지역 의원들이 자당출신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시의회를 통해 시장을 우회적 견제 내지는 통제하기 위해 “알고도 모른 척”하며 즐기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친 안철수계 무소속 시장에, 현역 국회의원과 시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럴 소지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의원들의 정치력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좀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초선은 내공이 없고, 재선은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중량감 있는 ‘정치 어른’ 없다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결국 시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양측은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당사자들끼리 ‘결자해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난장판(?)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중재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원론적 수준의 대화와 타협만을 강조하고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정치’는 갈라지고 혼돈한 상황에 개입해 봉합하고 가닥을 잡아주는 기능을 해야 하며,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그 중심에 서야한다는 것.
앞서의 정치권 인사는 “명색이 국회의원이 시장이나 시의회 눈치나 보다보니 총대 메고 교착 상태를 풀지 못한다”며 “뺏지만 달았다고 의원이 아니라 지역이 어려울 때 앞뒤 가리 말고 강단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지역사회에선 더 이상 선출된 정치인들의 탈선으로 시민을 우롱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할 ‘익산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몇년 사이 거세게 불어 닥친 물갈이론 흐름 때문에 설 공간을 잃어버린 중량감 있는 지역의 ‘정치 어른’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망졸망한 정치인들만 보이지, 얼킨 실타래를 어루만져주고 설득해서 풀어낼 큰 도량을 지닌 정치인이 눈씻고 보아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중앙정치 무대에서 새정치연합의 예결위 간사를 맡은 이춘석 의원과 당 혁신실천위원에 선임된 전정희 의원. 그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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