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런데 일부 방송 및 매체에서는 현 감독이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단체 결승전 패배 후 술을 마셨다는 지인의 말을 보도했고, 이를 경찰이 조사 중이라는 내용을 내보냈다.
이 말은 100% 사실이 아니었다. 현 감독은 남자탁구대표팀을 이끄는 유남규 감독과의 관계가 오래전에 틀어진 상태다. 서로 그 이유에 대해선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한때 남녀탁구대표팀을 이끌며 동반자의 길을 걸었던 현 감독과 유 감독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 감독이 남자대표팀의 결승전 패배로 속이 상한 나머지 술을 마셨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유남규 감독도 “현 감독이 남자팀 성적 때문에 술을 마시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인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그렇다면 그날 현 감독은 어떤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을까.
탁구계의 한 관계자는 “현 감독이 최근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술자리가 잦았고, 탁구인이 아닌 사회인들을 만나면서 술 먹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면서 “워낙 주당으로 소문나 있었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사람이라 술 마시는 걸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고를 일으킬 줄 상상조차 못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교차로 사고를 낸 현정화 감독 차량으로 인해 인도의 시설물들도 부서졌다. KBS 뉴스 화면 캡처.
현 감독은 기자하고도 이전 ‘취중토크’를 하며 자신의 주량을 마음껏 과시했었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흐트러짐 없는 태도를 취했고,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챙기며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 스스로 ‘술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만큼 현 감독이 애주가임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가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고 음주운전을 택한 것은 평소 현 감독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탁구인들의 이구동성이다.
한국 탁구의 자존심, 탁구 천재, 냉철하고 차분했던 현정화의 이미지는 한 순간의 실수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은퇴 후 실업팀 감독과 대표팀 감독, 총감독,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 등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던 현 감독이 다시 현장에 돌아오기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