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 시 구직자들이 나쁜 습관만 버려도 좁은 취업문을 뚫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
A 씨처럼 서류에는 쉽게 통과하는데 면접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나에게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에 자신감까지 잃어버리기 일쑤다. 면접은 이직·전직 때 더욱 결정적이다. 어디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비법이 없을까. 면접자의 입장을 잘 헤아리면 합격의 길이 보일 듯한데.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시 지원자의 무의식적인 버릇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인사담당자가 9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의 버릇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것. 이들은 지원자들이 자신감이 없거나 면접 준비가 부족해서 무의식적인 버릇이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좋지 않게 평가하는 버릇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끝말 흐리기’ ‘시선 피하기’ 등과 같은 자신감 없는 행동이 가장 크게 문제가 됐다. ‘한숨 내쉬기’ ‘다리 떨기’와 같은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추측하게 하는 행동, ‘음…, 아…’ 등과 같은 불필요한 추임새, ‘~했어요, ~예요’ 같은 비격식적인 말투, ‘~인 것 같다’ 등 불명확한 표현 등 지원자들의 좋지 않은 답변 습관이 뒤를 이었다. ‘손 만지작거리기’ ‘머리 긁적이기’ ‘눈 깜빡이기’ 등도 좋지 않은 버릇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의식적인 버릇은 ‘양반’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 면접관들은 실제로 면접을 진행하다보면 이보다 더 황당한 면접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토로한다.
#“지금 바쁜데, 나중에 전화주시겠어요?” 안하무인
인사담당자가 면접 시간 통보를 위해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큰소리로 ‘면접 제의를 하려고 전화했다’고 말하니 면접자는 잘 안 들린다며 지금 약속 때문에 바쁘니까 나중에 시간을 통보해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생각해보니 주변의 소리는 노래 소리였다. 면접자가 노래방에 있었던 것이다. 면접 중에 전화를 받는 사람도 있다.
#“담당자도, 지원부서도 모르겠어요” 무개념형
화장실을 가려는데 문 앞에 웬 낯선 사람이 서성인다. 거래처에서 찾아 왔나 싶어 누굴 찾아왔냐고 물어봤더니 면접을 보러왔는데 인사 담당자 이름을 모르겠단다. 자신이 지원한 부서나 연락한 사람의 이름도 모른단다. 우여곡절 끝에 면접은 봤으나 결국 합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보통 면접은 일주일 전부터 지원자에게 일정을 알려주고 당일 오전에 다시 한 번 전화를 해서 약속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전화도 잘 받고 하던 사람이 면접 당일만 되면 연락두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나 해서 다른 전화로 연락을 하면 그제야 받는 사람도 있다.
그중 절반정도는 자다가 금방 깬 목소리고 나머지는 무척 당황한 목소리다. 그리고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겨서 오후에 면접 보러 못 간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면접 때문에 일정을 비워놓았던 사람들과 인사담당자가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날 경우를 대비해 이런 사람들의 이력서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시종일관 ‘연봉’과 ‘근무환경’을 외치는 배금주의형
면접은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 보면 회사와 지원자 간에 소위 궁합을 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의 됨됨이와 생각·비전·성격과 취미 등이 어떠한지, 서로가 오랜 시간 잘 맞춰 나갈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면접시간 내내 ‘돈’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봉은 조정 안 됩니다” “보너스는 일 년에 몇 번이죠?” “6시 넘으면 무조건 야근이니까 식대와 교통비 그리고 야근수당까지 나오는 거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믹스커피를 못 마시니 원두커피를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지원자도 있었다.
#“취미요? 글쎄요….” 세월아 네월아 고민형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는 면접자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면접 시간 중 절반 정도는 이력서에 없는 내용을 물어보게 된다. 그 사람의 취미나 특기, 전공에 대한 지식, 인적 네트워크, 자기개발 방법과 같은 일반적인 내용이나 간단한 퀴즈, 오늘 신문에 난 시사적인 내용과 같은 질문도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물어보는 것이 취미나 책 같은 것들이다. 한 면접자는 최근에 읽었거나 읽고 있는 책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한참을 고민하다 바빠서 읽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소설이나 잡지 같은 것도 좋으니 말해보라고 하자 그는 다시 한참을 고민하더니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M지와 A지(무료신문)입니다!”
한 중소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요즘 실직자가 많다고 하지만 원하는 수준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기업체에서는 오히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와 면접시 보다 성실한 자세를 갖추면 생각보다 쉽게 합격 통지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