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안희정 씨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 만난 노 전 대통령과 안 씨(맨 왼쪽).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반자들 중 일부도 대선과정에서 받은 불법대선자금이 문제가 되거나 개인적으로 기업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서야 했다.
과거 정권처럼 ‘실세’들의 대형 게이트는 터지지 않았지만 잊혀질 만하면 측근비리가 터지곤했다. 나라종금 사건으로 시작된 참여정부 측근 비리는 막판 신성해운 로비의혹까지 이어졌다. 상당수의 비리는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터져 나온 의혹은 여론을 악화시켰다. 지난 5년 각종 비리 의혹에 오르내린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한 쪽은 지난 5년간의 공적을 평가받겠다는 목표 아래 각개약진을 준비하고 있지만 다른 한 쪽은 미련 없이 현실정치를 떠났다. 참여정부를 만든 친노 정치인사들의 현재를 취재해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 그는 불법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지난 2003년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했다. 그는 73억 원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추징금 4억 9000만 원을 선고받고 1년간 복역했다. 이것이 안 전 위원장의 발목을 잡아 출소 이후에도 철저하게 ‘음지’에서 일했다.
그는 참여정부 말에 임시로 만들어졌던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이후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고향인 논산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낙천했다. 이후 민주당 양승숙 후보의 선거지원에 전력을 기울여 당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총선 전 `측근’으로서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느냐 아니면 `당원’으로서 활동을 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다 후자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최근 그는 오는 7월에 있을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위원장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386 최측근으로는 이광재 통합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이 의원도 참여정부 내내 각종 의혹에 휘말렸다. 불법대선자금뿐만 아니라 이른바 ‘오일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의원은 총선이 끝난 뒤 봉하마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아 향후 진로와 입법활동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 같은 행보는 총선을 거치며 친노세력의 당내 입지가 현실적으로 좁아짐에 따라 `정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화를 도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신성해운 감세 로비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의 아내가 얼마 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신성해운 로비를 폭로한 정상문 전 비서관의 사위 이 아무개 씨가 이 의원과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신성해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신성해운 사건에 대해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 씨는 오일게이트가 터졌을 당시 연루돼 있던 전대월 씨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이 의원 측은 애초부터 전대월 씨와는 특별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386 측근인 백원우(경기 시흥), 서갑원(전남 순천) 의원 등은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는 데다 재선에 성공해 앞으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7월 전당대회를 목표로 원내 친노인사들이 결집 중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왼쪽부터 이광재 최도술 양길승 염동연. | ||
최도술 씨는 현재 부산지역에서 대북의료사업을 하고 있는 자선단체인 ‘그린닥터스’의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최 씨는 지난 2006년 ‘그린닥터스’가 대북의료품을 전달하기 위해 개성공단에 방문했을 때 함께 방북했었다.
최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불법대선자금에 연루됐었고 이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6억 원을 선고받고 1년 4개월가량 복역하다 출소했다. 최 씨는 복역 중 추징금을 납부해 법원에 의해 가석방됐었다.
2003년 8월 말 롯데 측에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여 전 행정관은 노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수행팀장이었고 정권 출범 후에도 몇 달간 수행을 맡아 ‘최측근’으로 분류된 바 있다. 여 전 행정관은 지난 2005년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은 ‘청주 나이트클럽 술자리 사건’이 빌미가 돼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 2003년 7월 말 살인교사, 조세포탈,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나이트클럽 소유주와 벌인 술자리 장면이 몰래카메라에 잡혀 수사 무마 청탁 등 ‘검은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양 씨는 당시 대통령 측근들을 대상으로 벌인 특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현재 호남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또 다른 친노그룹인 염동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고 현재는 개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염 의원 측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사업인지 말해 줄 수 없고 의원님은 당분간 언론의 관심 밖에 있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염 의원은 정치권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고 다시 정치권으로 들어올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의원은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에게서 1999년 9월∼2000년 2월 “보성그룹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5차례에 걸쳐 2억 8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