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노출은 단지 치마를 짧게 입는다거나, 혹은 섹시한 옷을 입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일부 여성들은 일종의 노출을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다는 최 아무개 씨의 이야기다.
“한번은 새벽에 아파트로 돌아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이 너무 갑갑했어요. 짜증이 나는 김에 앞가슴을 풀어헤쳤죠. 가슴이 거의 반 정도나 보일 정도였어요. 그때 갑자기 한 학생이 엘리베이터에 탔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죠. 하지만 그 순간 저는 이상하게도 갑작스러운 두근거림과 함께 묘한 흥분에 휩싸였어요. 저는 오히려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당당하게 있었고, 그때부터 어두운 밤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오히려 노출을 하려고 했어요. 가슴을 풀어헤치는 건 물론이고, 밤에 집에 있다가 밖으로 나갈 때는 팬티를 입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뭔가 묘한 기대감으로 인해 흥분에 휩싸이고 은근한 자극이 되더라고요.”
여성 포털사이트 등에는 최 씨처럼 자신의 노출증을 고백하면서 고민을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 20대 중반의 박 아무개 씨는 겉으로만 보기에는 훌륭한 커리어우먼이다. 회사에서는 좋은 동료이고 밖에서는 성격 좋은 친구이자 따뜻한 선후배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녀의 진짜 모습은 늦은 밤에 시작된다. 그녀는 요즘 들어 거의 속옷을 입지 않고 잔다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야외 공간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모두 옷을 벗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사실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늘 수줍어하고 부끄러워서 남들 앞에 선뜻 나서는 성격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러한 성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에 대해 늘 고민을 해왔어요. 그러다가 저만의 방법을 찾았다고 할까요, 아니면 나를 완전히 벗겨놓고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약간은 이상한 심리라고 할까요. 하지만 대낮에 남들 앞에서 했다가는 이상한 소리를 들을 건 뻔하잖아요. 그래서 밤에 혼자 나가서 그렇게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그녀는 가끔씩 취객을 만나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피해가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터득했다고 한다. 낯선 이를 만날 때는 오히려 자신이 놀라면서 약간의 소리를 질러주면 남성들은 오히려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것이 더욱 재미있다고 말한다.
일부 남성들은 그녀들의 고백을 들으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전문가들은 ‘정신이상자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현상의 하나’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존중감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또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데,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신체’도 그러한 자기존중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심한 정도’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점차 각박해지는 사회구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사회가 점점 치열해짐으로써 개성의 발현이나 자유의지가 존중되기보다는 꽉 짜인 시스템이 개인을 억누르다 보니 다소 비정상적인 형태로 그러한 것이 발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개인이 정상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말살되기 때문에 그 억압이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성향으로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비록 여성들에게 어느 정도의 노출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경향이 점차 심해진다고 한다면 한번쯤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되돌아보며 그 원인을 찾고 해결점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성모 heymantoday.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