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4’ 리버티시티라는 가상의 미국 도시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주인공이 범죄자로 커나가는 과정을 담은 게임이다. 게임 유저는 이 주인공을 이용해 각종 범죄를 직접 실행해야 한다. 심지어 청부살인을 하거나 경찰을 죽이는 일도 유저가 마음먹기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게다가 스토리를 진행하면 할수록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복잡한 범죄에 주인공이 휘말리게 되고 이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범죄를 끊임없이 저질러야 한다.
선정적인 측면에서도 ‘GTA4’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매춘부와 흥정을 해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고, 스트립바에 가서 전라의 댄서들이 추는 춤을 감상할 수도 있다. 또한 여자친구를 사귀어 데이트를 통해 호감도를 올린 다음 카섹스를 즐기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GTA4’는 마치 실제 도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옮겨놓은 듯한 그래픽과 치밀한 설정이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수천 명의 시민들은 각자가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히 정밀하게 묘사돼있다. 가령 일정 시간이 흐를 경우 밥을 먹는다든지 혹은 비가 오면 우산을 쓴다든지 하는 등 마치 실제 사람들과 같은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들을 주먹으로 때리면 각자 성격에 따라 도망 또는 반격하거나 경찰을 부른다. ‘GTA4’의 이러한 치밀한 설정은 마치 내가 현실 세계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높은 몰입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영국, 독일 등 몇몇 유럽 국가에서는 ‘GTA4’의 발매 자체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아무리 성인등급을 달고 발매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너무나 반사회적이라 유저의 인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모방범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GTA4 게임의 장면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폭력과 매춘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아래 오른쪽은 게임 속 한국어 간판. | ||
‘GTA4’가 발매된 당일 영국의 한 매장에서 ‘GTA4’를 빨리 구입하기 위해 새치기를 한 남성이 칼에 찔리기도 했으며, 한 18세 소년은 강도에게 폭행을 당하고 ‘GTA4’를 빼앗기는 사건이 일어나 영국 사회가 경악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임 내 등장하는 코리아 타운에 사용된 한글이 심각하게 오용됐다는 것이다. 가령 ‘미친 성인문신방’, ‘전기 상화’, ‘거강(건강)’ 등 문법에 맞지 않거나 오타 등이 게임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 게다가 게임 내에서 한국인은 범죄의 대상으로 매일 돈을 상납하는 약자로 묘사돼 있다. 유저들은 개발사 내에 한국인 개발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국을 비하한 것은 거대 게임사로서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논란과 달리 ‘GTA4’는 연일 무서운 속도로 팔리고 있다.
개발사인 테이크투 측은 ‘GTA4’를 개발하는 데만 무려 약 1억 달러(한화 약 1000억 원)가량이 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고 개발 금액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GTA4’는 발매 5일 만에 전 세계적으로 600만 장이 팔리며 5억 달러(한화 약 51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엄청난 개발비 논쟁을 무색하게 하는 등 게임시장을 단숨에 석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국내에서는 정식 발매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콘솔 유통사인 위즈핸즈(대표 임익수)가 국내에 들여오겠다고 발표한 이후 27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이를 무삭제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빠르면 국내서도 이달 초부터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GTA4’가 정식 발매됨에 따라 국내 게임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용산전자상가나 국제전자센터와 같은 게임 재래시장 등에서는 대체적으로 등급을 무시한 채 게임이 판매되고 있다”며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측 역시 “GTA4가 다룬 내용은 영화나 음반과 같은 문화콘텐츠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성인이 즐기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만 청소년들이 ‘GTA4’를 할 수 없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