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예상을 깨고 박 사장이 발탁되자 정치권에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인천공항 고위 임원조차 “낙하산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 밖이었다. 뒤늦게 박 사장이 누구인지 알아보기까지 했다. 박 사장 뒤에 현 정권 최고 실세가 있다는 소문만 나돌고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물론 지난 지방선거에서 친박 지원을 받았던 박 사장 역시 친박으로 분류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정작 친박 내에서조차 박 사장 임명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 한 친박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박 사장이 왜 친박이냐. 지방선거에서 친박 꼬리표가 달리긴 했어도 ‘알짜배기’로 통하는 인천공항 사장으로 낙점될 만한 로열티가 검증되지도 않았다. 인천공항을 원했던 다른 친박 인사들이 허탈해하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히 박 사장을 밀고 있는 또 다른 실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사장 임명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이러한 낙하산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천공항 사장 선정 과정의 회의록과 속기록, 지원자 명단, 사장 후보군 채점표를 요구했지만 인천공항으로부터 “모든 문서들을 파기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박 사장을 애초에 내정한 뒤 면접서류 등을 아예 작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정치권에선 박 사장을 인천공항에 입성시킨 배후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사장이 마산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점에서 마산 출신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또 박 사장이 2004년 창원시장에 출마할 당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현 정부 고위급 관료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해당 관료와 가까운 한 새누리당 의원은 “박 사장 임명을 위해 열심히 뛴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사장 운이 좋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윤호석 정치평론가는 “인천공항 사장은 소위 ‘박이 터지는’ 자리다. 그런데 박 사장이 임명됐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센 곳에서 밀었다는 증거다. 현 정권 인사를 좌지우지할 만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김 실장과 참모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정윤회 씨 정도 아니겠느냐”면서 “친박이 그토록 원했던 인천공항 자리에 박 사장이 선출된 것을 놓고 아무런 토도 달고 있지 않다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