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치약’이 소품으로 등장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전체 치약의 63.5%가 파라벤을 함유하고 있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김재원 의원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파라벤 치약’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김재원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식 허가를 받아 유통되고 있는 2050개의 치약 가운데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은 1302개(63.5%)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은 63개(3.1%)로 밝혀졌다. ‘파라벤’이 함유된 치약에 대한 부작용 신고 건수도 2012년 7건에서 2013년 16건으로 전년대비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논란이 되는 것일까. 파라벤은 방부제의 일종이다. 오래 보존해야 하는 물질에 사용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해 제품의 부패를 늦추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파라벤이 여성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고, 남성 생식기계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김재원 의원도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파라벤은 청소년의 성장기 성호르몬과 관계가 있으며, 여성의 생리주기에 영향을 미치고 성인에게는 유방암, 고환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리클로산은 항균 효과가 있는 화학물질이다. 트리클로산은 자외선이나 수돗물에 들어있는 염소를 만나면 발암물질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리클로산 또한 암 발병률을 높이거나 각종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알려지면서 인체 유해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은 널리 쓰이고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파라벤의 경우 치약뿐만이 아니라 일부 바디로션 등의 화장품과 물티슈, 항생제 등의 약물에도 함유돼있다.
식약처도 해명자료를 통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가장 논란이 됐던 ‘파라벤은 유해물질인가’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 유통 중인 치약중에서 보존제로 파라벤류가 사용되고 있는 제품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일부에서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우려하는 바와는 다르게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약외품 등에서 기준 이내로 사용될 경우 안정성이 확인된 물질”이라고 해명했다.
소비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해당물질의 체내축적 여부에 대해서도 “일부에서 기준치 이하로 사용하더라도 몸에 축적되어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파라벤은 체내에 흡수된 후 ‘파라하이드록시벤조산’으로 대사되며 빠르게 배설되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원 의원 측은 “국내에는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의 인체 유해성을 입증할 연구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가 안전한지 기준자체가 없는 것이다. 식약처도 강화된 기준에 따라 안정성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파라벤과는 달리 트리클로산의 경우 화장품과 세정제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치약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치약의 경우 주요성분만을 기재하도록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개별제품에 이들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두 물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감 하루 전인 지난 6일 경희대 치의학 전문대학원 박용덕 교수는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파라벤이나 트리클로산 이 두 가지 성분은 일종의 항균제다. 이런 성분들이 인체 내에 들어가게 되면 성호르몬하고 굉장히 밀접해진다.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고환암, 성인 여성 같은 경우에는 유방암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아주 무서운 물질이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와 박 교수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유해할 수 있다는 것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특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건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박종주 보건학 박사는 “두 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발암물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자료를 참고한다. 매년 업데이트되는 IARC의 인체발암물질 목록과 인체발암추정물질 목록에 아직까지 파라벤과 트리클로산은 찾아볼 수 없다”며 “여론에 강력하게 호소해야 정부도 변화가 있다는 것은 좋은 점일 수도 있지만 ‘발암물질’이라고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지나치게 조성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