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행산업 총량 축소 계획이 추진되자 마사회 등 사행산업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 ||
현재 사감위의 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등은 ‘기관차 효과’를 내세워 사행산업 규제를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 반대하는 사행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풍선효과’를 주장하며 여기에 맞서고 있다.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감위와 사행산업 관련기관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사감위가 추진 중인 ‘발전계획’ 중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가장 비판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사행산업의 총량을 조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장외발매소를 축소하는 것이며, 전자카드제 도입도 들어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 규모를 전체 GDP 대비 현재 0.67%에서 2011년까지 0.58%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준이 되는 것은 OECD 국가의 비율이다.
또한 사감위는 현재 3:7인 본장과 장외발매소의 비율을 2011년까지 5:5로 맞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감위는 이 안을 통해 사행산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간다는 ‘로드맵’을 세운 것.
하지만 사감위의 계획에 대해서 마사회나 강원랜드 등 해당기관은 물론이고 관련 산업 관계자들은 존폐 위기까지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본래 사감위의 설립취지인 ‘사행산업의 건전 레저산업화’와는 거리가 멀고 ‘제도권 사행산업의 규제와 단속’에 치우쳐 정작 규제를 해야할 불법도박에 대해서는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불법게임장과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행성 불법도박장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는 것.
한국 마사회의 김정구 노조위원장은 “사감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트럼프방이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바다이야기 같은 불법도박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합법적 산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감위가 뭔가 보이기 위해 졸속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사감위의 현재 안대로 확정된다면 사행산업의 건전성은 더욱 무너지고 불법도박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사회의 관계자도 “사감위의 역할은 전체 도박인구를 줄이고 불법도박을 억제하면서 합법적인 사행산업을 건전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이라며 “사감위는 불법도박의 단속과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사감위 안대로 확정된다면 경마산업은 물론이고 관련산업인 축산업 등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지방세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마팬은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무기명이라고 해도 결국 신분을 밝히고 마권을 사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누가 마권을 사겠냐”며 “사감위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발했다.
이들은 사감위가 내세운 OECD 기준율도 사행산업이 가장 발달된 일본의 수치는 뺀 것이어서 사실상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감위와 사행산업 관련 기관 단체 사이에서 가장 큰 쟁점은 사감위의 이번 안이 과연 사행산업의 규모를 줄여 결과적으로 사행산업의 건전화에 이바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양측은 각각 ‘기관차 효과’와 ‘풍선효과’를 내세워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기관차 효과’란 카지노, 경마, 경륜 등 이른바 합법적인 사행산업들이 도박중독자들을 양산해 도박 산업규모 전체가 커진다는 의미다. 즉 합법적 사행산업이 도박산업 전체의 규모를 키운다는 것이다.
반면 ‘풍선효과’는 합법적 사행산업을 규제하면 도박 중독자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불법도박으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그러면 사행산업의 규모가 오히려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의 경우만 놓고 봤을 때 지난 2005년 매출이 7조 원이었는데 바다이야기가 한창이던 2006년 5조 원으로 줄었다가 불법도박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후 2007년 다시 7조 원으로 매출이 돌아왔다”며 “이는 역으로 말하면 합법적 사행산업을 제한한다면 헤비 유저(도박 중독자)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불법 도박으로 눈을 돌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사감위 안에 대해 큰 방향에서 동의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도박규제네트워크의 이진오 간사는 “현재 사감위는 도박을 규제할 수 있을 만한 법적인 권한이 있는 기구가 아니며 인권위처럼 권고하는 수준의 일만 할 수 있는 기구”라며 “권고안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관련 부처에서 이를 받지 않으면 되는데 아예 권고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 간사는 또한 “사감위는 불법적인 도박을 단속하는 기구가 아니라 사행산업을 건전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기구이며 불법도박은 행정안전부 같은 정부부처 관할인데 사감위에 불법도박 규제를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불법도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에다 대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간사는 “축산업 위기를 주장하는데 원래 마사회 등 사행산업 관할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는 법적으로 그 산업을 책임질 이유가 없으며 그 부분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경마산업이나 카지노 산업 관계자들은 사활을 걸고 이번 계획에 대한 확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린 발전계획 공청회에는 사행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사감위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사행산업 관계자들은 공청회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사감위 폐지’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사감위 안을 비난하는 유인물을 대거 배포했다.
또한 사행산업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 정치권 인사들까지 동원해 사감위 측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에서는 차기 마사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번 사감위 안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힘있는 사람이 마사회장직을 맡을 경우 단순히 권고만 할 수 있는 사감위 안이 없었던 일로 되거나 대폭 수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한나라당 출신인 김광원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