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승가회는 “사찰이 교회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종단에 넘겼는데 어이없게도 이를 교회에 매각했고 그 과정에 돈을 챙기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반면 총무원장 측은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보우승가회 측은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급기야 총무원 측이 종단 내 특별법을 만들어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보우승가회는 여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문제로 범불교 대회가 열리는 등 불교계가 들썩이는 요즘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태고종 내부의 갈등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도법사는 남양주에 위치한 작은 사찰이었다. 건물과 주변 대지를 합치면 1400㎡(425평) 정도의 규모. 그런데 이 사찰 바로 뒤에는 K 교회가 있다. 이렇게 사찰과 교회가 붙어 있다보니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교회로서는 바로 앞에 있는 사찰을 인수하면 교세확장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 했다.
K 교회는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 2007년 9월 이 교회의 한 신도가 도법사를 인수하고 교회에 기부한 것이다. 결국 도법사는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를 갔고 현재 절터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보우승가회가 주장하는 총무원장 운산 스님의 비리 의혹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도법사 매각을 둘러싼 의혹이다. 이들은 “도법사는 교세 확장을 노리던 K 교회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주지가 종단에 증여한 사찰인데 이를 교회에 매각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또 헐값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법사의 신도들도 매각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평생 다니던 사찰이 교회 주차장으로 변했으니 분개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신도들은 운산 스님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신도회 측은 “사찰의 재산은 소속신도들과의 공유 재산임에도 K 교회 소속의 신도에게 팔아 재산상의 손해를 가했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운산 스님 측의 입장은 다르다. 태고종 총무국장 원호 스님은 “도법사 터가 교회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점에 대해서는 신도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호 스님은 “도법사는 창건주가 사망하면서 증여받은 사찰이어서 그동안 종단 직영으로 운영돼 왔는데 최근 사찰 주변의 여건이 열악해져서 신도가 줄고 사세가 기울어 폐사 일보 직전의 상태에 있었다”며 “도법사의 장래를 위한 이전 발전계획에 따라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러한 과정은 종무회의를 통해 결의한 내용이라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총무원 관계자 역시 “처음에는 사찰을 인수한 사람이 K 교회 신도라는 걸 알지 못했다”며 “부동산 매매를 할 때 사는 사람의 종교까지 물어볼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보우승가회 측은 “당시 K 교회쪽에서는 어떻게든 사찰 터를 인수하려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매수자가 이 교회 신도였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보우승가회는 또 다른 사찰 매각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고양시에 위치한 극락사를 역시 개신교 재단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극락사는 1971년 창건 당시부터 납골당이 운영되고 있었다. 보우승가회 측은 “평생을 불자로 살아온 분들의 유골이 개신교 재단의 관리로 넘어가게 된 일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총무원 측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 총무원 측은 “극락사는 당시 복잡한 채무관계에 얽혀 있었고 이와 관련된 각종 민·형사상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신도 운영위원회가 매각한 것이며 태고종 총무원과는 하등 관련 없는 사안이다”고 해명했다. 또 “납골당이라는 게 꼭 불자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 않느냐”며 “나중에 인수한 사람이 교회 관계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납골당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보우승가회는 도법사와 극락사를 포함한 10여 개의 사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우승가회 원각 스님은 “매각 과정에서 생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 전혀 밝혀진 바 없다”며 총무원장이 이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총무원 측은 “사찰 매각 자금의 일부는 재작년에 완공된 한국 불교전통문화전승관(이하 전승관) 건립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이 전승관은 태고종 총무원이 사무실로 쓰고 있는 곳으로 서울 사간동에 위치한 지상 3층, 지하 3층 짜리 건물이다. 국고보조금 60억 원, 그리고 승려와 신도들의 성금으로 지어졌다. 총무원 측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과 성금으로는 공사를 완공하기 어려워 종단 직영 사찰 매각 대금의 일부를 썼다”고 밝혔다.
이 전승관 건립 과정에서 총무원장인 운산 스님은 올 3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불교계 종단의 총무원장이 기소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검찰은 “국고보조금 60억 원을 타려면 종단의 통장에 그것의 반인 30억 원이 예치돼 있어야 하는데, 총무원장이 신도들에게 돈을 빌려 통장에 입금하고 종단의 재산인 것처럼 꾸몄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공사비를 부풀려 실적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한 혐의’도 추가되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6월 1심에서 비교적 가벼운 형량인 벌금 700만 원과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항소를 한 상태다.
보우승가회는 전승관 건립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비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총무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총무원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지난 5월 보우승가회 회장인 도산 스님에 대해 멸빈(승려신분 박탈)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그래도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자 종단 내 특별법을 제정하고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총무원의 원호 스님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사위원회를 꾸렸다기보다는 종단 내에 근거 없는 말들이 많이 나돌고 있어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영할 것 같은 보우승가회 측에서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나섰다. “조사위원회의 위원 대부분이 총무원장의 측근인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되면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총무원 측은 보우승가회의 이 같은 여러 가지 의혹 제기에 대해 “내년에 있을 총무원장 선거를 의식해 세를 불리기 위한 행동”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우승가회는 “우리가 문제삼는 건 총무원장 개인일 뿐이며 우리는 현 집행부와 대적할 만큼 힘이 있는 세력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잇단 문제제기를 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는 보우승가회, 그리고 잘못이 없다며 맞서고 있는 총무원. 이들의 갈등이 “자칫 불교계에 찬물을 끼얹은 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총무원 측에서는 “최근 불교계가 단합해서 정부의 종교편향에 맞서고 있는 요즘 이런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보우승가회의 입장은 다르다. 보우승가회 측은 “우리도 그 같은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총무원의 투명한 운영이 확립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끝까지 이 문제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